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10월 22일, 정신없는 하루를 시작했다.

11월14일 여릴 예정인 아내의 개인전에  앞서  헥사곤이라는 출판사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선의 한권으로 작품집을 내게 되었다.

그 책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촬영이 안된 작품 몇점을 차에 싣고

서초동 포토리스트로 향했다.

이런 저런 일정 때문에 아침 9시에 약속을 잡아 놓고 5시 반에 집을 나섰다.

원주를 지나갈 때나 되어 아침 안개가 가쉬고

쾌청한 하늘이 하루의 즐거운 여정을 예정케 했지만 갈길은 멀고 할일도 많았다.

난생 처음으로 시속 170km까지 밟아가며 도착한 서울은 진입단계에서 정체가 시작되었다.

그래도 서둔 덕분인지 포토리스트에 도착후

아침 식사까지 하고나서야 사장님이 출근을 하고 촬영에 들어갔다.

 

촬영시간은 예정대로 끝나고 다시 을지로에 있는 헥사곤으로 향했다.

큰 사무실에 일인 출판사업자들이 곽들어찬 말로만 듣던 그런 사무실 분위기는 열기에 가득했지만 왠지 좀 서글픈  느낌이다.

내가 만약 을지로 인쇄골목을 떠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 이런 사무실에서 일인 출판 편집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도서출판 헥사곤 대표님과 아내 류준화의 재미없고 긴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나는 차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그리고 협의를 끝낸 아내를 싣고 한전아트센타에서 시작한 [Woman + Body 전] 2차 전시가 열리는 전남 광주의 광주 문화재단 미디어큐브로 향했다. 막임없이 달리느 고속도로를 스쳐 낯익지만 다른 느낌의 산천을 두눈 가득담다보니 어느새 광주다.

혁명의 도시 광주는 근 10년 만이다. 10여년 전쯤 장성군의 한 산꼴짜기 마을의 작은 미술관 개관식에 초대 받아 갔던 길이었을 것이다. 오는 길에 광주를 들러 광주민중항쟁중에 산화하신 민주 영령을 기리기 위해 어린 딸아이와 참배를 했던 기억이 새롭다.

 

광주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광주는 여전히 낯선 도시지만

아직 거리거리마다 민중의 함성이 남아 있는 듯 

가슴을 들떠게 했다.

오픈 시간에 임박해 광주문화재단 미디어큐브에 도착했다.

한전아트센타전 때 처음 뵈었던 큐레이트 탁혜성님을 다시 뵙고 이내

낯익은 한국 여성 문화계의 인사이지 아내의 동료들과 조우했다.

박영숙 선생님, 윤석남선생님, 정정엽 선생님이 반가이 맞아 주셨고,

늘 이런 자리에 함께하시는 시인 김혜순선생님도 같이 하고 계셨다.

 

오픈은 늘 설레이면서 또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이날 오픈은

조금 정도가 심했다. 계속되는 인사말이 이어지고

작가들은 조금씩 지쳐가는 듯했다.

그사이 나는 전시장을 살피며

한국 여성미술의 정점과 조우하는 호사를 누렸다.

미국작가와 한국작가가 '여성'과 '몸'을 테마로 모인 전시를 호기롭게 기획한

큐레이트 탁혜성씨의 노력이 덧보이는 전시였지만

주제의식이 뚜렷하지 않다는 나의 주제 넘는 지적에

아내는 그래도 한국 미술풍토에서

이렇게라도 페미니즘미술이 한자리에 모일수 있게 된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다고 받아쳤다.

 

아뭏튼 좋은 작가와 좋은 작품을 만나고

또 광주 변두리의 한 한옥마을에서

먼길을 달려온 작가분들과 따뜻한 저녁시간과 밤을 함께하고

얇은 잠을 자고 아침을 같이 나누고서야 봉화로 향했다.

일박이일의 긴여행을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길 내내

미술과 작가의 삶에 대해,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삶에 대해,

그리고 아내 류준화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며

깊어가는 가을 산천을 만끽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