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한번은 순례여행을 떠나라'(경민선)
책 제목만 보고 나는 대답했다.
'그래. 떠나자 한번쯤은...'
하지만 금새 의문이 떠올랐다.
'중세도 아닌데 갑자기 순례길이라니?'
'나는 종교인도 아니잖아?'
그리고 짧은 망설임끝에 보다 근본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 역시 일생에 한번은 순례길을 떠나야지.
아니 우리 인생이 바로 순례길의 연속이 아니든가?'
'길'이 '걷기'가 유행이 되는 시절을 낳은
인간이 지나온 역사를 뒤돌아보자.
인간은 어느날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기를 포기했다.
그것은 지상의 모든 존재를 식민통치하는 신으로부터 버림받아서가 아니라,
인간 스스로 낡은 신과 더불어 새로운 신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신을 통해 인간은 지상의 천국을 열망했고,
그리고 지상의 천국이 세워지는 하늘에는 항상 낡은 신의 호위가 있었다.
그렇게 인간은 세계를 지배하려했지만,
새로운 신은 또다시 인간을 통해 세계를 지배하고자 했다.
결국 낡은 신은 두터운 철문과 높은 담이 둘러처진 교회에 갇혔고,
인간을 지배하기 시작한 새로운 신은 베일을 벗고 본색을 드러냈다.
그것은 '자본'이었다.
위대한 조물주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계약은 깨어지고,
세상은 '자본'의 식민통치를 받게 되었고,
인간은 자본의 지배를 수행하는 '총독'이 되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인간은 스스로의 가치를 포기하고,
자본의 노예로서 인신포기각서에 서명해야했다.
이제 인간은 물량화되고, 계량화되고
그리고 이윤을 위한 '투입 요소'가 되었다.
그것도 위대한 '자본'의 하위 범주로 말이다.
그리고 자본의 지배가 정교해지는 만치
인간은 인간 본연의 모습에 목말라했다
인간은 세계를 지배하고자하는 꿈에 의문을 제기했고,
이제 그 스스로의 삶의 지배자가 되고자 했다.
그렇게 인간은 새로운 신도 낡은 신도 아닌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섬기는 존재가 되었다.
인간은 섬기면서 동시에 섬김을 받는자가 되고자 했다.
그 깨달음의 끝에 사람들은 갑자기 길을 나서기 시작했다.
스스로 자기 삶의 가치를 찾아 길을 떠난단다.
신경정신과가 보편화되고, 우울증이 마음의 감기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세상,
온갖 치유 프로그램이 범람을 하고,
기성종교의 틀을 넘어 새로운 종교마저
위대한 과학의 시대를 침범하는데
인간은 다시 흙과 바람과 태양과 몸이 만나는 원초적 경험을 찾아 나선 것이다.
'걷기'는 그렇게 붐이 되었고, 카미노데 산티아고가 오시코쿠순례길이
그리고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이 탄생했다.
순례길에서는 지친 다리의 노고를 들어주고,
순례 도중에 죽음을 맞이할 경우 비목으로 쓸 지팡이 츠에는
어쩌면 순례가 끝난 뒤에서 영원히 가슴 속에 담고 다녀야할 지팡이 인지도 모르겠다.
살아서 의지타가, 죽어서 비목으로 남길 손때 찌든 지팡이 하나쯤 가슴속에 안고 산다면,
우리는 자신의 삶을 그래도 덜 천대하고 더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인생의 한번은, 최소한 한번은 스스로의 삶을 찾아 먼 순례길을 떠나야 한다. 그길은 영원한 방랑의 길이 아니라 잃어버린 자신의 삶의 가치를 찾아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그리고 순례를 떠나기 전과는 다른, 순례를 다녀왔던 사람의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
이 책이 테어나도록 한, 필자의 우울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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