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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문명의 발전과 이를 통한 대중매체의 폭발적 증가는
지식과 정보의 보편화와 동시에 집중화를 낳았다.
그와같은 사회 기술적 변화가 몰고온 극적인 변화중의 하나가
바로 '스타'라는 신인류의 출현이다.
현대사회는 극장이나 TV의  스크린 혹은 라디오의 전파를 통해
낡은 시대의 지배자인 장군이나 황제가 아니라 새로운 권력자인 '스타'를 낳았다.
처음에 그들은 가수이거나 배우였지만,
어느새 스포츠맨이었고 그리고 글을 다루는 작가나,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었다.
그리고 그와같은 시대적 조류의 끝에서 나는 여행가 스타들을 보았다.
그들은 여행을 하고, 여행을 통해 얻은 경험과 깨달음을 글로 쓰고
그리고 대중강연을 통해 '스타'가 되었다.
먹고 살 만한 사람들이나 하던 여행이, 아무나 하는 여행으로 변하더니,
결국 여행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나오게 되었고,
그 절정이 바로 여행가 스타인 셈이다.
세상은 바야흐르 여행자가 스타가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사실 여행은 누구에게나 문호가 열려있다.
누군들 배낭하나 달랑 매고 길을 나서지 못하겠는가?
없으면 없는데로 노숙여행을 떠나고,
있으면 있는데로 크루저여행을 떠난다.

그렇지만 막상 배낭을 짊어지고 문지방을 넘어서려는 순간
온갖 사회적, 심리적 압박에 직면하게 되고
그리고 대부분 문지방을 넘어서려던 걸음을 슬그머니 거두고
얌전히 자신의 성에 눌러앉아 애써 싸멘 배낭을 풀게된다.

세상에는 여행없이도 잘 사는 크레마뇽인에서 진화를 포기한 인종이 있는가 하면,
여행이 일탈인 사람이 있고. 더 진화하여 여행이 생활인 사람이 있다.
하지만 진화의 끝에는 생활이 곧 여행인 최신인류가 존재한다.
 그 최신인류의 한명인 유성룡을 만났다.
바로 [생활여행자]란 책을 통해!

그는 여행을 하지만 여행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서지 않는다.
그는 생활이, 삶이 곧 여행이기 대문이다.
그의 여행기는 사막의 푸른도시라는 조드푸르에서 울진 불영계곡까지,
봉화의 승부와 석포를 지나 봉화읍내 앵두다방까지 종횡무진 이어지지만
그의 여행은 지리적 물리적 공간이동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에곤실레에서 에바 케시디로,
손인호와 남인수에서 시인 이성복까지 그의 여행은 이어지지만
이런 대단한 문화적 아이콘에만 머물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삶에 대한, 모든 존재에 대한
그의 따뜻한 눈길이 가 닿는 곳 전부는 그의 여행지이자
성소이고 순례지이다. 

'어느 가난한 시인은 가난을 팔아 가난을 벗어나느데'
유성용은 여행을 팔아 여전히 여행을 떠나니
그야말로 여행중독자가 아니라 생활중독자이고
그의 생활은 곧 여행이다.

사실 원초적 여행은 나로부터의 벗어남, 나의 욕망의 내려놓음,
나의 가치관 나의 경험 나의 기억들, 나의 관계들 에서 탈주하는 일인지 모른다.
그래서 여행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가능한 것이 아니지만
도처에 있고 무시로 있고 통속적이기도 한 행위이고 습관이기조차하다.
여행마저 삶에서 제거해 버린다면 우리는 미치거나 아니면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물과 산소, 그리고 탄수화물과 함께 여행은 현대인에게 생존을 위한 필수비타민이다.
모두는 아닐지라도 여행의 묘미에 한번이라도 취해본 사람은 그 끈질긴 중독으로 부터 
영영 벗어나기는 글러버린 것이다.
치유법은 단 한가지다. 다시 여행을 떠나는 것!

지난 몇일 여행자 스타 유성용의 [생활여행자]와 함께한 
나의 시간은 긴, 뜻깊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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