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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3번째이면서 첫 새차였던 아반떼와 작별을 고했다.

어제 새차를 주문하면서 행사 보상가 110만원을 받기로 하고 딜러에게 키를 맡겼다.

바쁜 하루였기도 했지만 나는 키를 맡기자 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무실로 들어와버렸다.

16년을 우리가족과 같이한 아반떼의 떠나는 모습을 나는 애써 외면했다.

 

 

처음 두 차는 짧은 인연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사연때문인지 차를 처분하는 마음이 아렸던 기억이 난다.

대학원생이던 신혼 시절 딸애가 태어나 자라기 시작하면서이를 업고

기저기 가방에 책가방까지 들고 다니기가 힘들어질 무렵

친구의 소개로 거의 폐차 직전인 르망을 샀다.

똥차지만 운전을 처음 하는 설레임을 안고 참 여러곳을 돌아디닌것 같다.

특히 차를 산지 이틀만인지 사당동에서 지리산까지 다녀온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88고속도로를 타고 지리산 허리를 지나면서 차 속도가 떨어지는데

오르막에서 힘이 딸리면 저속기어로 바꾸어야한다는 사실도 모르고,

차는 추월차선을 달리고 있는데 차선을 바꿀려고 하니 다른차가 너무 세게달려와

겁은 나고 그냥 식은 땀을 팥죽같이 흘렸었다.

기어는 물론 상향등 하향등도 모른채로 가족을 싣은 차를 몰고 전국여행을 떠났으니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하다.

우리 가족의 첫차 중고 르망은 겨우 1년을 넘기고는 작별을 고했다.

도저히 창피해서 타고 다닐 수 없을 만치 흰연기를 뿜어대어 폐차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폐차장에 직접 몰고가 첫 인연을 맺고 1년이란 시간을

우리가족과 같이한 차의 참혹한 최후를 직접 목격했다.

달려온 지게차에 옆구리를 바로 찍혀 덜렁 들려가는 우리 차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날뻔했다.

 

 

두번째차는 아내가 광명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할 때

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샀던 봉고다.

한달을 운행하다 개인적인 일로 6개월동안 집을 떠났다가

돌아오자마자 차를 되팔았다.

고작 두어달도 타지 못한 차였지만 이 봉고도 나름의 사연이 많은 차다.

처음으로 연대앞에서 딱지를 떼이고, 순간 당황해서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교통순경에게 5,000원인가의 돈을 주었던 불쾌한 기억이 있다.

그 뒤부터는 단속에 간혹 걸리기도 했고,

돈을 달라는 눈치를 보내는 순경도 만났지만

딱지떼라고 오히려 큰소리 쳐서 순경을 당황하게 하곤 했다.

그동안 세상이 많이 바뀌어 다시는 거리에서 그와같이

염치없는 순경을 만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봉고와의 긴 인연은 차를 처분한 뒤에 일어났다.

를 처분하고 잊어버린지 2~3년뒤 갑자기 자동차세고지서가 한웅큼 날아왔다.

나는 이미 차를 처분했다고 관공서에 연락을 했지만

서류상으로 내 앞으로 되어 있다면 계속 고지서를 보내고 독촉을 했다.

그러다가 봉화로 이사를 온뒤 독촉등쌀에 못이겨

직접 차의 행적을 추적해 나갔다.

광고지에 알려 차를 처분했기 때문에

내 차를 사간 사람의 연락처가 남아 있어 그분에게 연락도 하고

광명시의 자동차관리사무소인가 하는 곳도 찾아 가고

시청도 가고 몇날 몇일 애를 먹을 끝에 우리 차는

여러명의 손을 거쳐 최종적으로 강원도의 한 도시에

팔려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있었다.

아뭏튼 그렇게 애를 먹고 관공서로부터

자신들의 행정착오라는 시인을 받아내고

봉고와의 인연을 종결짓게되었지만

그 시절이 인신매매 뉴스가 도배를 하던 시절이라 그랬겠지만

우리차의 '인생유전' 아니 '차생유전'이 너무 기구한 것 같아

가슴아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내 생애 첫 새차이자 3번째 차 아빤떼는

1996년 10월, 을지로 인쇄골목을 떠나고 싶어

주말이면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던 시절, 나를, 우리가족을

자유의 땅으로 싣어다줄 것이라고 주문을 외워대며 구입했다.

그때 형편에 다소 무리였지만

그래도 ABS에 듀얼에어백, 그리고 오토를 갖춘 아반떼를 구입했다.

자칭 그랜저급 아반떼라고 당시에는 첨단 기능을 다 갖춘 멋진 차였다.

그 차를 타고 서울을 떠나 봉화에 정착을 했고,

우리 어린딸이 대학3학년생이 될만치 자라도록

우리가족과 희노애락을 같이했다.

이 차를 타고 우리 가족은 보길도의 아름다운 길을 달렸고,

화순의 와불을 만나러 갔고, 울진에서 새해를 맞았다.

우리 딸이 진학하게된 도시를 뻔질나게 돌아다녔고,

아내의 그림을 싣고 부산에서 서울,

대구에서 대전까지 안가본곳이 없을 만치돌아다녔다.

 

그렇게 나는 16의 인생을 살아왔고.

우리 아반떼는 16년의 세월동안 우리가족과 함께하면서

늙어왔나보다.

근년에 접어들어 잔고장이 잦고 소음도 심한데다가

엔진소리마저 이상해지면서 주로 승용차를 모는 아내의 

'안전'이 늘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저질렀지만... 새차를 맞이하는 기쁨 못지않게

지금까지 같이했던 차를 보내는 마음이 참 아린것도 사실이다.

 

우리 가족의 행복했던 순간, 불행했던 기억들...

16년 동안의 우리 가족의 이 모든 삶을 우리 아반떼는 온전히 같이한 셈이다.

1996년 10월 24일에 만나, 2012년 8월 24일에 헤어진

우리 아반떼를 나의 기억 창고에 남기고 싶어 기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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