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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군 농민단체 협의회 초대로 정태인 선생의 강연

[한미FTA가 나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를 듣고 나니 정신이 아찔하다.

농민의 한 사람으로 무역확대를 위해 한국 농업 시장을 내어주는
한미 FTA에 대해 당연히 반대해 왔지만 
한미 FTA에 대해 그 이상의 이해 없이 심정적으로 정서적으로 반대해 왔다. 

그런데 막상 MB가 한미 FTA를  3월 15일 발효한다고 선언한 시점에서 늦게나마
새로운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 정태인 선생을 모시고
그 실체적 진실을 알기위한 귀한 강연회를 가지게 되었다.  

지난 3월 9일 봉화군 농민회 회원의 한 사람으로 동지들과
비나리 자활농장 아주머니들을 모시고
강연회가 열리기로 되어 있는 봉화군 청소년 수련관 입구에 들어서니
먼저 도착한 동지들이 행사준비에 한창이다.
안내 전단을 돌리고 플랭카드를 설치하고
경상북도만 거부하고 있는 친환경 무상급식과
한미FTA 폐기를 촉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었다.

동지들과 반가히 인사를 나누고 둘러보니
강연회가 열리는 오후 2시가 다가오는데
강연을 들어러 온 사람이 채 스무명이 되지 않았다.
걱정이 태산같았는데 정태인 선생이 도착하고 강연히 시작하고 나니
다행히 약 150여명의 청중이 강당을 메우고 있었다.


이날 정태인선생의 강연 내용 중에 새롭게 인식한 딱 두가지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한미FTA의 전선은 한국과 미국이 아니라  한미자본과 한미민중사이에 그어져 있다.
정부는 한미 FTA가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고 국내 산업간 상반된 이해관계가 일부 있을 수 있으나 전체 국부의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 주장해 왔다. 이는 애국주의에 호소하는 보수권력의 낡아빠진 술수긴 하지만 아직도 가장 효과적으로 국민의 의식을 마비시키는 선전술이다. 당장 나부터 정부의 술수에 넘어가 농업이 입는 손해를 타산업이 얻는 이익에서 떼내어 메꾸어만 준다면 한미 FTA를 반대하지 않겠다고 생각해 왔었다. 참으로 순진한 생각이다. 자본은 국경도 없고 국적도 없는 탐욕 그자체에 불과한데 아직도 우리는 '민족자본'같은 순진한 생각에 빠져있지 않은지 스스로 점검해 봐야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한미FTA가 미국인 한국인을 위한 것이 아니고 한국과 미국의 자본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할 것이다.    


2. 한미FTA의 목적은 무역확대가 아니라 복지(공공영역)의 시장화다.
미국시장이 한국 수출량의 8.5%에 불과한데, 한미 FTA로 무역이 - 이 역시 불투명하지만 - 자신들의 주장대로 일정정도 증가한다고해도 별 대수롭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자본이 한미FTA에 목을 메는 것은 시장확대에 한계에 도달해 더이상의 출구가 없는 지금 그동안 공공영역으로 분리되어 잠식하지 못하고 있던 철도, 우편, 의료 등의 역역을 침탈하여 사회적 보호장치를 해체함으로서 사회에 대한 자본의 총체적 지배를 획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미국식 법제, 문명을 벗어던진 벌거벗은 미국식 자본주의를 한국까지 이식하려할 것이고, 이는 곧 삼성같은 한국 자본의 이해와도 일치하는 기도이다.     

 

 

사실 마을에서 주민들을 만날 때 한미FTA에 대해 간혹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항상  이구동성으로 하시는 말씀이  "내야 이렇게 살다 죽으면 그뿐인데, 우리 아들 직장에서 쫒갸 나오지 않는게 더 중요하다. 농사 망해도 공장이 잘 돌아가는데 도움된다면 한미 FTA에 찬성해야 안되겠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나라가 잘살게 된다는데 농민 이익만 이기적으로 주장하면 되겠나?"는 것이었다. 대부분 대중은 '국익주의적' 사고에 빠져있고 또 공공역역의 시장화에 대해서는 인식을 하고 있지 못한게 사실인 것 같다. 향후 정권교체와 한미FTA 폐기로 나가기 위해서는  한미FTA 의 실체에 대한 대중적 이해를 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값진 강연을 접할 수 있게 해준 봉화군 농민회와 초대에 응해주신 정태인 선생님께 큰 절이라도 올리고 싶다. 참 힘들고 바쁘시겠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태인선생의 강연을 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권을 교체하고 나서 공중파방송에서 정태인 선생을 다시 뵐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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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대부분 사람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또 한해를 시작했다.

