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영양·영덕·봉화·울진 지역위원장 송성일
2019.10.25 영덕청소년해양수련관
수치로 보는 여성 농어민의 현실
여성 농어민 비율 : 농업종사자의 52%가 여성
농어가 경영체등록에서 여성이 농장주로 등록된 비율 18.7%
군청 과장급 이상 여성 비율?
지역기초의원여성 비율 : 봉화 6:2/ 영양 6:1 / 영덕 5:2 / 울진: 6:1
농협조합원의 여성농민 비율, 대의원비율, 임원의 비율, 조합장의 비율?
여성이 행복한 농촌이 될 때만이 농촌의 미래가 있다는 말을 듣기 시작한 지 한참이 흘렀다. 많은 정책적 뒷받침이 있었고, 여성 농어민 지원 정책의 역사도 깊다. 2001년 [여성농어인 육성법]이 제정되었고, 3차에 걸친 “여성농업인 육성 5개년계획”이 추진되었다. 2018년 해양수산부는 여성 어업인 육성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발표했다. 2017년에 수립된 ‘제4차 여성어업인 육성 기본계획(2017년~2021년)에 따라 여성 어업인의 전문성과 사회경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기사에 따르면 “이번 발표한 시행계획은 ▲정책 추진을 위한 기반 구축 ▲여성 어업인의 전문성 강화 지원 ▲여성 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 지원 등 3대 전략과 9개 추진과제로 구성... 여성 어업인의 경제적 지위 확보를 위해 '어업 분야 공동 경영제 제도'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어업 경영체 등록 시 배우자 공동 경영주 여부를 기재하도록 해 여성 어업인이 단순 종사자가 아닌 경영의 주체가 되도록 할 계획이다.”고 했다.
시행계획이 낯익은 것은 여성어업인 육성 정책뿐 아니라 여성농민 육성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재탕 삼탕 울겨먹기식 정책 나열에 불과하고, 나열된 정책 전부가 실행된다고해서 여성 농어민의 처지가 별반 달라질 것도 없어 보인다.
여성농업인의 현실을 수치를 통해 보면 현실은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여성농민의 비율은 현재 53%에 육박한다. 그런데 농업노동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을 얼마일까? 60%를 넘어선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미 농업은 여성이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농가 경영체등록에서 여성이 농장주로 등록된 비율은 18.7%에 불과하다. 어민중 여성의 비율도 농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50%를 넘어섰다. 하지만 어업경영인중 여성의 비율은 22% 전후에 불과하다. 농업과 어업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비율, 여성 노동력의 비율이 50%를 넘어선 지 오래지만 여성농어민의 사회적 지위는 제자리걸음임을 보여준다.
농협조합원 중 여성의 비율은 약 30%에 이른다. 하지만 여성 대의원의 비율은 0.34%에 불과하다. (2018 국감 김현권의원) 그러면 농협 임원중 여성의 비율은 얼마일까? 불과 0.06%에 불과하다고 한다. 조합장 성분포를 보면 더욱더 충격적이다. 지난해 치러진 농협조합장 동시선거 결과에 다르면 조합장 1,113명 당선자 중 여성 당선자는 8명에 불과해 전체 당선자의 0.007%에 불과하다. (2019년 3월 14일, 농업금융정책과 배포 보도자료)
이런 성비불균형은 비단 농어업 분야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자료에 따르면 2017년에 정부 수립 이후 69년 만에 처음으로 행정부 국가공무원의 여성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남성이 다수였던 공직 사회에 여초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여성의 비율은 급격히 줄어든다. 5급이상 여성공무원의 비율이 1987년 0.5%에서 2017년에 이르러 거의 20%에 육박한 것만으로 놓고 본다면 거의 폭발적 증가세라고 할 수 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행정부 국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통계다보니 농어촌지역의 통계는 이보다 심각할 것이라고 충분히 짐작해 볼수 있다.
