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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현암사)


<1993년 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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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포커스> 고집쟁이 농사꾼 전우익씨
40여년간 우직하게 농사짓고 나무를 키워 온 전우익 할아버지는 "진짜 잘 사는 것은 어떤 거냐"고 사람들에게 묻는다. 직접 만든 작은 책상이나 박 전등갓에서 고집쟁이 농사꾼의 단순하고 소박한 삶이 느껴진다.

 

 전우익

 1925년 ~ 2004년 12월 19일

 대한민국 경상북도 봉화 출생

[책읽는 경향]경북에서-혼자만 잘 살믄…

경향신문 | 2008-04-07 22:55:06

10년 전, 청년기 내내 살았다고 자부하던 가치지향적 삶이 공허해진 순간, 나는 서울을 떠나 봉화의 비나리 마을에 짐을 풀었다. 그리고 가혹한 농업노동 속에 내 삶을 던졌다. 끝없는 호미질과 단순 반복되는 고추 수확 작업…. 그때 어떤 지인은 내 바뀐 삶을 보고 자학이라 했다. 스스로도 그런 삶의 변화에 어떤 의미도 부여할 수 없었다.

그렇게 몇년을 견디던 중 어느날 허리 굽은 낯선 노인 한 분이 마당으로 들어섰다. “혹시 송선생 아니시껴? 지가 전우익일시더.” 그렇게 전우익 선생님은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현암사)라는 내 삶의 새로운 지침을 들고 나의 무너진 삶 속에 걸어 들어오셨다. 사실, 필자를 뵙기 훨씬 전 나는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는 잊었다. 그렇게 던져 버린 책이 세월이 흐른 뒤 어느 순간,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꾼 충동적 결정에 사후적으로 의미를 부여해 주었음은 물론 내 삶의 새로운 지향점을 일깨워 주었다.

경쟁이 최고의 가치가 되어 소수의 승리자를 위해 절대다수의 패배자를 양산해내는 세상, 물질적 부가 끊임없이 증대하지만 가난은 제도화되고 보편화되어 모두가 불안에 허덕이는 세상, ‘나 혼자만’ 잘 살면 되는 세상에서 이 책은 나에게 작고, 단순하고, 낮은 삶의 가치를 일깨워 주었다. 자연,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은 가난해도 가난하지 않고, 가난하려야 가난할 수 없는 삶이라고 깨우쳐 주고 있으니, 누가 한 권의 책이 한 인간의 삶을 이끌어 주기에 부족하다 하는가?

〈송성일 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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