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비나리와 이웃 마을들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오랜 전통인 '풋거 먹는 날'이었습니다.
'풋거 먹는 날'은 여름의 정점이자 가을의 시작점인 백중날,
마을 주민들이 모여 이날부터 기세를 잃어갈 마을길 풀도 베고,
조촐한 술과 음식을 나누며
곧 맞이할 수확철을 준비하는 날입니다.
'풋거 먹는 날'은 달리 '머슴의 날'이라고도 합니다.
'풋거'는 덜 일은 곡식이나 과일 등을 뜻하는 말입니다.
추석을 한달여 앞둔 시점에
여름내내 고생만한 머슴들에게
힘겨운 가을 추수에 들어가기전 일종의 격려 차원에서
덜 익은 곡식이라도 거둬 잔치를 열어준데서
"머슴의 날"이 연유했다고 합니다.
이제 세상이 바뀌어 농민 모두가 세상의 머슴이 되었지만
아무도 농민을 위한 잔치를 베풀어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은 직접 풋거먹는 날을 챙겨
스스로를 격려하고 곧 시작할 고추 수롹에 앞서
한더위에 흐트러진 마음을 다 잡습니다.
이날 하루만이라도 마을 주민들은
온종일 일손을 놓고 싣컷 먹고, 웃고, 즐겨야합니다.
3개 반으로 이루어진 비나리마을은
풋거 먹는 잔치를 각 반별로 가져오고 있는데,
올해 내가 속한 3반은 비나리마을의 새주민이 된지 2년차인
민서네 집으로 모였습니다.
민서네는 얼마전 TV의 한 다큐프로그램에서
낯선 마을에 들어와 손수 흙푸대집을 지으며
산골마을 주민으로 정착해 나가는 과정을 방송하여
큰 인기를 얻고 갑자기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했던
바로 그집 입니다.
http://binari.invil.org/servlet/org/invil/commonbank/board/PgRetrieveBoardSrv
민서네 집에 모인 3반 주민들은
TV에서나 보던 민서네 흙푸대집을 안밖을 드나들면서
구석구석 살펴보고 집주인의 솜씨에 탐복하기도 하고,
비나리마을의 새 주민이 된 민서네를 격려했습니다.
모처럼 주민들이 도란도란 둘러앉아
마을 어르신의 당부말씀도 듣고
마을 현안에 대한 의견도 나누면서
준비한 술과 음식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렇게 비나리마을의 여름은 가고
풍요로운 가을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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