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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  환경 농업 마을 하면 가장 먼저 문당리가 떠오른다. 나아가 문당리는 환경농업 말고도 여러가지 정부 지원 마을 사업을 시도하고 지역 공동체에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가장 대표적 사례의 하나다. 화천의 토고미마을, 이천의 부래미 마을, 그리고 단양의 한드미 마을까지 성공적으로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다양한 사업을 수행해 온 마을 을 보면 어느 마을이나 반드시 훌륭한 지도자가 있다. 문당리도 마찬가지다.  한국 환경 농업의 메카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바로 주형로선생같은 훌륭한 지도자가 있었기에 오늘의 [문당환경농업마을]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 책 [작은 농부의 100년계획서]는 희망제작소에서 기획된'희망을 여는 사람들' 시리즈 중 9번째 책이다. 희망제작소는 주로 우리 사회의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난 지역사회나 농업, 그리고 퇴직자 등에 주목하고 그들을 통해 우리사회의 대안적 희망을 모색해 왔다. 그와같은 작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희망을 여는 사람들' 시리즈는 그동안  옥천신문을 만든 오한흥님, 장성 한마음공동체를 만든 남상도님, 바보군수라 통하는 완주군수 임정엽님 등을 취재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각각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 왔다.



이 책은 어떻게 인간 주형로가 농부가 되었는지, 그것도 환경농업을 선도하는 환경농업운동가로 변신하여 문당리를 중심으로한 지역사회일원을 환경농업단지로 만들고 전국적으로 환경 생태농업의 중요성을 확산시키는데 몰두해 왔는지 구체적으로 알게 해 준다. 또한 그가 매 순간의 선택의 귀로에서 어떻게 옳은 길을 선택했고, 그렇게 선택한 길을 가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고난을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알아가는 만치 작은 농부 주형로의 삶에 대한 이해가 깊어가고, 한명의 훌융한 농촌운동가의 삶에는 또 다른 수많은 동반자가 같이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와 함께한 동반자중에는 누구보다 그의 아내, 그리고 그의 자식들이 있을 것이고, 또한 그의 뜻을 함께한 이웃 농민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작은 농부 주형로를 바른 삶의 길로 인도하고, 좌절의 순간 일으켜세운 스승 홍순명을 빼고는 오늘의 주형로, 오늘의 문당리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훌륭한 사람은 훌륭한 스승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하는 스승 홍순명과 제자 주형로의 관계는 스승도 드물고 제자다운 제자 역시 귀한 세태에서 큰 귀감이 된다. 거의 극적이다시피한 오리농법의 도입 계기가 바로 그의 스승 홍순명선생에 의해 주어졌다는 사실도 대단하지만, 그와같은 계기로 도입된 오리농법이 고 노무현대통령에 의해 봉하마을에 도입되는 과정 역시 감동적이다. 의인은 의인을 알아본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모두가 버리다시피한 농업/농촌에서 새 희망을 찾아 먼길을 걸어온 주형로의 발자취를 정리한 이책에서 주형로에 의해 오리농법이 우리나라에 보급되는 데 있어서 스승 홍순명의 극적인 역할 못지 않게 감동적인 것은 바로 [문당리 100년 계획서]다. 이 역시 일본의 농촌에서 벤치마킹해 온 것이라고 하지만 그러한 마을의 미래를 구체화한 '꿈'을 담고 정리하는 노력이 향후 마을 공동체의 이상을 구현하는 데 있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아챈 주형로의 혜안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미래가 없다는 농촌에서 한권의 보고서로 구체화된 마을의 꿈은 지친 농민에게 희망을 주고, 지표를 상실한 마을 공동체에 구체적인 미래상을 제시함으로써 동력을 일으켜세우는 지대한 역할을 해내었을 것이다.

농촌마을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온지 십수년이 지났지만 아직 마을 사업의  방향성마저 잡지 못하고 헤메고 있는 독자의 한 사람에게 다가온 작은 농부 주형로의 삶이 시사하는 바가 참 많지만 우선은 마을사업의 과정에서 받는 고통 그리고 즐거움은 이루다 담아내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 모든 과정이 글의 행간을 넘어 뼈져리게 느껴져 오는 것은 같은 농업인으로서 가지는 동병상린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면 주형로님은 유별난 구석이 없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결기와 고집으로만 똘똘뭉친 그런 사람은 아닌것 같다. 사실 옹고집으로 똘똘 뭉친 그런 사람이 사람사이에 통로를 만들고, 의기를 투합시키고, 더불어 마을 공동체를 일구어나가는 일은 한다는 것이 애시당초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주형로선생은 희망제작소의 주목을 받기 전부터 유명인사다. 그동안 수많은 상을 타고, 언론에 노출되어왔고, 무엇보다 같은 입장의 농민들에게는 하나의 멘토로 자리잡았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볼때 주형로선생에게는 희망제작소가 기획한 '희망을 여는 사람들'에 선정된 것은 다른 모든 보상을 합치고도 남을 경사가 아닐까 생각이 된다. 농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진정으로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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