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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 서른 분을 모시고 이틀간(8/13~14)의 선진지 견학을 잘 다녀왔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선진지 견학을 다녀왔지만 이번에는 쫌 특별한 견학 길이었습니다. 비슷한 조건의 농산어촌의 선진 마을이 아니라 첨단 문화를 대표하는 서울과 그 인근의 색다른 코스를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마을사업, 특히 도농교류사업을 위해서는 우리를 객관화해 보고 현대적 도시 문화도 경험해보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으로 이번 견학 프로그램을 짜게 되었습니다.

 

 

그런 문제의식아래 다음과 같은 3곳의 견학지를 선정했습니다. 시민운동을 토대로 해서 도시 속 마을 공동체를 꿈꾸는 서울 마포구의 [성미산 마을]과 한국의 건축, 미술, 영화를 비롯해 다양한 문화예술을 집약해 놓은 파주 헤이리 마을의 [쌈지농부], 그리고 대안적 청소년 문화를 대표하는 서울 영등포의 [하자센타]가 그곳입니다.

 

이번 견학코스를 정하면서 혹시라도 어르신들이 재미없어하지나 않을지, 시민문화, 청년문화에 거부감이라도 느끼시지 않을지 많을 걱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저희의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저희의 걱정과는 반대로 어르신들이 더 도시 청년들의 역동적 문화에 접해보시기를 갈구하고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의 요구로 서울의 문화 중심지 인사동 견학을 추가 코스로 잡을 수밖에 없을 정도였습니다.

 

성미산마을 견학은 먼저 주민의 자발적인 출자로 운영중인 유기농식당인 성미산밥상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이어서 [시민공간 나루]로 이동해서 마을 실무자로부터 성미산 마을의 역사와 현재 진행 중인 공동체 사업들과 그 의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성미산마을은 기본적으로 주민 자체 역량을 중심으로 해서 주민의 필요에 따라 주민의 손으로 직접 해 나가는 도시 속 마을공동체 운동의 사례를 보여주는 드문 경우였습니다.

 

성미산마을은 농촌마을과는 달리 시민역량의 면에서 탁월한 조건이지만 마을의 지리적 경계가 막연하고 주민의 공동체 의식이 미약한 측면은 공동체사업을 하는데 있어 어떤 한계로 느껴졌습니다. 이점은 농촌 마을의 공동체 사업과 정확히 반대조건인데 농촌마을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부족, 주체 역량의 부족으로 고통 받지만 마을의 경계가 정확하고 주민의 공동체의식이 아직 전승되어 오고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미산마을은 그런 조건에 맞게 공동육아사업을 시작으로 해서 성미산 개발 반대운동, 그리고 그렇게 모인 시민의 주체역량을 기반으로 해서 유기농식당, 대안학교, 마을축제, 마을공방, 공동체주택 사업까지 지역 커뮤니티 전체를 비체계적이지만 다중적으로 묶어 내는 나름의 방식을 통해 도시 속 마을 공동체를 성공적으로 운영해 내고 있었습니다. 조직이나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하기보다는 바람직한 삶의 추구라는 가치기반에 토대해서 인간미를 상실해 가는 도시의 삶에 공동체정신을 불어 넣는 성미산 마을 사업의 사례는 농촌 마을 공동체 사업을 추구하는 우리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두 번째 견학 장소인 파주 헤이리에 도착해 먼저 현대적 건축과 예술이 만들어낸 [헤이리 예술마을]을 산보했습니다. 이어서 [쌈지농부]에 들러 천호균사장님으로부터 강의를 들었습니다. 큰 기대하지 않았던 천호균님의 강의는 그야말로 감동적인 한편의 드라마였습니다. 노숙인 같은 차림으로 등장해 자신은 농업의 가치를 어떻게 예술과 결합해 실현하고 있는지 토로하시고, 농업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농민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 삶인지 설파하셨습니다.

 

 

우리 예술가는 자유로운 사람들입니다. 어떤 권력 앞에서도, 대통령 앞에 가도 눈도 깜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농부 앞에만 가면 기를 펴지 못합니다. 왜냐? 농사는 가장 숭고한 창조 작업으로 예술은 농사를 흉내 내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낯선 차림 때문에 그분의 말씀이 설득력을 잃을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어르신들의 반응은 무덤덤했고 차라리 그분의 그런 자유스런 차림에 신기해하고 친근감을 느끼시는 것 같았습니다. 강의와 그에 이은 자유토론을 통해 청량산비나리마을 사람들은 처음으로 예술가들이 농업과 농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직접 들어보고 주민들이 농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느껴볼 수 있는 귀한 기회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첫날 견학을 마치고 다음 날은 영등포구에 있는 [하자센타]를 들렀습니다. 농촌마을 사업과 [청소년 대안적 직업 교육 기관][하자센타]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하자센타 실무자 분부터 당황해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도시 청소년 문화의 흐름을 느껴보고, 요즘 청소년들이 어떤 세상을 꿈꾸며 살아가는지 확인하고 싶었고 그 점에서 좋은 견학지가 되었던 것 같았습니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주민의 신뢰와 협동에 바탕한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을 추구하는 측면과 요즘의 청소년들이 자신이 가진 재능을 모아 공동의 직업을 직접 만들어내고 같이 운영하며 살아감으로써 청년실업의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해 내는 모습은 많은 유사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회적 기업의 성공적인 사례를 접해 본 점 만으로도 [하자센타] 견학은 충분히 우리 목적에 부합하는 견학지가 되었습니다.

 

 

하자센타 견학을 마치고 봉화로 돌아오는 일만 남은 상황에서 갑자기 몇몇 어르신을 중심으로 이왕 서울에 왔으니 좀 늦게 집에 도착하더라도 서울의 중심부 인사동에 들러 서울 사람 살아가는 모습 좀 보고 가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관광 요구로 받아들이고 이 제안을 거두어들이도록 설득할 수도 있었지만, 그분들의 요청은 도농교류 사업을 하는 농촌사람들이 도시 문화의 진수를 경험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요청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무더위와 따가운 햇살 속을 걷는 고행에 가까운 인사동 탐방이었지만 역동적인 도시민의 삶속에서 느끼는 생동감 덕분인지 아무도 힘들어하거나 불평하는 일 없이 열심히들 보시고 배우는 모습이었습니다. 어르신 중의 한분은 쌈지길 탐방중에 도시 사람들은 농촌스러운 것을 갖다놓고 장사를 하는데, 우리 농촌사람들은 농촌 한가운데다가 도시스러운 것을 가져다 놓고 장사를 하면 될 것 같다는 의견을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견학을 통해 도시적 삶과 농촌의 삶을 비교해보시고, 도시 속에 수용된 농촌스러움을 세밀하게 관찰하시고 계시다는 것을 확인하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청량산비나리마을 어르신들은 12일동안 무리할 만치 빡빡하게 잡은 일정을 너무나 잘 소화하셨습니다. 이번 견학을 통해 농업의 의미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농사를 짓고 사는 우리에게는 고역에 불과한 농업의 가치가 어떻게 되살어 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느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견학은 주민 한분 한분이 농부의 한 사람으로 농업과 마을공동체가 새로운 시대를 풍미할 새로운 화두로 회자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경험은 가슴 벅찬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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