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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5일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리고
드디어 마지막날이 밝았다.
전날 저녁 난생 처음으로 일본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저녁늦게 까지 호첼객실에서 2차 술자리를 한 탓으로
몸이 무거웠지만 그래도 일본에서의 마지막 하루를 보다 즐겁고 값지게 보내야된다는
기대때문인지 아니면 의무감때문인지 일찍 눈이 떠졌다.
벌떡 일어나 세수를 하고 아직 문을 열지도 않은 
식당에 제일 먼저 도착했다.
곧이어 몇몇 외국인이 줄을 서고 뒤이어 우리 일행들이 한명 두명 내려왔다.
아침부페를 간단히 들도 곧바로 우리 일행은 새벽 청과물 도매시장으로 향했다. 

아사쿠라농산물도매시장은 인구 120만 도시인 후쿠오카에 있는 다섯개의 농산물 도매시장 중 하나라고 했다. 규모나 시설로 봐서는 사실 이웃 안동농산물 도매시장보다 훨씬 초라한 모습이었다 시장은 노천에 지붕만 씌운 시설에 불과했고 경매시스템도 현대식 전자경매가 아니라 재래의 방식 그대로 였다.
하지만 우리 공판장과 다른 모습도 확인할 수 잇었다. 우리나라 공판장에 가면 주변에 농산물 포장재로부터 폐농산물 까지 주변에 쓰레기가 늘려 있는데, 아사쿠라도매시장 바닥 어디에도 한개의 쓰레기도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깨끗했다.  그리고 출하된 농산물의 상태는 그대로 슈퍼 진열대에 올려놓을 수 있는 완벽한 선별과 세척 그리고 소량포장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일행중 몇몇분이 '뭐, 일본도 별거아니네.'라고 하시면서도 농산물의 선별포장 상태에 대해서만은 감탄을 아끼지 않으셨다.  사실 고급스런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오직 정성으로 완벽한 선별포장을 한 일본사람의 완벽주의를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4박5일 여행내내 일본사람이 소리를 지르거나 씨끄럽게 떠드는 것을 본 적이 없었는데 이곳 농산물 도매시장에 와서야 처음으로 일본사람이 고함을 지르고 떠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가까운 이웃이면서도 참 다른 일본인과 한국인^^*) 


아사쿠라 농산물 도매시장을 나와 하카타 포트타워로 향했다.
부산에서 카멜리아호라는 여객선을 타면 도착한다는 하카타항이 내려다 보이는
별로 멋지거나 화려하지 않은 하카타 포트타워를 잠시 들러 사진을 찍고,
곧바로 태재부(다이자이후) 천만궁으로 향했다.
후쿠오카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다이자이후 시에 있는 신사인 천만궁은 9세기무렵 살았던 스가하라 미치스네라는 사람을 학문의 신으로 받들고 있는데, 입시철이 되면 시험을 잘보게 해달라고 비는 참배객들로 엄청나게 붐빈다고 했다. 인근 학교에서 아예 버스를 대절해 단체로 참배를 오기도 할 정도라고 했다. 우리가 찾았던 그날도 적지않은 학생들이 소원종이(?)를 사서 자신의 이름을 적어 나무에 매달거나 신사에 헌금을 내고 복을 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쉬운 연수가 마무리되고 김해를 향한 비행기에 오르고 부터 뇌리에 떠나지 않는 상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짧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일본의 모든 것은 고사하고 일본의 농촌과 농업에 대해서 만이라도 일정한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참 좋았을 것이지만 사실 모든 것이 겉핡기에 불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본인과 인본 문화에 대한 이해, 일본 농업 농촌에 대한 이해는 뒷날의 과제로 남겨두고 이번 연수를 통해 얻었던 다양한 문제 의식만은 정확히 기록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에서도 일행과 계속 주고받은 생각들이지만 어떤 분들은 이번 여행을 통해 일본의 '침체'를 절감했다고도 하고, 일본농촌정책은 실패작이라는 판단도 많은 분들이 공유했다. 사실 일본여행중에 호텔 TV를 통해 JAL의 부도 소식을 접했고, 귀국해서도 도요타 사태라든지, 일본의 유명 백화점의 연쇄부도 소식 등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끊이질 않았다. 현제 일본이 막다뜨린 침체의 문제는 일본의 관료주의가 근원이라는 판단듣도 있었고,  부의 불균등한 분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피력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사실 선진대국인 일본거리의 소박함(초라함?), 낡은 호텔이나 관광시설, 거리를 메운 소형차들, 작고 초라한 주택, 화려하지 않은 일본인의 옷차림 등등 일본을 세계2위의 선진국으로 알고 선망해오던 시골분들이 이런 일본을 직접접하고는 실망과 우리 나라의 경제수준에대한 자긍심을 일정가지는 것이 당연해 보이면서도 한편 나는 다른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나는 과연 일본은 침체되었는가?라는 판단이 가장 어렵다. 일본의 관료주의, 가난한 개인과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분배의 문제,  지향을 잃어버린 국가나 개인의 정체성의 문제, 불완전고용상태를 초래한 비정규직의 보편화와 고착화된계층 구조로 인한 활력의 상실 등등의 문제는 분명 일본사회가 처한 현실을 나타낼것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이런 일본의 현실이 침체인지 안정화인지 면밀한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사회적 지향을 가진 활력이 넘치는 사회가(일제시대 일본의 모습) 정상적인 사회인지 아니면 일상의 소소한 삶속으로 천착해 들어가는 지금의 일본인의 삶이 정상적인 모습인지 판단하는 것이 그리 쉬운 건 아닐 것 같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가 오직 경제성장에 목을 매고 전사회가 매진하는 지금의 거의 광적인 모습이 비정상적인 상태이고,우리 사회역시도 10~20년 내에 지금의 일본의 '침체'된 모습을 띌 것이라는 사실이다.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인지도 모르지만 나는 지나치게 활력이 넘치는 사회가 싫다. 일본인같이 경제적으로 소박한 삶을 누리면서 내면의 가치를 천착하고 셰계와 삶에 대한 인식의 깊이를 심화하는 그런 삶의 자세가 보다 인간적인 세상을 만들지 않을까는 생각을 포기할 수 없다.

