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과 좌절]은 노무현대통령의 유고다. 그런데 이 책이 못다한 그의 삶, 정치적 역정을 담담히 정리하고, 완결 지은 유고라면 얼마나 좋을까. 통탄스럽게도 이 책은 ‘미완’ 이다. 그래서 많은 아쉬움과, 많은 과제를 우리에게 남겼다. 그가 남긴 또 다른 유고인 [진보의 미래]가 대통령 노무현의 [정치철학]을 피력했다면, [성공과 좌절]은 인간 노무현의 정치 역정을 비롯한 일생을 담은 [회고록]이다. [진보의 미래]가 우리에게 [민주주의의 완성]이라는 과제를 남겼다면 바로 이 책 [성공과 좌절]은 한국사회에서 ‘성공적인’ 인간의 삶, 성공적인 정치가로서의 삶이 가능한 사회는 어떤 세상일까를 묻고 있다.
[성공과 좌절]은 그가 삶의 종비부를 찍으며 남긴 짧은 유언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가 퇴임후 고향 봉하마을에 돌아와 측근과 친인척의 ‘비리’로 궁지에 몰리고, 그가 지키고자 했던 최소의 가치들마저 철저히 농락당한 상태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입장 그리고 그 즈음의 활동에 대한 글로 나아간다. 그리고 2장에서 자신의 출생에서 성장, 대통령 당선과 재임, 퇴임과 귀향의 과정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대통령으로 이끌었던 참여정부 5년의 공과에 대한 입장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정치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시민주권시대에 대한 뜨거운 희망으로 책을 맺는다.
사실 파란만장한 굴곡을 겪고 정치적 입지에 성공한 [노무현대통령]이지만 그가 발 딛고 선 정치적 입지가 세력화되지 못하다보니 재임기간 내내 제대로 자신의 정치 철학을 펼쳐보지 못한다. 그의 정치적 지지 기반은 돈, 지위, 학벌, 특정지역이라는 기성 특권에 기생하지 않은 자발적인 불특정 다수이다. 그러다보니 재벌, 파시스트잔당, 그들의 선전지인 조중동을 필두로 한 언론마피아, 바로 그들의 지배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권력기관인 검찰마피아 등의 집요한 공격과 음해에 쉽게 무너져 내린다. 그는 기득권의 조롱과 한편이어야했던 많은 정치 세셕의 조소를 받으며 고립무원의 지경에서 외롭고 비참한 삶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삶, 자신의 정치적 역정을 비탄하거나 세상의 몰이해, 세상을 지배하는 ‘더러운 힘’을 저주하지 않았다.
그는 말했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 아무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하지만 그는 숙명론자나 온갖 악에도 저항하지 않는 무한 자비의 부처는 아니었다. 그가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 자신이 서있던 역사적 지점을 정확히 꿰뚫는 역사인식과 그러한 역사적 인식 위에서 도출한 시대적 과제 그리고 그 자신의 정치적, 인간적 처신에 대한 처절한 인식이다. 안타깝지만 여기서 우리는 인간 노무현의 진면목을 만난다. 정치적 입장의 차이나 정책적 호오의 차원을 넘어 인간 노무현의 진정성에 그의 모든 매력의 비밀이 있다. 그리고 이책 [성공과 좌절]은 그에 대한 나의 판단이 그르지 않음을 그리고 왜 그의 죽음에 왜그리도 많은 사람이 안타까워하고 분노했는지 알수 있게 해 준다.
사족을 달자면, 제목 [성공과 좌절]은 시간의 순서에 따른 “성공 후의 좌절” 로 오해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현실 정치 국면에서 좌절한 정치적 이상에 대한 많은 이갸기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또한 그의 정치 역정을 통해 성취했던 정치적 이상, 꿈에 대한 자부도 그에 못지않은 비중으로 담고 있다. 그가 스스로 실패한 삶, 실패한 정치인으로 자기규정을 내렸다고해도 나는 그것을 인정할 수 없다. 그는 위대한 정치가였고, 훌륭한 인간이었다. 그가 남긴 정치적 영향력, 펼치고자했던 정치적 꿈은 향후 한국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노무현대통령은 죽었지만 노무현의 시대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덮으며 스스로 묻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대통령을 가져봤다는 가슴 뭉클한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까?' ' 그런 대통령을 더러운 권력의 음모로부터 지켜주지 못한 자가 그를 존경할 자겨이나 있기나 할까? 그리고 더 큰 물음에 빠져든다. 역사란 무엇인지, 정의는 무엇인지 그리고 참된 지도자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한 인간의 삶은 또 어떠해야 하는지...
온갖 술수와 음모, 거짓이 난무하는 혼란스런 시대에 우리는 ‘진정성’에 목마르다.
정치적 성공이 아니라 정치 자체를 바꾸려 한, 불경한 꿈을 가졌던 대통령 노무현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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