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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때문에 겨우내 철시되었던 봉화장이 얼마 전부터 문을 열었습니다. 오랜만에 열리는 장터에서 사람구경도 하고 봄을 알리는 산나물도 사고 싶었는데, 이런저런 일들로 미루어 오다가 저번 장날에나 시장 구경을 갈 수 있었습니다.

참 오랜만에 찾은 봉화장은 아직 구제역의 여파 때문인지 썰렁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봄은 문턱까지 왔다지만 장을 쓸고 지나는 바람은 아직 차갑고, 괭한 장터에 사람발길조차 드뭅니다. 장을 보러 온 사람보다 장에 물건을 팔러 온 할머니들이 더 많은 봉화장터엔 지난 가을 거두어 두었던 말린 무청이며 겨우내 잘 간수해온 사과랑 고구마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물건을 펼쳐놓은 주름진 할머니의 얼굴은 돈 욕심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더 깊어 보입니다.

그래도 장터를 쓸고 지나는 찬바람 사이에 봄 내음이 느껴집니다. 그것은 부지런한 할머니의 손길에 첫 선을 보인 한소쿠리 씩의 냉이와 달래 때문입니다. 장터를 거닐며 새삼 깨닫게 됩니다. 봄은 결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봄은 그렇게 부지런한 할머니의 손길 덕분에 우리 곁으로 다가옵니다. 언 땅에 호미질을 하시며 냉이를 캐는 할머니의 손길이 언 땅도 녹이고, 천지신명의 언 마음도 녹일 것입니다. 그렇게 강이 풀리고 햇살이 풀려 마을 안길에 사람의 발길이 늘고, 마을을 가로 지르는 개울에 물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얼음이 녹아 흐르는 개울물 소리가 잠든 나무를 깨우고, 깊은 잠에서 깬 개구리가 마실을 나오기 시작합니다. 마실 나온 개구리 소리에 산수유 꽃봉우리가 깨어나고 봄꽃 향기에 나비들이 날아들면 세상천지에 봄의 향연이 시작됩니다.

봄을 만들어 가는 할머니의 손을 다시 봅니다. 달래를 다듬는 할머니의 거친 손이 가슴 아프지만, 그 거친 손으로 생애 내내 이루었을 많을 것들을 생각합니다. 그 거룩한 손으로 이룩한 창조물들은 참으로 크고도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거친 할머니의 손은 어떤 예술가의 손보다도 더 거룩한 손일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을 지배하는 섭리는 할머니의 위대한 손이 만들어 낸 창조물들을 천시합니다. 할머니가 지고 오신 광주리에 담긴 농산물을 다 팔아봤자 돈으로는 정말 몇 푼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할머니가 지고 온 광주리에 담긴 농산물들이 다 팔려 좀 더 가벼운 몸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멀린 도시에서 자라고 있을 손주를 생각하며, 차창 넘어 봄이 오는 먼 산을 보시는 할머니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져나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또 한번 주어진 봄의 의미를 생각하고 충만한 하루하루의 삶을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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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혹독한 겨울이었습니다.
사람은 물론이지만 소돼지같은 짐승들에겐
다시는 없어야될 참혹한 시절이었습니다.
수천 수만마리 소와 돼지가 오직 구제역이라는 전염병이 번져
고기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위한다는 이유로
마무가내로 생매장되고 대량 살육되었습니다.

인간이 참 죄가 많습니다.
신이 없기에 다행스럽긴하지만,
인간의 죄를 누가 물을까 두렵습니다.


이웃 마을까지 구제역이 번져 이웃 소들이 살처분되는 와중에도
비나리 소들은 다행히 구제역 참화를 비켜났습니다.
전래가 없는 대량 살육의 와중에 태어난 송아지가 이만치 자라
어미의 사랑속에서 따사로운 봄햇살을 맞고 있습니다.
생명의 안스러움과 그 애틋함에 가슴이 뭉클합니다.


간디가 그랬답니다.
"문명사회의 척도는 그 사회에도 동물들을 어떻게 대우하는가이다"
잡식성 동물인 인간이 육식을 회피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채식주의자들이 있긴하지만 인류의 0.1%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고기를 위해 짐승을 키우고, 그 고기를 죄책감없이 취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최소한 한 생명체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는 좀더 경건해져야할 것입니다.
저 애틋한 송아지의 맑은 눈을 바라다보면서 
지금 당장 채식주의자가 될 수는 없지만
이제부터 가능한 육식을 줄여 나가야지 하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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