도대체 2010 한 해는 또 어떤 해일까?

지난한해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자본권력의 야만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용산참사로 시작한 2009년에는 한국 정치사의 한 획을 긋는 큰 별-김대중 대통령이 영면하고, 등락을 거듭하긴 했지만 처음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고 오직 그 힘으로 대통령에 오른 '국민의 영원한 대통령' 노무현대통령께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셨다. 그리고 인기 연예인이의 자살 같은 대중적 관심을 일으킨 일들도 많았지만,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난 음지에서 고통 속에 죽어가거나 죽음보다 못한 삶은 이어가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실업률은 높아만 가고, 취업자의 근무조건이나 임금수준은 갈수록 열악해졌다. 언론은 연일 2008년에 시작한 세계경제위기를 MB정권의 노력덕분에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며 떠들어대고 있지만 일반 국민의 삶의 질은 끝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먹고 사는 데 연연해야 되는 대부분 국민들에게 전통 박통시대를 방불케 하는 정치사찰과 반대자에 대한 탄압, 국정원 같은 공공기관의 정치공작과 언론탄압, 노조를 위시한 자본의 잠재적 걸림돌에 대한 대대적인 공작과 탄압은 먼 나라의 일처럼 여겨질지 모른다. 하지만 골목 가계를 중심으로 중소상인이 몰락해 가고, 비정규직이 보편화되어 알바인생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고, 이전 정부에서 기초를 닦았던 복지서비스는 대폭적으로 축소되거나 정치적 생색내기용으로 전략했다. 구체적으로 피부에 와 닿고 하루가 다르게 열악해져 가는 삶의 조건은 대부분 국민들이 외면하거나 피해갈 수 없었다. 구체적인 개인의 삶의 안정성이 얼마나 심각하게 파괴되었는가는 바로 세계 최고의 자살률이 대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조중동이 '한국은 모범적인 위기 극복 사례'다면 떠벌리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그것이 바로 GDP 등으로 대표되는 경제지표다. 한국경제는 분명히 지표상으로는 최악의 위기상황을 돌파했다. MB가 호언하는 보랏빛 미래는 불가능할지 모르나 많은 불안요소를 내포하고 있을지언정 우선의 경제지표는 나름대로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2010 성장률 속에 감춰진 한국사회의 진실]은 출발한다. 일반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은 날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최소한의 안정성마저 소멸해 가는데 어째서 경제지표는 항상 보랏빛인가? GDP는 회복세라는데 국민 개개인의 소득은 줄어들고, 실업도 갈수록 늘어나는 이 역설의 근저를 헤집고, 경제 지표가 아니라 국민의 구체적 삶의 조건이 기본이 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제출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목표이다.