◆ 여성공무원 비율 변화 추이,자료=인사혁신처
◆ 5급이상 여성 공무원 비율,자료=인사혁신처
구 분 |
87년 |
97년 |
07년 |
17년 |
여 성 인 원 |
61 |
410 |
1.851 |
5,034 |
비 율 |
0.5% |
2.8% |
9.1% |
19.8% |
2. 무엇이 여성농어민을 배제하는가
농업보조자로서의 여성 : 생산주의 농업 현실
가부장제의 잔재 엄존
권력지향·경쟁중심의 사회문화 : 공존과 평화, 배려와 돌봄 문화의 결핍
여성의 사회진출이 본격적으로 일어난 것은 국가 주도의 수출주도형 산업화 정책이 시행된 60년대 중·후반부터다. ’산업역군‘ 동원을 위해 급속한 농촌 분해가 정책적으로 강제되었고 이에 따라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본격화되었다. 제조업 르네상스라 해도 좋았을 시절에는 수출자유지역의 섬유·봉제산업에서 제화산업 등을 여성 노동자가 담당했다면 80년대 전후한 서비스업 붐에 따른 여성의 진출이 이어졌다. 사회경제적 요구에 따른 여성의 사회진출은 마찬가지로 농업노동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역할과 비중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여성은 가사노동이 줄어드는 만치 농사일의 몫을 늘여나가야 했고, 경제적 필요에 따라 여성의 경제활동이 필요해졌지만 현실적으로 농사일밖에 할 일이 없기도 했다. 여성은 자신의 농사일 틈틈이 농업노동자로 품삯노동을 수행하며 농업에서 차지하는 여성노동을 증가시켰다. 하지만 60%에 이르는 농업에서 차지하는 여성노동의 비율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 상승을 동반하지 않았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농업현실에서 우선 찾아볼 수 있다. 한국 농업을 특징짓는 생산주의 농정은 극심한 경쟁과 농가 빈곤의 악순환을 가져왔다. 가계의 긴박함은 여성 농민의 권리 신장을 가족내 과제의 우선 순위에서 늘 뒷전으로 밀리게 만들었다. 사회적으로도 마찬가지였다. 여성농민의 권리신장은 농민운동의 곁다리에 불과했다. 반복되는 가격지지투쟁과 반FTA등 정치권력을 향한 투쟁은 여성농민의 삶을 둘러볼 여유를 주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여전한 가부장제의 온존을 들 수 있다. 특히 농촌은 성차별적 잔재가 도시에 비해 훨씬 많다. 도시에서 귀농한 새댁이 동네 마을회관에 한 번만 가 보면 다시는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어르신인 남자들은 앉아서 대접받고, 새댁이 없는 마을회관은 어르신과 동년배인 할머니가 수발을 든다. 젊은 남성은 당연히 대접을 받는 자리에 앉고 젊은 여성은 부엌으로 달려가야 한다. 새댁이 없고, 더 이상 수발들기에 힘에 부친 할머니들이 회관나들이를 멈추는 순간 마을회관은 문을 닫는다.
이는 회관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성차별 문화의 잔존의 문제다. 자료에 따르면(“귀농한 가족 귀농하지 않은 여성”, 대구경북연구원 성지혜, 2011) 남편의 고향에 귀농한 경우 귀농이 시집살이의 연장의 의미를 가지며 이는 여성이 농업을 거부하게 하는 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부부가 귀농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반대가 극심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귀농학교를 운영하면서도 귀농 성공의 조건으로 누누이 강조하는 것이 부부의 상호동의하에 이루어지는 귀농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거중 남성 단독 귀농의 경우와 충분한 합의 없는 귀농으로 인한 가정 파탄을 목도하기도 한다.
