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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리프킨 [글로벌 그린 뉴딜] 

그린뉴딜이 화두가 된지 오래지만 탈석유 재생에너지육성 정책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 지금까지 체계적인 이해를 위한 시도를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린뉴딜의 개념을 재대로 이해하고자 이 책을 선택했다. 한발 더 나아가 그린뉴딜을 기술 혹은 산업전환에 국한해서 이해하거나, 경기진작을 위한 토목사업에 편중된 시각으로 바라다 보는 데 대한 문제의식을 천착하고자하는 목적도 있었다. 다시 말해 그린뉴딜이 가진 문명전환적 성격이 무엇이고, 그 귀결이 가져올 사회는 어떤 모습인지, 그 구현 과정은 어떡해야하는지 아니면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제레미 리프킨의 [글로벌 그린뉴딜]을 통해 답을 구하고 싶었다.

필자가 이 책은 통해 보여주고자 한 핵심은 간단했다. 우리 인류는 화석연료를 통한 2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번영을 구가한 끝에 지구온난화로 대재앙을 초래했고, 이로 인해 인류는 6번째 대멸종의 위기에 봉착했지만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대전환과 이에 부응하는 사회대개혁을 통해 새로운 그린뉴딜의 시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선택은 우리에게 달렸고, 그 시기는 촉박하다는 것을 논증하고 우리의, 정부의, 세계적 차원의 실천을 촉구하고 있었다.

이 책은 크게 1,2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인류가 화석연료가 초래한 기후위기로 인해 전세계적인 비상사태에 직면해 있으며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경제에 기반한 그린뉴딜로 나아가야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아가 필자는 신재생에너지 기반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모든 경제적 변혁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세가지 요소가 갖춰져야 하는데 이 세 가지는 커뮤니케이션 매개체와 동력원 그리고 운송 메커니즘 임을 주장한다.

그리고 자연 속에 무한한 햇빛이나 바람에 기반한 신재생 에너지는 한계비용을 극도로 떨어뜨려 결국 기존 시장의 비즈니스 메커니즘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는 지점까지 나아가고, 기존 시장을 대체하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에서는 소유권이 접근권에 자리를 내주고 시장의 판매자와 구매자가 부분적으로 네트워크에 공급자와 사용자로 대체된다고 본다. 즉 일부 상품 및 서비스외 이윤은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줄어들어 생산 및 유통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거의 무료가 되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는 현상이 나타(p.29)나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필자는 공유경제를 그린 뉴딜 시대의 핵심적 특성으로 보고 공유경제는 사람들의 경제생활을 변확시키고 있는, 커뮤니케이션과 에너지, 이동성의 디지털 인프라에 의해 가능해진 새로운 경제 현상이다. 이 점에서 공유경제는 18세기와 19세기에 태동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이후 세계 무대에 처음 등장한 새로운 경제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p.32)”고 주장한다.

또한 신재생에너지의 한계비용이 떨어짐에 따라 기존 화석연료 기반 사업은 좌초자산으로 처분될 것이기에 투자전환시점을 앞당기는 것이 보다 경제적 합리성에 합치하는 처분임을 주장한다. 탄소거품을 하루빨리 제거함으로써 인류가 화석연료 문명의 붕괴에 수반되는 전례 없는 경제적 불안정과 사회적 대혼란에 대비할 수 있다. (P.127)”고 한다. 필자는 2028년을 티핑 포인트로 보고 화석연료 문명의 붕괴를 예측한다.

2부에서 필자는 그린뉴딜의 현실적인 실현 방안을 강구한다. 그러면서 그린뉴딜을 추진할 주력부대로서 연기금의 실제적인 주인인 작은자본가들의 군대로 연합한 노동자를 제시하고 이들이 주도하는 그린뉴딜의 세계를 새로운 사회적 자본주의라 칭한다.

연금기금이 2017년 기준 413000억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큰 투자 자본이라는 사실...(P.157)”

“...세계의 노동자들이 작은 자본가들의 군대로 연합한다고 상상해 볼 수 있다. 2017년 미국에서는 13500만 명의 노동자가 공공 및 민간 부문에서 일하고 있고, 그중 54%가 퇴직연금 기금 계획에 가입해 있다. 이는 거의 7300만 명에 달하는 파트타임 및 풀타임 노동자 코호트이며, ‘작은 자본가들의 군대가 되는 셈이다.(P.158)“

우리의 연금기금을 활용하고 자본 전략을 개발하는 것보다 노동운동에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더 이상 우리의 돈이 우리의 목을 자르게 놔둬서는 안 됩니다.(P.169)“

나아가 사회적 책임투자가 기초가 된 새로운 사회적 자본주의를 제기하며 이의 도래는 가치 당위가 아니라 수익성에 기반하고 있음을 피력한다.

벤저민 프랠클린의 격언 선행을 통해 성장하라.”가 바로 그것이다. (P.185)

“...기존의 전통적인 발전소를 유지하는 것보다 새로운 대체에너지 프로젝트를 구축해 운영하는 쪽이 더 비용 효율적이 되는 변곡점에 도달했다.”(p. 147)

그린뉴딜의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비용은 과도한 국방예산의 합리화, 슈퍼리치에 대한 과세 강화, 화석연료 산업에 제공되는 보조금 삭감 등으로 충분히 조달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그린뉴딜이 가져올 사회적 자본주의를 위해 몇가지 요소의 사회적 변혁을 요구한다.

먼저 피어 어셈블리(peer assembly)거버넌스를 통한 사회적 의사결정권의 수평적 확산을 요구한다. 중앙집중형 에너지 사회에서 분산형 사회로 전환하는데 있어 사회적 의사결정권의 확산과 수평적 거버넌스는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생물권 의식을 요구한다. 이는 지구 환경 재앙을 통해 타 동식물과 더불어 멸종위기에 처한 인간의 타 생물종과의 동류의식을 말하고 중국 공산당이 당헌에 도입한 생태학적 문명개념과 합치한다고 한다.

 

제레미 리프킨이 이 책에 피력한 그린뉴딜의 정신에 비추어 볼 때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그린뉴딜 논의는 1930년대 미국의 뉴딜이 최저임금 도입을 포함한 노동권강화 등 사회적 합의를 통한 변화를 추구했다는 사실을 도외시 하고 일자리 창출과 경기진작에 치우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물며 지금의 그린뉴딜은 1930년대 뉴딜의 재현이 아니라 수평적 권력분산과 생태학적 인식에 기반한 새로운 인류문명의 비젼을 담고 있는 것에 비해 정부의 경제 정책으로서의 그린뉴딜은 한참을 본류에서 벗어난 초라한 변형으로 느껴진다.

제레미리프킨의 [글로벌 그린뉴딜]은 읽기에 친절한 책은 아니었다. 필자의 주장을 다양한 측면에서 회오리 바람같이 몰아가는 논지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고, 따라서 전체의 서술구조는 중복되고 관련 데이터는 복잡했다. 그러다보니 320쪽 짜리 책에서 후주만 60여쪽에 달해 추가 연구를 위한 학술지 같은 면모를 보이고 있고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완독에 상당한 시간이 들었고, 읽기도 고역이었다. 그에 비해 일단 완독하고 나서 책을 다시 뒤척이면서 뒤늦게 재미와 가치를 발견하게 되는 이상한 책이었다. 변화가 절실한 시대에 맞춰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같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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