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서핑을 하다보면 기가찬 기사가 하나 둘이 아니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다 못해 제목만으로도 조작성 기사임에 분명한 저질 기사가 넘쳐난다. 뭐 그게 한국 언론의 현실이니깐 그렇커니하고 살아야 할 것이다.
건데 최근 본 기사 중에 압권인 기사가 있어 한마디 꼭 하고 싶다.
그렉슨 "北 프로펠러기는 스텔스기" 경계<교도> 연합뉴스
교도통신에 기댄 연합뉴스의 이 기사는 미 국방부 아태담당 차관보인 그렉슨이라 자가
미 상원 군사 위원회에 제출한 증언을 빌어 북한의 AN2기의 위협성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다.
AN2기는 이차세계대전 말기 구 소련에서 개발되어 이후 다양한 형태로 생산되어 농업용, 군사용, 수송기로 사용되어 오고 있는 복엽기로 북한에 약 300여대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비행기 자체가 워낙 구형이어서 주요 몸체부분이 대부분 나무와 천으로 만들어 져있어 레이더에 잡히지 않고, 프로펠러 복엽기다 보니 저공,저속 비행이 가능해 북한의 특수군과 결합해 남한에 대한 침투작전 수행시 엄청남 위협이 될거라는 게 이 기사의 요지다.
1987년 3월1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사진이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북괴'라는 표현도 서글퍼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안보 장사가 기가 막힌다. 1987년 3월은 바로 전두환 독재자의 권력 말기다. 박종철열사 고문치사사건이 일어난 직후로, 전국의 대학과 재야, 그리고 야당이 고문추방과 민주화를 위한 총력투쟁을 펼치고 있던 때이다. 그 당시의 신문을 검색해 보니 1987년 3월 3일은 33대행진이라고도 불리던 [고문추방 민주화 국민평화 대행진]이 예정되 있기도 했던 시점이다. 전두환파쇼정권이 위기에 몰리던 시점에 웬 난데없는 북한의 'AN2기'가 동아일보를 장식했다.
AN2기가 안보장사에 이용된 예는 그 뿐이 아니다.
2006년 10월 13일자 [조선일보]는 'AN2'를 한나라당 송영선의원의 입을 빌어 다시 등장시킨다. 당시 이슈가 되었던 북한의 핵실험에 편승해 핵무기를 운반할 가능성이 있는 비행기로 AN2기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과민반응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이지만, 북한이 굳이 최신기종을 다 재쳐두고 AN2기로 핵무기를 수송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은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이 역시 2007년 대선을 향한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점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일단 나는 레이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AN2기가 레이더에 잡히는지 잡히지 않는 지는 알 수 없지만, 60여년전에 개발되어 나무와 천을 주 재료로 해서 만들어진 비행기가 현대전에서 그렇게 위협적이라는 주장은 일말의 합리성도 없는 어거지일뿐이라는 사실은 안다.
북한의 핵위협이나 남침위협에 대한 보수세력의 과민반응을 이해한다고해도 최소한의 근거있는 문제제기와 합리적 대응이 있어야하지 않을까? '겨우날 수 있을 것 같은 AN2기를 그렇게 과대포장해서 국민의 공포심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안보장사를 해서 뭘 얻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만에 하나 AN2기가 그렇게 위협적인 존재라면, 그 사실을 알게 된 1987년부터 지금까지 20년이 넘게 아무런 대응책도 마련하지 못했단 말인가? 또 지난 민주정부 탓을 하겠지만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안보'가 민주주의를 저지하고, 국민을 복종시키는 최고의 수단이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천암함사건에 대한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하는 것은 국민 탓이 아니라 바로 시대착오적인 수구권력인 당신들 탓이다.
모르긴 해도 나중엔 아마 이런 주장도 나올 것이다.
"북한군 칼과 활로 무장, 도시게릴라전에 절대 우위 우려되"
북한이 혹 붕괴되고 나면 국민을 지배하기 위한 새로운 '공포'는 어떻게 만들어질지 궁금하다. 러시아? 중국? 일본? 아니면 거란이나 여진족이라도 다시 일으켜세우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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