가부장제의 잔존은 여성농어민의 사회활동을 제약한다. 여성농어민이 지역사회 활동에 진출한 경우도 ’여성적‘역할에 한정된 지위가 주어진다. 농업인 단체가 모이는 자리서도 여성농어인단체 회원은 음식을 준비하고 뒷설겆이를 책임진다. 마을의 의사결정 구조에서도 늘 배제된다. 이는 군정의 결정과정, 의회의 활동, 지역 사회단체에서도 마찬가지다. 늘 남성 보조자로서의 여성의 역할이 강요된다. 농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여성은 농업보조자지 결정권자가 아니다. 여성은 하루종일 고추를 따고 남성은 면사무소와 농협을 들러 업무를 처리하고 농약방을 들러 시절을 논한다. 다음 해 작목을 정하고, 규모를 정하고, 농법을 결정하는 것은 대부분 남자의 몫이다. 농업경영체 등록시 공동경영자로 등록이 가능하지만 이때에도 남성경영자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가부장제와 동일하게 권력지향적인 사회문화가 여성농어민을 배제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여성은 서열문화와 경쟁관계에 서툴고, 사회적 권력관계에서도 살아남기 힘들다. 이는 여성의 사회성이 부족해서가 아니고 우리 사회가 아직 덜 민주적이고, 수평적 관계맺기에 친화적이고 경쟁보다는 돌봄과 공감의 정서에 친숙한 여성이 버티기에 힘든 사회문화적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부장제와 권력지향적 사회문화는 제도적 장치의 안과 밖에서 여성농어민의 배제를 위해 아직 은밀하게 작동하고 있다.
3. 여성농어민의 제자리찾기
농협, 정치, 각종 위원회 등의 여성 할당제
농민수당의 인적 배당을 통한 여성농민의 주체성 회복
여성친화적 농업의 구현 : 탈경쟁주의 농업, 농민기본소득
실효성을 떠나 여성농어민의 제자리를 찾기 위한 적지 않은 요구가 있었고 이에 따른 제도적 장치가 도입되었다. 농어가 공동 등록제, 농협 복수조합원제, 여성후보 30% 쿼터제(더불어민주당), 농협 여성 대의원 할당제, 농가도우미제도, 여성문화바우처제도, 여성농어민 전담부서 설치 등등 비전문가의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적지 않다. 이들 제도를 통해 여성농어민의 지위향상이 얼마나 되었고, 여성농어민의 요구가 얼마나 실현되었는지 연구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당면한 요구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도입된 제도들로는 여성농어민의 사회적 지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데 한계가 명확해 보인다. 즉 몇몇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정책들의 경우 그것만으로는 여성농어민의 사회적 진출을 저해하는 불평등 요소를 제거하여 여성의 사회적 지위향상을 가져오거나, 여성농어민의 사회적 역할 변화에 따른 정책 수요를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물론 여성농어민의 세대별 요구가 연배에 따라 갈라진다고 한다. 나이가 많을수록 복지와 노동경감책에 대한 요구가 많고 나이가 젊은수록 지위향상에 대한 요구가 많다고는 한다.
하여튼 사회적 결정 과정에 참여가 가능한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여성 할당제는 양성평등이 확실히 구현되는 시점까지 나름의 의미를 가질 것 같다. 당장 농협 대의원 여성 할당제를 통해 여성 대의원이 참여하고 농협 경영과 관련한 ’여성의 요구‘가 늘어난다면 지금의 농협은 조금은 달라져야할 것이다. 정치도 만찬가지다. 권력지향적이고 경쟁지상주의가 판치는 정치판에 여성 정치인의 진출이 절반에 도달한다면 기계적인 비율은 아니겠지만 정치 문화풍토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여성 농어민의 사회정치적 지위의 향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업의 기반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성별 분업이 희석되고 세대주와 세대원이라는 수직관계에서 세대원간 수평관계로 전환이 요구되는 시대에 발맞춰 여성농어민의 사회적 지위상승을 가져오지 못한다면 농업의 유지, 농촌의 보전은 불가능할 것이다.
