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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영양군의 수비를 중심으로 작은 독서모임이 있습니다.
'책마실'이라는 이 모임은 수비의 아동센타나,
복지관련 종사자는 물론 지역 농민들도 같이하고 있다고합니다.
이 모임은 그동안 농촌공동체나 생태 등과 관련한 책을 읽고 
정기적인 독서토론회를 가져오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농한기를 이용해 '필자초청강연회'를 가지게 되었답니다.

책마실 모임의 모임지기이신 '더불어숲'님의 연락을 받고 
비나리 마을홈페이지에도 올리고, 오고가다 마주친 지역 친구들에게
이 소식을 전한 끝에 지난 11월 15일 첫 강연회에 
어른 5명, 아이 2명해서 총 7명의 봉화군 명호 주민들이 참석을 하였습니다.

사실 봉화 명호에서 영양 수비까지는 
험하고 외진 산길로 1시간이상 차를 달려야만 하는 거리입니다.
그러다보니 저녁시간에 갖는 강연회에 
누가 참석하겠다고 쉬 나서겠냐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당일이 되자 이웃 '다정불심'님이 문자로 공지를 하고
전화 독촉까지 해서 외롭고 지루했을 영양가는 길을
마을의 미래에 대한 아름다운 꿈을 나누는 
정감넘치고 신나는 시간으로 채울 수 있었습니다.  
 
 

오후5시에 일을 마치고, 나무보일러에 불을 때고, 씻고 나니 이미 출발 약속시간인 6시가 다 되었습니다. 아내가 권하는 저녁밥도 뿌리치고 약속장소에 도착하여 일행과 더불어 수비로 달려갔습니다.
일행 모두 저녁을 먹지못해 가는 길에 식당이라도 들를 생각이었지만 가도가도 식당을 고사하고 가게하나 만나질 못했습니다. 강연 시작까지는 조금의 시간을 남겨두고 도착한 '우리손 농촌유학센타'는 이미 어둠에 싸여 주위 경관을 둘러볼 수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가까운 면소재지로 나가 저녁을 해결하고 오기에도 어중간한 시간이었습니다.
할 수없이 강연이 진행될 강당에 들어가 미리 도착해 기다리고 계신 주형로님 등과 인사도 나누며 속속 도착하는 분들과 더불어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년 7시 30분이 되자 이번 강연회를 준비한 책마실 모임의 '더불어숲'님의 진행으로 이번 강연회의 준비과정과 취지에 대해 듣고 참가자들 간에 간단한 인사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날 강연에 앞서 준비된 생태가수 박창근님의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과문한 탓에 이날 처음 듣게된 가수 박창근의 노래는 모든 생명의 아름다움을 지키려는 애착과 결기가 느껴졌습니다. 박창근 님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우리손농촌유학센타'의 작은 공간에 에 가득 넘쳐나자 처음의 어색했던 자리가 화기애애한 사랑방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박창근님의 공연에 같이한 아쟁 연주자의 성함을 잊어버려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냥 강연이 아니라 저녁내내 들어도 아쉽지 않을 공연이 마무리되고 이어서 이날 초청 강사인 주형로님의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책마실의 첫 초정강연의 초대손님인 주형로님은 문당환경농업마을을 일궈오신 농민입니다. 풀무농업학교를 졸업하고 30년을 넘게 친환경 농업이라는 한길을 걸어오시며, 날로 무너져 가는  한국 농업, 농촌을 지켜낼 하나의 모델을 일궈낸 대단한 일꾼이십니다. '친환경농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전무하다못해 '좌익 사상'으로 까지 매도되고 핍박받던 시절에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오리농법을 도입하여 지역사회전체를 친환경 농업마을로 탈바꿈시켰습니다. 그분의 아름다운 삶은 '희망제작소'의 대안적 희망찾기의 과정에서 발굴되어  <작은 농부의 100년 계획서(푸른나무 펴냄)>라는 책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이날 강연회는 바로 <작은 농부의 100년계획서>를 읽은 책마실 회원들의 초정으로 이뤄진 것입니다.


주형로 선생님은 이미 농업계에서는 유명하신 분이고, 개인적으로는 이런저런 자리에서 뵙고 그분의 활동과 문당마을의 사례에 대해 들어왔습니다. 농사가 참으로 어렵지만, 친환경 농업의 어려움은 차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특히나 그 어려운 친환경 농업을 또 그에 못지 않게 힘든 공동체 사업과 결합해 성공적으로 이끌어 오신 그 분의 삶을 생각한다면 가슴뭉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번 들은 사례지만 다시 한번더 그분의 삶과 우리 농촌의 희망을 생각해 보는 귀한 강연시간이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포스트에서<작은 농부의 100년 계획서>를 소개하면서 정리해볼 생각입니다.  



이날 강연회를 통해 받은 단편적인 인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멀리 홍성에서 부인과 아들 그리고 며느리까지 동반해 강연에 임해주신 주형로 선생은 자기 삶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그분의 강연히 단지 세치 혀로 하는 강연이 아니라 그분의 삶 전체를 담아 드러내는 진실된 자기고백의 자리였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세세한 비판이 무의미해졌습니다.



그리고 사람도 드물고 돈도 귀한 산골 수비에서 이렇게 독서모임을 꾸리고 지역사회의 가치를 보전하고 새로운 삶의 공동체를 모색하는 주민들이 있다는 사실에 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농사지어 밥먹고 살기에도 빠듯한 현실에서 이웃을 생각하고 우리 농촌공동체를 생각하고, 먼 미래의 우리 농촌 나아가 인류의 삶 전체를 고민하는 젊은 일꾼들의 활동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십시일반 회비를 모아 강연회를 준비하고 솔선수범하시는 책마실 회원님의 노고가 일궈낸 이날 자리는 봉화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는 저를 포함한 지역의 젊은 일꾼들에게 큰 귀감이 되었습니다.



강연회를 파하고 먼길을 돌아오는 내내,그래서 우리마을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하는 어렵고 곤혹스런 물음에서 헤어나질 못했습니다. 같이 했던 명호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온 현실은 또 한번 부쩍 늘어난 과제가 우리를 반겼습니다.

이날 같이한 명호친구들과 아빠손에 끌려 힘드고 지루한 자리를 내내 같이한 청년이 시연이 두 꼬마에게 존경과 사랑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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