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20일
새벽부터 붐비는 36거리에서 쌀국수로 아침을 해결했다. 하루를 시작하는 롱비엔 거리의 기운을 느끼며 노상에서 먹는 아침 쌀국수가 나를 행복하게 했다. 식사를 마치고 롱비엔버스 터미날로 달려가니 이내 47A 버스가 도착했고 인당 350원을 주고 타고 홍강을 건너 40여분을 달리니 밧짱 도자기마을에 도착했다. 밧짱은 도자기마을 답게 도자기 가게와 공장이 즐비했지만 이른 시간 탓에 거리는 한산했다. 가게들도 자세히 보니 개별 관광객 손님이 아니라 도매상인을 대상으로 하는 분위기였다. 오직 한곳 도자기박물관만은 그렇지 않았다.
단체로 관람 온 학생들로 활기가 넘쳤고 볼거리도 풍부했고 기념품을 사기도 수월했다. 한국 도자기와는 완전히 다른 원색의 화려한 문양과 다양한 자태가 이채로웠다. 제작 과정과 역사를 담고 있는 전시실을 돌다 옥상 라운지에서 한가하게 커피를 마시고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일층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 들러 딸을 위한 작은 선물을 사는 것으로 한 시간 정도의 박물관 관람을 마무리했다. 다시 버스로 롱비엔으로 돌아와 뜨거워진 거리를 걸어 호텔로 돌아왔다. 체크아웃을 하고 예약된 LeaH Silk Hotel로 짐을 옮겼다. 오후 2시 체크인까지 호안끼엠 호수가의 고급진 레스토랑에서 조금의 미안함과 함께 맥주를 겉들인 점심을 먹고 호수가를 덜었다.
체크인 하자마자 수영복을 챙겨 루프탑 풀장으로 달려가니 조그만 풀이지만 사람이 없어 둘만을 위한 풀에서 더위와 먼지에 시달린 몸을 위무할 수 있었다. 지치지 않을 만치 수영을 하고 다음날 떠날 닌빈행 기차를 예약할 겸 그랩 택시를 불러 하노이 역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왕복표는 여분이 있었지만 카드는 안된다고 해 달러로 결제하니 10%이상 나쁜 환율을 제안했다. 거부하고 역앞 가까운 은행을 둘러 좋은 환율로 환전을 해서 다시 역으로 돌아와 표를 예매했다.
하노이에서 마지막 여유 있는 시간을 쇼핑으로 할애했다. 그랩으로 롯데센타로 달려가 지하 롯데마트에 들어서니 손님의 절반은 한국 사람들이었고 친숙한 상품에 가격대는 착했다. 과자며 건과일이며 이것저것 싸고 간편한 선물을 잔뜩샀다. 베트남가면 많이 먹겠다던 잭풀룻과 망고, 망고스틴은 실컷 먹었지만 꼭 먹어보겠다던 두리안은 롯데마트에서 처음 만났다. 비싼 줄은 알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망설이다 캐리어에 담고 말았다. 베트남 청년들이 주요 고객인 듯한 한켠의 푸드코트에서 한국식 떡볶기와 순대를 사고 코코넛을 마시며 저녁식사를 대신했다.
호안끼엠 거리로 돌아와 오직 두리안을 먹기 위해 길모퉁이 까페에 들렀다. 지독한 냄새 때문에 호텔 침실에서 먹는 것도 금지되어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까페 여사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맥주와 함께 두리안을 먹기 시작했다. 모양은 그렇다고 해도 향은 너무 지독해 오래 묵은 정화조 냄새와 진배없었고 질감은 삶은 고구마 상한 것 같이 뭉컹거렸다. 비싼 두리안을 버리기는 아깝고 해서 여사장에게 한 덩어리를 드리고, 혼자 외롭게 맥주를 마시던 옆 자리 서양인에게도 권했다. 다행히 맛이 있다며 고마워했다. 구글번역을 이용해 짧은 대화를 하고 늘어난 짐을 감당할 가방을 하나 서서 호텔로 돌아오니 아쉬운 또 하루가 가고 3일의 여정만 남겨놓고 있었다.
4월 21일 닌빈으로!
