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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계절따라 나름의 맛과 멋이 있기도하고,
또 산은 산마다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 따로 있을것입니다.

지척에 있어 자주 오르는 청량산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름답지 않은 계절이 없지만
그래도 숨겨둔  제멋은 겨울에 더욱 빛이 납니다.
헐벗을 산길을 따라 겨울 바람을 맞으며 걷다보면,
청량사 대웅전 부처님앞에 큰절을 올리지 않아도
번민과 애욕의 무상함을, 우리네 삶과 죽음의 무상함을
깨우치는 큰 스님의 깊은 말씀이 그냥 옷길을 스며드는
바람처럼 다가옵니다.

토요일 늦은 오후, 모처럼 우리 부부는 청량산을 올랐습니다.
일전에 계속되었던 눈덕분인지 황량한 겨울산에
인적마저 드뭅니다. 드문드문 등산객이 세워둔 차들이 있고
간혹 인기척이 들리기도 하지만 응진전을 지나 청량사를 거쳐
하늘다리와 장인봉을 돌아 산을 내려올 때까지 
몇몇 등산객을 마주친 것이 전부, 산은 찬 바람만 가득했습니다.

사람이 많은 날 하는 등산은 그냥 '운동'이지만
이렇게 호젖한 날이면 '반성'과 '사색'의 시간이 됩니다. 

오늘 청량산에서 맑고 찬 바람 싣컷 쐬며
굳은 몸을 풀고,
자신과 세상에 대한 집착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겨울 청량산은 나의 도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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