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1. 그래도 해외출장이다!

제일 맛있는 음식이 미리 준비해간 컵라면과 햇반이고, 호텔에서 바퀴벌레와 베드버그를 걱정해야 되는, 편도 4번의 비행기를 타야 도착할 수 있는 나라에 출장을 다녀왔다. 비록 힘들었지만 출장이 아니면 평생 가볼 기회가 없을 아름다운 남태평양의 작은 나라 투발루 출장을 지극히 사적인 관점에서 기록한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바닷물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대표적인 남태평양의 소국 투발루로 출장을 다녀왔다.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 공적원조사업)의 일환으로 소형 부두와 커뮤니티센타, 수산물 판매장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예산은 67억 정도지만 단순 물품지원이 아닌 첫 SOC포함 해외어촌개발 사업인 만치 성공적으로 사업을 수행해 모델을 구축해야 하는 중대한 미션을 농어촌공사가 부여받은 셈이다.

투발루는 인구 1만명 남짓에 불과한 세계 4대 소국이다. 국토가 9개의 산호섬이 모여 환으로 이루어져 있고, 국토의 폭이 최대 350m에 불과하고 좁은 곳은 20~30m밖에 되지 않는다. 국토의 고도는 평균 2m로 해수면이 매년 4mm씩 상승해 언제 지도에서 사라질지 모르는 운명에 처해있다. 현재 유엔의 도움으로 라군(산호호수)의 모레를 퍼 올려 국토를 보강하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한국의 SK의 협력으로 메타버스 국가를 구축할 준비도 하고 있다. 국토가 사라져도 주권은 남아 세계 참치 어획량의 많은 몫을 차지하는 투발루 수역의 권리를 유지하고 국가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과업이라고 했다.

투발루와 대한민국의 인연은 깊다. 한국의 원양어선이 40년이상 투발루 해역에서 쿼터를 받아 참치잡이를 해 오고 있다. 인연이 오래된 만치 인적 네트워크나 신뢰관계가 비교적 돈독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예정된 ODA사업은 안정적인 참치 쿼터 확보와 협조 강화를 위한 목적과 더불어 2030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투발루의 지지를 얻기 위한 측면도 포함된다.

 

이번 출장의 목적은 지난 3월 실무팀이 사업 개요에 대한 협의를 잘 진행한 성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설계 작업에 들어가기 전 최종 사업리스트를 확정짓고 사업에 수반된 다양한 실무적 문제를 (건축물디자인, 규모, 기자제에 대한 관세, 항만 부두 사용 비용, 인부 숙소, 작업부지 등)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다. 더불어 10월 착공식 관련한 투발루 정부 측의 의사를 최종 확인해 행사의 컨셉과 규모 등을 확정하고 관할 피지 대사관의 협조를 구하고 피지 등 기자재 등을 공수할 물류 기지가 될 인근 도시의 여건을 살피고 구체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qeJIGGd4lco 

일정은 529일 아침에 나주를 출발하여 인천공항을 이륙하여 다음날 아침 시드니에 도착하고, 시드니에서 하루를 체류한 뒤 FijiNandi로 날아가 Fiji 국내선으로 피지의 수도인 Suba로 이동후 일박을 하고, 다음날 Tuvalu로 들어가 63일 까지 업무를 진행하고 다시 수바로, 난디로, 시드니로, 인천으로 66일 돌아오는 일정을 계획했다. 하지만 수바에서 투발루로 들어가는 비행기가 연료부족으로 결항하면서 3일간 발이 묶이고 전체 일정이 69일까지 연장되었다. 덕분에 예정에 없는 공백을 이용해 피지 교민회장단과 면담을 진행하고, 한국선원묘지 찹배와 대사관 면담 등을 진행, 사업 수행을 위한 주변 조사, 협의 등을 추가로 수행할 수 잇었다.

 

2. 시드니야, 오랜만이다.

529일 아침 일찍 나주를 출발했지만 인천공항을 통해 시드니에 도착하니 30일 아침이다. 2006년에 경상북도로부터 지역개발분야 농정대상을 받고 부상으로 뉴질랜드와 호주의 농촌을 10일간 연수한 뒤 처음이니 거의 17년 만의 호주 방문이다. 그때의 기억은 가물가물해 그냥 한국 농업 현실과 비교되는 뉴질랜드와 호주의 농업 여건에 기가 죽어 희망이 아니라 절망에 빠졌던 기억이 난다. 우리 농민이 호주의 농민 같은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무튼 부상으로 열흘간의 짧은 연수를 오긴 했지만 내 인생에서 다시 호주를 찾을 수 있을까 기대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업무 출장으로 호주를 다시 방문하게 된 것이다.

입국 수속을 밟고 유심을 갈고 공항을 벗어나니 피지로 가기 전 호주에서 체류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이 반나절쯤 남았다. 알뜰하게 일정을 잡아 바닷가를 중심으로 해수욕장과 선착장, 해변 공원 등을 차를 타고 둘러보고 잠시 산책까지 한 뒤 날이 저물었다. 시드니를 둘러보는 내내 17년전 첫 시드니 여행의 기억을 되살리려 애썼지만 쉽지가 않았다. 기억속의 Gap 해변은 실제의 Gap해변과 어긋났다. 그동안 변질된 기억은 오페라하우스와 페리 선착장의 위치도 왜곡해 버렸다.

 

호주는 지금 겨울이다 보니 해는 짧고 밤은 길어 11명의 일행이 첫 미팅을 하고 한식당에 저녁을 먹은 뒤 각자의 숙소로 일찍 흩어졌다. 하지만 시드니의 밤이 아쉬워 나는 젊은 친구 한명과 같이 숙소 근처의 빠(Incafe)에 들러 칵테일 한잔을 놓고 시드니의 밤거리를 눈에 담았다. 중앙역 근처의 Central Studio Hotel에서 여정을 풀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