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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우리집 마당 앞 언덕 소나무에 메달린 스피커에 
이장님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주민 여러분께 알립니다. 오늘은 농자금을 분배하는 날이 오니 주민 께서는 각 반별로 ..."
9시30분에 마을회관에 갔습니다.
미리 나와계신 반장님과 주민 몇몇분이 한상 둘러앉아
농자금 이야기는 뒷전이고 고추모종이며, 날씨 이야기로 꽃을 피웁니다.

농자금은 농사 규모와 주민 수에 따라 각 마을별로 배당된 1년짜리 저리 융자금입니다.
가구별로 1000만원이 한도이고, 융자 절차는 다른 대출상품보다 훨씬 간편하고 이자도 연리 3%에 불과합니다. 그 이자조차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시군 예산으로 전액 보전해주거나 하는 경우도 있고 우리 봉화군은 50%를 나중에 돌려줍니다. 그러니 실 이자는 연 1.5%에 불과합니다.

사실 이자율만 놓고 보면 '와 농촌은 좋겠다'고 하실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농업현실에서 1.5%의 이자조차 결코 만만한게 아닙니다.
농업 생산성이 그만치 낮고, 농산물의 상대적 가치가 그만치 형편없기 때문입니다.
작년에도 우리 동네에는 대출금이 연체되어 논밭이 전부 경매에 넘어가신 분이 계십니다.
한해한해 가면갈수록 이동네 저동네에서 한 농가, 두 농가가 그렇게 무너져 내립니다.
올해도 벌써 어느 동네 어느 분이 경매에 넘어간다는 식의 소문이 떠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농가평균소득은 지난 90년대 들어서면서 급속하게 줄어 도시가구 평균소득의 65% 전후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매년 실질 소득은 줄어들고 도시와의 소득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연리 1.5%짜리 농자금도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합니다.
당장 저부터 이자만 갚고 아직 갚지 못한 작년 농자금을 대환하면 
그뿐입니다. 마을회관에 모인 이웃들의 사정도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모두들 돈 들어갈 때는 많고 소득은 없으니 어쩌다 생긴 빚을 갚아낼 도리가 없습니다.
이것이 한국 농촌의 현실입니다.


사실 아무리 농촌이 어렵다고 아우성쳐도 변할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정부의 정책적 배려는 포기한지 오래고, 그냥 자연감소와 사회적 이탈을 통해 지금 농가인구의
1/4정도를 적정 농가인구로 보고 비대한 농촌인구를 자연스런 과정을 통해 적정인구수준으로 끌어내리겠다는게 그 잘난 정책당국의 속마음이니... 어쩝니까? 그냥 열심히 농사지어 개인적으로라도 살아남아야죠^^*

농자금 나누는 날은 왠지 우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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