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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초 봉화문화원 기타교실에 수강 등록을 하고
그동안 딱 한번 밖에 빠진 것 말고는 
매주 수요일 저녁이면 설레는 마음으로 강좌에 참여해 왔다.

나이만 들고 실력은 없는 늦깍이 수강생이 될까봐 몇번을 망설이다가
수강등록을 했지만 다행히 연령대도 다양하고
기타 실력도 특별한 수강생이 아무도 없어
그나마 난 잘 치는 축에 들어 우쭐해해도 좋을 정도 였다.


수강생은 무려 45명이 등록을 했고 매주 서른명 정도가 수업에 참가하는데
평생 처음으로 기타를 잡으신다는 한갑이 넘은 어르신도 계시고,
2~30년전 학창시절에 잠시 기타를 두드려보다가 이제 아이들 다 키워 놓고기타를 다시 배워보겠다고 오신 아주머니들도 계셨다.
물론 엄마등쌀에 할 수 없이 기타를 들고 와서는
수업시간 내내 장난만 치다가 돌아가는 개구장이
초등학교아이들까지 있었지만
그래도 기타를, 기타음악을 정말 좋아하시는 분들인 것 같다.
그렇게 시작한 기타수업을 네댓달 참가하다보니
이제 기타를 사랑하는 수강생들 대부분과도 친하게되었고
주초가 되면 벌써부터 수요일 저녁시간을 기다리게 되었다.

기타를 새로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봉화문화원의 제안으로 그중에서 조금 실력이 나은 사람들로
합주단을 꾸려 
봉화은어축제의 부속행사인
지역문화한마당에 참가 하기로 했다.

수업시간의 절반이상을 연주회 연습으로 채우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따로 연습을 해서 오기도 했는데,
처음 합주 때는 도저히 무대에 올라갈 것 같지 않아 절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주 두주 시간이 쌓이면서 몰라보게 실력이 늘고
합주의 재미를 알아가게 되었다.
조금씩 다른 스타일은 둘째고
박자도 제각각이고 멜로디도 매번 놓치고 틀리고 하면서도
그래도 같이 어울려 한곡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재미는 
좁은 연습실의 더위를 잊게하기에 충분했다.


연주 전 마지막 주에는 단원들이 모여 따로 연습도 하고,
공연 당일에는 오후내내 연습과 리허설로 땀을 흘린 뒤에
드디어 봉화 내성천변 야외 무대에 올랐다.
연주곡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뉴질랜드 음악을 편곡한 '연가'와

기타음악중 가장 유명한 '로망스'를 편곡한 "Rumb Flamenka"
그리고 가요 "개구장이"를 준비했지만
행사진행 문제로 두곡만 연주를 했다.
수백명의 관중이 올려다보고,
화려한 조명속에서 강사님을 포함한 9명의 연주단원들은
모두 상기된 표정으로 무대에 올랐지만
막상 연주가 시작되자 긴장을 풀고
연주 자체에 몰입하여 즐기는 모습이었다.

연주중에 상황을 살핀답시고
단원들의 모습을 둘러보다 내가 칠 멜로디를 놓치기도 하고
메뚜긴지 큰 모기지 알수 없지만
곤충으로 짐작되는 놈이 내 목덜미에 앉아
연주내내 왔다갔다 신경을 거슬리게했지만
연주가 끝나고 관중들의 큰 박수 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끝없는 행복감에 젖어 들었다.


봉화문화원에서 지원해준 "출연료"를 들고
봉화읍의 유일한 까페인 '물향기'에서 뒤풀이를 했다.
맥주를 한잔 나누면서 그동안 못나눈 사적인 이야기들도 주고받고
기타에 대한 사랑도 고백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밤이 깊어 많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다음 두가지는 마음에 담고 뒷풀이를 파했다.
연말에 봉화 문화원 학예발표회 때는
적당한 곡을 골라 수강생 모두가 같이 연주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고,
머지않은 미래에 봉화에도 '기타동호회'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겠다.
잘 치기는 포기했지만 그냥 즐기기를 원하는
기타음악 애호가들의 모임을 일생 같이할 수 있다면
나의 삶이 그만치 더 알찰 것이라 느껴진다.

