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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비가 내렸던 지난 토요일 저녁, 경북 봉화군 명호면 소재지 면사무소 건너 편 농협경제사무소 마당에서 작은 규모지만 큰 의미가 있는 [밭두렁공부방 작은 음악회]가 열렸습니다.하루종일 오락가락하는 비 때문에 이번 음악회를 준비해 온 밭두렁 공부방 학부모들께선 행사가 비로 무산될까 하루종일 걱정해야했습니다. 무대는 어쩔 수 없이 천막으로 덮었고, 관객석도 비를 피할 수 있는 농협 물류창고옆 상하차 작업장에 마련했습니다. 리허설중인 오후 내내 내리던 비가 다행히 행사가 시작되면서 기적같이 그치고 마당 가득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채우며 작은 음악회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음악회는 먼저 봉화주민인 청초이순섭 화백의 개막 퍼포먼스로 시작되었습니다. 청초님께서 대형 광목에 큰 붓으로 용을 그리고  '이나리강에 용나다'라는 글귀를 쓰주셨습니다. 이나리강은 명호 아이들이 뛰어놀고 자라나는 삶의 터전입니다. 그 강에서 이 아이들 하나하나가 바로 '용'으로 자라나길 기원하는  청초 이순섭선생의 마음을 표현한 글귀였습니다. '용'이 된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얻고 출세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삶을 가꾸며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한명의 인간으로 자라남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농촌에 살고 가난한 농민의 자식이라고 주눅즐지 않고  당당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 자라나길 기원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담은 글귀입니다.



이어서 [나무피리 요술피리]라는 음악공원을 가꾸고 계신 이웃 법전면의 조성용선생님께서 직접 만든 악기를 소개도 하고 연주도 하며, 아이들과 함께 연주체험도 하는 재미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날 행사의 백미인 밭두렁공부방아이들의 태권체조와 노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산골이 좋아 비나리에 정착한지 일년도 되지않는 전직 태권도 도장 관장님이 지도한  공부방아이들의 이날 공연은 태궈도를 배우기 시작한지  한달여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치 씩씩하고 멋있었습니다. 이어서 공부방을 직접 운영하시는 4분의 선생님께서 그동안 지도로 준비한 노래  '과수원길'과 '꼬부랑할머니'를 부르는 아이들의 모습에  너무나 이뻐하시고 즐거워하시는 주민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이날 작은 음악회의 초정가수는 이지상과 손병휘님입니다.  두분은 주로 거리와 광장에서 낮은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호흡을 같이하며 노래를 해 오신 '민중가수'입니다. 두분다 4집까지 앨범도 내고, 이지상님은 성공회대학교 경임교수로도 재직중이십니다. 작은 경비에도 마다않고 농촌마을의 작은 공연을 찾아주신 이지상님은 이번 공연을 기획한 이웃의 친구십니다. 그 인연에 얹혀 우리 마을과 관계가 맺어진 두분과 지속적인 연대가 이어질 수 있었으면 참좋겠습니다.

저녁 9시가 넘어 공연이 끝나고 뒷정리가 시작되면서 공연자를 모시고 먼저 뒷풀이장소로 안내를 했습니다. 늦은 저녁식사와 술을 나누며 가진 뒷풀이 시간을 통해 공연자 여러분들의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인간적 면모를 느낄 수 있었고 특히나 이지상님과 손병휘님의 소탈하고 호쾌한 기상에 인간적으로 매료되었습니다. 다음날까지 이러진 개인적인 뒷풀이까지 주말 이틀이 작은 음악회로 가득찼습니다. 




이번에 가진 [밭두렁공부방 작은 음악회]는 특별합니다. 먼저 300만원 가량의 적은 예산으로 진행한 마을 음악회 입니다. 그리고 그돈 마저 주민과 후원인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마련하였습니다.  대구에서 치과를 운영하면서 단지 우리 마을이 좋아 자주 걸음하시는 지인한분이 100만원의 거금을 쾌척했지만 나먼지는 많게는 10만원 작게는 2~3만원의 후원으로 음악회가 열릴 수있었습니다. 공부방의 운영주체가 봉화자활후견기관이긴하지만 이 기관으로부터도 물질적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오직 학부모의 정성과 노력으로 아름다운 음악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가수를 초정하기도 했지만 지역의 어린이와 지역 예술인의 공연을 기본 프로그램으로 채웠습니다. 이 음악회를 기획한 것도 마을주민이고, 행사 진행자도 마을주민의 한사람이었습니다. 면사사무소에서 음료수를 지원받기도 했지만 그것이 관공서로부터 받은 지원의 거의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유명한 민중가수인 이지상님과 손병휘님이 단지 농촌마을주민의 자력으로 여는 음악회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최소한의 경비만 받고 출현했습니다. 
 
이번 음악회를 통해 지역사회가 그동안 얼마나 활력을 되찾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제일좋았습니다. 학부모와 청년들이 아무도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의자를 나르고, 관객을 안내하고, 음료수와 떡을 나누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지역의 작은 행사 하나하나가 지역의 생기를 북돋고 지역주민에게 자긍심과 애향심을 불러일으키고 지역 사회에 대한 사랑과 애착을 키워나간다면 우리 지역사회의 미래는 밝기만합니다. 작은 음악회를 통해 지역주민에게 기쁨과 희망을 선사하신 관계자 모든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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