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코코 2월 15일(총선60일전)
토요일 아침 이웃의 안내로 명호면 산불진화대와 산불감시원을 만나 지역과 농민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20여년 전 귀농초기 먹고 살기 어려워 저 역시 산불감시원으로 겨울 농한기를 보내던 시절이야기도 나누고 산불감시원에 대한 처우와 신분상 불이익이 없는지 여쭈었습니다. 그 때 산불 감시원이라고 함부로 대하던 면사무소 담당 계장과 다투었던 추억을 말씀 드리니 요즘은 그런 경우는 사라졌다고들 하십니다. 하지만 임시직이라는 설움, 2년이상 연속근무를 못한다는 조건, 대원들이 모이고 휴식을 취할 공간이 너무 취약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농한기 벌이도 좋지만 필요한 분들에게 년중 근무할 수 있는 공적 일자리가 된다면 좋겠다는 말씀도 들었습니다. 여름 환경 감시원, 겨울 산불진화대를 묶어서 안정적인 지역지킴이 일자리가 될 수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호면을 나와 영양으로 달려갔습니다. 수비에 차를 세우고 첫 발걸음을 경로당으로 향했습니다. 대여섯분 어르신이 마작놀이를 즐기고 계셨는데 저가 들어서자 너무 반가운 얼굴로 맞이하십니다. 이야기 진작 들었다고. 농민이 국회에 진출해야된다고, 후보 부부 인상이 좋아 꼭 당선될거라고 말씀들을 하십니다. 그리고 영양 어르신들은 한때 농민회에 가입해서 활동하시던 분이 많기 때문에 농민회만 나서면 싸울만하다는 말씀도 하십니다.
70년대 박정희 시대 말기 고추투쟁과 오원춘 투쟁의 대열에서 2~30대 열혈 청년으로 참가하신 분들이 이제 7~80대 어르신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때의 뜨거운 가슴이 느껴졌습니다. 영양군 농민회가 한때의 침체를 벗어나 지금 활발히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마을회관을 나오니 몸은 가볍고 마음은 더 환해졌습니다.
이어서 상가를 돌고 면소재지 주변의 경로당과 마을회과을 두루 돌아다니고나니 점심시간이 다되었습니다. 면사무소앞 #발리식당 에서 영양군농민회 사무국장님을 만나 맛난 점심을 먹고 같이 동행해 계2리 계1리 등 경로당을 들렀습니다. 경로당이 비어있을 경우 대부분 인근의 비닐하우스에서 고추모종 이종을 하고 계셨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모종 이식을 하는 모습이 눈물겹도록 아름다웠습니다. 올해 봄 농사를 접고 선거운동을 다니는 농부의 마음 한 켠이 깊이 아렸습니다.
영양읍 LH아파트경로당에서 스무개가량의 마을회관 투어를 마무리했습니다. 오늘은 이상하게 다른 날은 없던 술잔권유가 많았습니다. 어떤 마을은 어제 당제를 지냈다고 제주 한잔하면 이게 바로 당선주라고 권하십니다. 당선주라는 말씀에 잘 마시지도 못하는 소주를 넙쭉 받아마셨습니다. 서너군데 회관에서 이렇게 반잔씩 몇 번을 받아마시다 보니 당선 다 된 듯 들뜬 기분으로 하루를 신나게 보냈습니다^^
어르신들이 지내시기에 불편한 게 없는지 노인복지에 소홀한게 없는지 여쭤보면 대부분 만족하신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복지정책이 강화되는 것에 대한 비난 일변도의 보수정당 때문인지 어르신들이 받는 수혜가 당연한 권리의 행사라고 당당히 주장하시는 느낌보다 왠지 수세적 반응을 보이시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경제 대국이고 충분히 복지를 강화할 여력이 있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하고 이런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만드신 분이 바로 당신들이시기에 나라가 이제 어르신을 충분히 대접드려야 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영양읍에서 당원 동지를 만나 저녁 식사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 짓고 밤길 달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내가 어디까지 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루하루의 여정이 이렇게 알차고 신나니 흐뭇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듭니다.
16일 오늘은 봉화성당 10시미사를 시작으로, 서울서 내려온 딸과 함께 봉화읍 인근 마을회관 투어를 하고 일찍 마무리하고 휴식을 취할 생각입니다. 늘 마음으로 동행해 주시는 벗들의 응원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