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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설 때는 의무감이 나를 움직였지만
현동역에서 도반들을 보자마자
나는 짧지만 깊은걷기 여행에 몰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밭에서 잔뜩 찌푸린 얼굴로 맞았을 태양을
강변길을 걸으며 얼굴도 가슴도 활짝 펴고 기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봉화에 산지 20년이 지났고 앞으로 그만치 더살지 모를 일이지만
차를 타고도 와 볼 기회가 있을 것 같지 않을 길을 두발로 걷다보니
순식간에 스쳐지나가는 희미한 삶의 잔상들이
뚜렷한 현실로 되살아나는 환각처럼
작은 풀잎하나 들꽃 하나 조약돌 하나조차
자신의 얼굴을 가지고 나를 맞이합니다.
차로 달리는 100km보다 두발로 걷는 10km가
몇백곱절 더 생생하고 풍부했습니다.
2016년 7월 9일 임기분교에서 시작해 두음, 돌띠마을을, 배나들마을을 지나
현동역을 향해12명의 도반과 길을 걷고 기록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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