현상적으로 보더라도 농업의 양상이 많이 바뀌었다. 단순반복 노동을 통한 생산이 여전이 주이긴 하지만 농업이 2차, 3차 산업적 성격을 늘여가고 있다. 농산물가공, 상품개발, 식품 유통, 도농교류를 위한 농사체험과 문화체험 그리고 교육농장 운영과 고객관리 등 공감과 돌봄의 중요성이 늘어나는 만치 완력이 주가 되던 전통 농업사회에서의 남성의 지배력이 그만치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농어민의 사회경제적 역할 변화요구에 걸맞게 변화하지 못하고 젠더 이슈를 슬기롭게 대응하지 못하면 향후 농어촌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귀농 귀촌 분야에서만 보아도 젠더 문제가 핵심적 과제다. 여성이 동의하고 공감하는 농촌생활이 되려면 무엇보다 먼저 성평등이 구현된 농어촌이 되어야한다. 성평등이 구현되지 못한다면 귀농인구 유치 특히 청년 농부유치는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미 농촌은 변화의 물결에 싸여있다. 젠더의식으로 무장한 젊은 여성농민이 두각을 드러내는 사례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플리마켓의 주역은 사실상 젊은 여성 농업인이다. 봉화군만 해도 ’다놀장‘과 ’시시콜콜장터‘라는 플리마켓 운영사례가 있다. 당연히 주역들은 젠더 이슈에 민감하고 가부장적 문화를 극력히 거부하는 젊은 여성이다. 농산물 유통 사업 분야서도 여성 농민이 부각을 드러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윤리적 생산과 소비운동의 주역도 바로 여성이다. NON-GMO운동의 주역도 여성이고, 제철꾸러미 사업이 주역도 당연히 여성이다.(언니네 텃밭의 사례)
지역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여성활동의 비중이 날로 증대하고 있다. 봉화군 춘양면을 중심으로 한 “솔방울회”는 13년전 창립된 100여명 이상의 회원이 참여하는 조직으로 문화활동을 중심으로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들을 해오고 있다. 물론 주역은 젊은 여성이다. ’우리동네 인문학‘, ’마을길 걷기‘, ’페미니즘영화같이보기‘, ’시시콜콜장터‘, ’고전읽기모임‘, ’생활사박물관추진모임‘, ’몸펴기운동‘, ’기타교실, ‘동네밴드’ 등 여성적 감수성이 묻어나는 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저변에서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농업의 변화, 농업의 위상변화, 농업의 기반 변화에 따라 완결될 것이다. 물론 이는 그야말로 기대에 불과하고, 사회경제적 여건변화가 젠더 환경의 변화를 기계적으로 가져오지 않는다고 해도 변화의 경향성은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정부는 경쟁주의 농정에서 탈피하여 농민의 삶 중심의 공익형직불제를 농정의 중심으로 삼겠다고 한다. 발표에 따르면 보조금 중심의 농정을 개혁하여 가구당 월 50만원 정도의 공익형 직불금을 배당하겠다고 하는데 이 자체만으로 농업의 변화를 가져오겠지만 덧붙여 ‘농민기본소득제’가 도입이 된다면 농민의 삶의 조건은 획기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생계에 쫒겨 ‘착취농업’이 강제된 조건에서 일정정도 벗어날 수 있는 조건이 되면서 포용과 돌봄, 공감과 연대 같은 여성적 감수성과 정서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여성적 감수성’ 개념이 가진 성차별적 요소를 경계하고 이 부분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일단 경험적으로 장애인 돌봄 운동, 토종종자 지키기운동, 학교급식운동, 동물복지운동, 채식주의 운동, 친환경 농업, 가족소농운동 등을 주도하고 도농교류사업에 있어 관계의 지속성을 유지해 나가는 주역이 여성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와같은 여성적 운동의 목표가 실현 가능해지고 여성농어민의 사회적 지위 상승이 동반되는 사회적 조건은 농어민의 삶의 조건이 바뀌는 것이아닐까 가정해 본다.
4. 여성이 바꾸는 농어촌, 여성이 행복한 농어촌!
여성농어민운동의 성과
여성이 먼저 찾는 성평등한 농어촌
여성적 감수성과 생태주의가 만나는 현장 농어촌
사회경제적 요구가 성별분업을 희석화하고 산업에 따른 남녀의 분리가 많이 줄어든 현실이지만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미미한 변화만 보이고 있고, 특히 농어촌에서 여성의 지위는 더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농어촌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농어민의 낮은 사회적 지위와 성차별적 문화에 의해 이중적으로 규정받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차별적, 경쟁적 사회 원리의 변화와 농업의 근본적인 성격변화가 필요하지만 이는 전제가 아니라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보족적 관계다. 다시말해 여성해방이 사회 변화를 추동하고 사회 변혁이 여성 해방을 앞당기는 관계라는 것이다.