이날의 행복을 안겨준 봉화문화원과
영주소리누리 음악학원 조선화 선생님,
그리고 같이 배우는 즐거움을 알게해준
수강생 모두에게 나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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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부터 봉화 문화원 기타교실을 수강중이다.
일주일에 한번 수요일 저녁6시30분부터 2시간의 강습이다.

기타는 나에게 청춘의 다하지 못한 목마름의 상징이다.
한번도 제대로 쳐 본적이 없었기에 기타는 오히려 더 애절한 그리움의 대상이다.
그런 기타를 쉰의 나이에 다시 배우기로 했다.
사실 10대 이후로 로망스나 겨우 칠줄 알다가 더 이상 나아지지도 않고 노력하지도 않으면서
평생을 한달에 두어번 기타를 들었다 놨다 해 온게 고작이다.
그러다보니 그나마 옛 실력도 온데 간데 없이 다 사라지고
오직 기타에 대한 그리움만 잔뜩 쌓이게 되었다.

그 갈망을 딸애에게 전가한 때문인지 딸애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클래식 기타 동호회에 빠져 전공공부보다 써클 활동에 더 열심인것 같다.
한번씩 딸애가 집에 내려와 기타를 치면 
나의 기타에 대한 갈망을 더 깊어졌다.
영화 [ONCE]의 주제가 "Falling Slowly"의 선율은 연주하는 
딸애가 이쁘고 대견스럽지만 마음한구석에 셈도 나고
기타에 대한 절실한 갈망도 깊어만 갔다. 
거기다가,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다시 기타를 배워보겠다고 거짓 다짐만 해왔는데
그렇게 갈망한 여유는 나의 삶에서는 영영 생길 것 같지 않다는 확신마저 들었고,
그러는 와중에 봉화 문화원에서 기타교실을 진행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사실 무진장 쑥스럽고 도대체 어떤 부류의 수강생일까 걱정도 되었지만
지난 3월2일 케이스도 없는 떼묻은 기타를 들고 봉화문화원을 찾아갔다.
그런데 모든 걱정은 다 근거없는 것이었다.
일단 수강생은 나이나 직업면에서 다양하기 이를데 없었다.
초딩부터 50대의 아저씨까지, 나같은 농사꾼에서 공무원
그리고 학교 선생님도 기타를 배우고자 한 자리에 모였다. 
남녀 노소가 어우려져 같이 기타를 배우는 풍경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운 풍경속에 같이 들어가 이제 경우 계이름을 익히려드는
40~50대 아저씨 아줌마들과 같이 기타의 울림속에 잠겨드는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삶의 기쁨, 살아있음의 희열을 준다.

사실 쉰살이 되어 계이름을 익히기 시작하는 수강생들이 언제 로망스라도 칠까,
그리고 평생 아람브라 궁전을 쳐 보기나 할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아마 다 아니라도 좋을 것 같다.
그냥 배우는 것 자체가 주는 기쁨 만으로도
나도 그렇고 그분들도 그렇고 다 충분히 보상을 받은 것이니깐!

내 삶 속으로 다시 들어온 기타가 내 삶의 끝까지 동행하는 좋은 친구가 되어주기를 천지신명께 빈다.
 





기타배우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인연을 제공해 주신
봉화문화원 강영선 사무국장님과 기타교실의 강사이신 조선화님께 감사드립니다.

* 수업시간 : 매주 수요일 오후 6시30분부터 약 2시간
*  현재 수강생 약 35명 / 학기당 2만5천원의 수강료
*  문의처 : 봉화문화원 054-673-2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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