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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 비나리마을 가을 햇살이 따사롭습니다.

아직 덜 가쉰 한낮의 더위에 비나리농부의 이마에 구슬땀이 맺히고

여름 내 검게 그을린 목덜미에 가을 햇살이 따갑지만

오고 가는 계절은 어쩔 수 없이 이제 가을의 문턱입니다.

늦게 핀 호박꽃은 지난 성하의 시간을 그리워하며

한웅큼의 가을 햇살이라도 더 받기 위해 자태를 가다듬고

부지런한 꿀벌들은 찬바람 이는 겨울을 준비하느라 날개짓이 바쁩니다.

키낮은 해바라기가 청명한 가을하늘을 향해 고개를 내밀고

마당 한켠에 아무렇게나 심어져있던 이런저런 가을 꽃들이

비나리마을의 가을을 향기롭게 합니다.
 

여름의 열정은 식고 곡간은 허전하지만

긴 겨울의 안식을 기다리는 비나리농부의 마음만은

결코 가난하지 않습니다.

농부로 태어나 농부로 살아가는 사람도

농부가 좋아 농부가 된 사람도

세상은 농사를 접어라하고 농부의 삶을 미천하게 여겨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비나리마을 농부들의 삶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가을은 비로서 농부의 가치를 만천하에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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