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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히로시, 노부오카 료스케 지음(2012)

정영희 옮김(2015)

남해의봄날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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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작은 섬 아마초에 도시의 몇몇 청년이 도착했다. 그들은 30대의 나이로 일본 대도시에서 살면서 잘 나가는 직장인이거나 나름의 영역에서 삶의 터전을 일궈나가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도시에 기반한 삶의 미래에 더이상 희망을 느낄 수 없었다. 취업난, 과도한 경쟁, 날로 악화되는 환경, 사회적으로 각박해진 삶의 조건들은 어느날 그들이 느끼는 도시적 삶이 끝나가고 있다는 징표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들은 황무지처럼 방치되었기에 차라리 더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진 외딴섬 아마에서 보다 바람직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책은 그들 청년들이 아마로 이주를 결정하게된 나름의 이유와 과정, 그리고 이주후 자신들의 꿈을 일궈하가는 경험담으로 채워져있다. 사회과학적 분석이 아니라 주관적 언어로 지난 5년간의 섬생활 속에서 가진 일상의 서정과 경험을 풀어놓은 이책은 그래서 읽기가 쉽다. 

그들은 도시에서 하던 직업경력이나 기업운영 경험을 토대로 하고 외딴 섬 아마의 섬자원을 자산으로 새로운 벤처사업을 시도한다. 그들은 섬과 도시의 새로운 관계를 구축해 섬을 알리고 농수산물을 유통하는 홍보마케팅사업에 열중하기도 하고, 수산물 가공이나 판매 등의 새로운 방식들을 도입함으로써 고용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또다른 청년들이 섬으로 이전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한다. 이들의 시도는 우리가  흔히 볼수있는 지역발전이라는 미명아래 저질러지는 난개발의 현실과는 대척점에 서있다. 그들은 지역의 풍토나 여건을 살피지 않고 무분별하게 공해 공장을 유치하여 농어촌같은 소외지역에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정부의 세수를 늘이는 방식과는 와전히 달랐다. 도시에서의 이력과 경험을 토대로 벤처기업 메구리노와를 만들지만 그들의 도시의 자원이나 도시적 기획을 무조건적으로 이식하여 지역의 변화를 시도한 것이아니다. 그들은 철저히 지역의 풍토와 자원 그리고 문화에 기반해 조화로운 지공동체의 강화에 기여하는 사업영역과 사업수행방식을 모색했다.이는 그들이 날로 피폐해가는 자본주의 일본의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과 대안적 공동체에 대한 갈구를 지역공동체에 대한 애착, 아마초에 대한 절대적 사랑으로 승화했기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아마초의 시도는 아직 진행중이다. 따라서 이 책은 농어촌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한 성공적인 대안 모델을 만들어냈다기 보다는 성공적인 모델을 찾아 나가기위한 기본적인 관점, 방식, 철학을 보여준다는데 더 큰 의의가 있어보인다. 지역사회에 청년세대가 유입되고 지역기반의 사회적 경제를 구축해 낸다면, 지역단위의 공동체가 자족적인 삶이 가능한 단위로 복원되고 항구적인 자생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자생력을 가진 지역공동체의 연대로 더 큰 사회를 이뤄나가는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따뜻하고 안전하고 안정된 세상이될 것이 분명하다. 이책이 주는 메시지는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일본에서 청년세대들이 기존의 체제를 탈출해 새로운 공동체의 구축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물론 와타나베 이타루의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도 그 한 예를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얼마나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지만 이들의 시도에서 나는 작은 희망을 본다. 변화가 꽉 막힌 세상, 빈틈없이 짜여져있고 그 속에서 움짝달싹못하고 생명력을 잃어가는 청춘들이 드디어 발랄한 반란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체제에 대한 또 다른 방식의 근본적인 도전이 시골이라는 자본주의의 변방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빼앗고 주거와 의료 교육 등 최소한의 삶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제거함으로써 소위 상위 1%를 위한 세상에 도달한 신자유주의시대에 체제내에서 무력화된 청년들이 드디어 자각을 통해 체제의 균열을 내기위한 시도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의 청년세대들도 환경 평화운동에 기반하고 문화예술을 수단으로한 다양한 지역 공동체 활동에 투신하고 있다. 체제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사회구성을 향한 성과로 드러날 수 있을지 알수없지만 적어도 불평등과 부정의가 고착된 정체된 세상으로만 보이던 우리 사회의 저변에서 청년들의 작은 반란들이 모의되고 시도되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희망적이다. 그들의 시도가 성공하기를 그리고 그들 청년세대들의 시도에 기성세대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울지 고민하면서 이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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