여성농어민의 지위향상을 위한 노력은 사실 그 연원이 깊다. 자료를 살펴보면 대표적 여성농어민 조직인 “생활개선회”는 1957년 ‘여성가정과’ 설치에 따라 1958년 ‘생활개선구락부’라는 조직으로 탄생했다. 조직의 목적은 농촌환경개선과 가족계획 등을 수행할 여성 농어민의 조직화지만 암묵적으로는 국가동원의 목적을 가지고 관주도로 육성한 것이 사실이고, 1990년대 이후에는 농가부업과 지역사회 봉사나 친목 등의 기능이 중심이 된 조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조직 상황을 살펴보면 명목상 시군당 5~700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전국적으로는 약 9만명정도의 여성농어민이 활동하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사실 ‘생활개선회’가 여성의 사회진출을 견인하면서 여성농어민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개선하는 데는 일정 한계를 보였다. 남성주도의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한농연)에서 분리하여 여성농업인 고유의 요구와 권리를 주창한 한국여성농어인연홥회(한여농)등의 단체도 있지만 생활개선회 등과 크게 성격을 달리해 보이진 않는다.
이들 조직에 대한 비판에 기초해 탄생한 조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이다. 전여농은 1989년 여성농민의 요구를 바탕으로 농정에 대한 비판과 농민권리보장 투쟁을 전면화할 것을 요구하면서 출범했다. 그때까지 보였던 여성농민조직의 정책적 무기력을 극복하고 정책 제안력과 관철 역량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여성농업인 육성법, 여성농업인 지원조례, 농협 복수조합원제, 공동경영주 등록제, 학교급식지원조례 등의 관철해 내면서 동시에 토종씨앗지키기, 식량주권실현 소농운동, 꾸러미 활동 등을 펼쳐오고 있는데 정치적 강성 조직으로 조직적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지난 10월 15일은 UN산하 세계식량기구(FAO)가 1995년에 정한 ‘세계여성농민의 날’이다. 본인도 이 사실은 이번 발제문을 준비하면서 알게되었다. ‘세계여성농민의 날’이 존재한다는 것은 여성농민의 권리 의식에 눈을 떴다는 측면과 동시에 아직도 여성 농민의 사회적 지위가 제자리를 못찾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세계 식량생산의 절반이상을 담당하고, 더높은 비중으로 농업노동을 부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원의 1/4도 공유하지 못하는 것이 현 세계 여성농민의 위상이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 단체를 중심으로 도입된 ‘농민수당제’의 경우도 남성이 경영주로 등록되어있는 농가경영체 등록 기준이 아니라 남녀가 동등하게 각각 지급해줄 것을 끈질기게 요구했지만 행정 편의와 ‘농가단위 농업’이라는 관행을 이유로 모두 거부했다. 여성 농어민의 전체 농어민의 50%를 넘어섰지만 경영주로는 고작 18.7%만 등록된 현실을 외면하고 농가경영체 등롞기준으로 가구당 지급을 강행하는 것은 성차별 해소라는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결론적으로 여성농민의 사회적 지위는 농민의 사회적 지위에 연계되지만 그것에 수렴될 수는 없다. 농업을 지키고 농민의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해 남성 농민과 연대하지만 여성농민의 권리신장을 위해 남성농민과 투쟁하기도 한다. 농민의 행복은 국민 전체의 행복이듯, 여성농민의 행복은 남성 농민의 행복의 조건이기도 하다. 남성 농민과의 결혼에 대한 여성의 거부감은 농민의 낮은 사회적 지위와 동시에 성차별적 농촌 문화와도 연관된다. 따라서 여성농어민의 합당한 사회적 지위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은 두 전선에서 동시에 진행되어야하 한다. 여성농민의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투쟁의 주체는 여성이지만 남성 농어민이 방관할 수 없는 이유는 많다.
여성친화적 농어촌이 되지 않고는 존립자체가 불가능하다. 다행히 농어촌은 생태적 강점을 가진다. 여기에 여성적 감수성, 여성적 가치가 적용된다면 농어촌은 산업경쟁력에서 밀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러 새로운 시대의 주역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시급한 농어민 정책은 젠더이슈가 아닐까 가정해본다.
2019.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