앞으로 공부하고픈 몇가지 주제나 소제를 정리하는 것으로 이번 여정의 기록을 마무리하고 싶다.
1. 일본은 주체성이 강한 나라인가 아닌가?
일본인은 서양지향적인 모습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기독교식의 결혼식이 대표적일 것이다.  사실 일본은 타 종교에 대해 아주 개방적이다. 신도나 불교, 유교가 아주 자연스럽게 융합해 있고, 기독교같은 타종교에 대해서도 훨씬 개방적이다.  하지만 일본인은 우리보다 기독교의 역사가 깊으면서도 기독교 신자가 전국민의 1%도 되지 않는다. 한국은 조선의 붕괴와 함께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인 유교를 내팽겨치고 서양의 사상. 특히 기독교에 바져들었다. 사실 겉은 따라가도 정신만은 놓지 않는 일본이 더 주체적인 나라가 아닌가?

2. 일본의 농촌 정책은 성공적인가?
오래전부터 한국의 몇몇 교수등 전문가 집단은 일본의 정책을 그대로 뱃겨온 사례가 너무나 많다. 사실 별거아니지만 정보를 먼저 접했다는 것 하나로 뭐 대단한 성공사례인양 소개하고, 그리고 그 사례가 우리 농촌을 구원하는 비책이라도 되는 양 피력해 온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 농촌의 현실은 그리 성공적이지 않다. 먼저 농산물 자급률이 우리보다 훨씬 못하다.(한국 약 30% 전후, 일본 약 20%전후) 사실  일본 농촌 공동체의 붕괴는 한국보다 훨씬 덜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성공적인 농촌정책때문이아니라 한국과는 다른 지방 중소도시의 활력대문이라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서울만 있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아름의 지방 도시들이 자생력을 가지고 번영하고 있다. 그와같은 지방 도시를 둘러싼 일본 농촌은 인근 도시와의 교류와 소통속에서 농촌사회의 유지 발전을 꾀할 수가 있었다. 이는 일본 농업인의 많은 비율이 투잡, 쓰리잡이라는 사실이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 농민은 농한기에 인근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가 없다. 서울 경기만 있고 지방은 다 죽었기 대문이다. 한국 농민은 아예 농촌을 떠날 수 밖에 없다.

3. 일본 농촌 사업은 주민자치역량에 기반하는가, 고도화된 행정서비스에 의존하는가? 그린투어리즘이 침체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잇는가?
연수중에 방문했던 많은 사업단위들에서 사실 주민의 모습을 별로 볼 수 없었다. 우키하마을, 오쿠니마을은 아예 공무원이 마을 사업을 주관하는 듯이 보였고, 전체적으로는 그린투어리즘에 기반한 도농교류를 통해 많은 농민이 생업기반을 가지는 모습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린투어리즘이 활성화된 곳에서 마저 전체 농가의 1%미만만이 도농교류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린투어리즘을 한국 농촌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대단한 비책인양 여기는 정책입안자들의 판단은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것같다. 그렇다고 다른 대책은 없지만 그린투어리즘에 대한 과대 평가는 조심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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