이 책을 저술한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은 그 동안 우리 사회의 진보적 발전방향에 대해 연구하고 그 성과를 토대로 꾸준히 진보적 아젠다를 우리 사회에 제출하여 공론화해 오고 있다. [한국사회의 진실]은 바로 그와 같은 작업의 결정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먼저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에 대한 문제제기로 시작한다. 신자유주의의 최고 원리는 자본의 유연성이다. 이윤을 얻기 위해서라면 어떤 곳도, 어떤 방식으로든 쓸고 다닐 수 있도록 허용하는 신자유주의 원리는 전 세계적으로 고용의 안정성, 삶의 안정성을 무력화시켜 왔다. 그렇게 초래된 것이 지난 경제위기이고, 이에 대한 자본 측 처방이 일정한 금융자유 규제 등 ‘금융안정성’을 구축하는 일이다. 하지만 자본의 유연성을 전면적으로 폐지하고 이를 고용의 안정성, 삶의 안정성으로 대체하지 않고는 치유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를 위시한 기득권은 현 위기를 신자유주의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로 보지 않고, 작금의 위기를 모면하고 나면 바로 위기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양 착각하고 있다. 시장을 만능으로 보았던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시장의 균열이 이번 위기의 본질임에도 불구하고 MB정권의 경제 정책은 규제완화, 노동유연성 강화 등 세계적 조류와 역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MB정권이 근본적인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의 폐기와 새로운 경제질서의 수립으로 나갈 것이라고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지만 기본적인 자본 규제조차 시도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더 큰 새로운 위기를 불러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물론 이 모든 것이 MB정권의 탓이라기보다는 사실 한국인의 뇌리를 지배하고 있는 박통의 유산인 성장제일주의, 경제중심주의이다. 그와 같은 국민의 사고, 가치지향이 747이라는 황당한 공약을 내건 도덕적 파산자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이다. 국가의 총량적 경제성장이 곧 자신의 개인적 삶을 직접적으로 윤택하게 할 것이라는 단순한 믿음을 가지고 분배원리와 사회정의를 외면한 덕분에 그와 같은 정권이 탄생하고, 반 서민적 정책이 버젓이 펼쳐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의 개인적 삶의 안정성이 확립되지 않은 속에서, 아니 그 안정성을 파괴한 대가로 가져온 성장은 결국 현격한 빈부격차를 초래하고, 빈부격차가 야기하는 사회균열은 결국 경제조차 발목을 잡는다는 엄연한 사실을 외면해온 때문이기도 한다.

사실 이 책은 한국 사회의 많은 문제를 다루고 있다. 교육에서부터 가계부채 문제까지, 남북 문제에서 올 6월로 다가온 지방 선거까지 국민이 현실감 있게 느끼는 문제의식을 총망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심한 사회 양극화 문제, 고용 없는 성장, 서민 삶의 불안정성, 무한경쟁의 늪에 빠진 교육, 꼬이고 있는 남북관계, 토목위주의 사회간접투자의 비효율성 등등.

하지만 결국은 고용을 통한 성장전략이 이 책이 최종적으로 제시하는 대안적 정책이 아닐까 한다. 지금까지 성장을 통한 고용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전면에 세우고 성장을 위해서 우선의 고용까지도 희생하면 언젠가는 고용이 회복될 것이라는 미망에 사로잡혀 고용없는 성장을 초래한 것이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근간이었다면 이 책은 먼저 고용을 통해 소비를 진작시키고, 그와 같은 고용과 소비가 경제 성장을 가져오는 선순환을 제시한다. 그를 통해 서민적 삶의 안정성을 구축하는 것이 바로 한국 사회의 진보를 향한 출발임을 역설하고있다.

 

많은 공감과 깨달음은 준 이 책을 읽으며 ‘2010지방선거에 임하는 한국 진보세력의 연대 전략에 대해선 일말의 아쉬움을 느꼈다. 필자는 최소강령 최대연합인 민주대연합론과 최대강령 최소연합인 진보대연합론을 대비하면서 양대진보세력간의 연대를 통해 중도개혁세력(민주, 국민참여당 등)과의 연대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한국 진보세력이 독자적 세력으로 선거에 임하지 못하고 중도개혁세력과 연대할 경우 진보적 이슈가 희석되고 진보세력이 형해화 될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시절의 한국 정치 역정을 보거나 최소한 참여정부시절 보아왔듯, '보수의 나라'에서 중도 개혁 세력의 몰락은 곧 진보세력의 동반 몰락을 자초했다는 사실, 반대로 중도개혁 세력의 득세는 곧 한국정치에서 진보 지평의 확대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바로 현단계 MB정권의 성격과 개혁진보세력의 시대적 과제가 무엇인가 하는 통찰 위에서 보다 대승적 연대의 틀을 견지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아무튼 현시점의 우리 사회를 되짚고 미래를 전망해보게 한 [한국사회의 진실]은 깨달음의 기쁨을 주는 보기 드문 한국사회에 대한 처방이다. 많은 분들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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