LeaH Silk Hotel 에서 잘 자고 잘 먹고 닌빈행 기차가 떠나는 오후 3시까지 하노이를 마지막 즐기기 위해 거리를 나섰다. 먼저 역에 들러 가방을 맡겨두고 지난번 호치민박물관만 들러고 참배를 실패했던 호치민 묘소를 향해 걸었다. 기차거리며 성요셉성당이며 벌써 익숙해지기 시작한 거리를 지나 그리 머지 않은 거리였지만 아침부터 온몸은 땀에 젖고 지치기 시작했다.
호치민 묘소를 향해 걷는 길에 레닌 동상을 다시 만났다. 전에 없는 화환이 놓여져 있었고 알고 보니 4월 22일이 그가 태어난 날이라고 했다. 그가 꿈꾸던 혁명이 여전히 유효한지 이미 파탄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새로운 세상에 대한 인간의 꿈과 열정은 여전히 유효하지 않을까 생각 들었다. 역사는 늘 미완이기 마련이고 인간은 변화를 추구하고 도모하기에 더 중요한 것은 시대적 과제와 이를 해결하려는 시대정신이 아닐까는 생각을 하며 길 건너 머지 않은 곳에 우뚝 선 하노이깃발 탑으로 향했다.
하노이 깃발탑은 베트남군사박물관과 함께 있었다. 관광 혹은 학습을 위한 명소인 듯 유치원 아이들이 단체로 몰려왔고 주차장은 멀리서 온 듯한 관광버스가 몰려있었다. 박물관 마당에는 제국주의 침략자 프랑스와 미국에 대항한 해방전쟁의 승리를 웅변하는 기록물과 전리품으로 가득 찾고 특히 격추한 프랑스와 미군기로 만들어 놓은 상징물이 인상적이었다. 탑을 오르내리며 베트남 독립항쟁의 역사를 반추했다.
이어서 탕롱황성을 들러 프랑스침략군을 전멸시키고 해벙전쟁의 결정적 승리를 가져온 디엔비엔푸 전투의 기록물과 민족해방전사들이 패태하는 프랑스군을 몰아내고 하노이로 진주하면서 군사퍼레이드를 펼치며 승리를 축하하던 기록물들을 관람했다. 이곳 역시 유치원아이들이 단체로 몰려왔고, 성을 배경으롣 ᅟᅡᆫ체사지을 찍는 아이들이 선생님의 선창에 따라 ’김치‘를 외쳤다. 한때 침략군에 부역하던 나라의 대중문화가 지금 세대의 삶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향유되는 세상의 섭리가 씁쓸하고 오묘했다.
탕롱황성을 나와 바딘광장을 가는 길에 콩까페에 들러 코코넛커피를 마시며 땀을 식혔다. 커피향에 취해 하노이 거리를 내려다보며 여전히 베트남을 지배하고 있는 해방전쟁 승리의 기억과 도이모이를 통해 시장경제를 수용하고 경제적 성장을 추구하는 베트남 사이의 절충점을 찾아 생각의 늪에 빠져들었다. (베트)콩 까페는 해방군 코스프레를 한 종업원들과 실내 디자인으로 특화되어 각인된 탓에 특히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했다.
공항같은 검색을 거친뒤 바딘광장을 들어서고 호치민묘소에 들렀지만 금요일 역시 참배를 쉬는 날이었다. 호치민 관저도 점심시간 때문인지 입장이 거부되고 뭇꼭만 들른 뒤 바딘을 벗어났다. 서호로 향해 꽌탄도교사원을 들른 뒤 이어 쩐꾸억사원에 들렀지만 점심 휴관이라 남는 시간에 가까운 파리파게트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계속 먹으려고했지만 기회를 잡지 못했던 반미를 파리바게트에서 비로소 처음 영접했다. 다시 사원으로 돌아가니 같은 이유로 관람객들이 줄서 기다리고 있었고, 버스투어를 하던 한국인 부부와 잠시 이야기도 나눌 수있었다.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은 쩐꾸언 사원을 관람하고 하노이 역 근처로 다시 이동해 에어컨 켠 까페를 찾아 쥬스를 마시고 마지막 환전을 한 뒤 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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