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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4일
아내 류준화가 "인생이여 고마워요"展에 참여하고,
이 전시와 관련해 남편인 나와 지인인 안상학 시인이 작가 관련 글을 쓴 관계로
3명이 대전까지 전시오픈에 참가하기 위해 동행하게 되었다.

봉화를 출발하는 날 아침은 새벽부터 분주를 떨어야 했다.
산골에 살다보면  한번 도시로 나가는 일이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니게 된다. 
집을 비우기 위한 준비도 만만치 않지만
그동안 밀쳐 두었던 온갖 잡사를 다 처치해야하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택배 보낼 농산물 두 박스부터 포장을 하고, 
가는 길에 안동 장모님한테 들러 드릴 김치와 감자를 챙기고,

3일동안 굶어 죽지 않도록 초롱이 사료도 듬뿍 주고,
화목 보일러도 둘러보고, 그리고 혹시 어디 문이 열려 있지나 않은지, 
동파위험은 없는지 살펴야하는 곳도 여러 곳이다.
또 하필 이날 농협 농자금 배당을 위한 마을 회의란다.
앞집 형님에게 달려가 여유가 된다면 최대한 많이
배정을 좀 해줍시사 부탁을 드리고,
대전 전시 오픈에 참가한뒤
다음 날 명절 때 가지 못한 고향 진해에 들를 계획이다보니

따로 챙겨야하는 짐들도 챙겼다.

다행히 서둔 탓에 출발은 늦지않게 할 수 있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농협에서 전화가 왔는데 오늘이 조합원 대학생 자녀에게 주는
장학금 100만원의 신청 마감일이란다.

마을에 다른 신청자가 있어 올해 타는 걸 포기했는데 
지역에 학생이 줄어 여분이 생겼다고 급히 신청하란다. 
고맙게도 소소한 일까지 챙겨주신 지소장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할 여유도 없이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면사무소를 들러 아이 학자금 관련해서 서류를 떼고
다시 그것을 들고 농협에 가서 처리를 하는데 이게 순탄하질 않다. 
필요한 서류가 늘어나고 결국 서울있는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등록금 고지서를 보내라고 농협 팩스번호를 알려주는 것으로 일단 농협 일은 마무리했다.
그리고 우체국에 들러 택배를 발송하고
영주로 내달렸다.

영주에서는 아내의 은행 일이 기다리고 있다.
불필요해진 통장과 카드를 해지하고 
카드로 자동결제되던 보험 등의 결제 계좌를 옮기는 일인데
급하진 않지만 집 나온 김에 처리해 버릴 요랑이었다.

은행일이 끝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안상학 시인을 만나기 위해
안동으로 내달리면서야 카드 해지를 깜빡했다는 사실이 생각났지만
어쩔 수 없다.

안동에서는 안시인과 대전으로 떠나기 전에
장모님한테 들러 감자와 김치를 전해드리기로 했는데
시간이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안시인이 미리 주문까지 해둔 식당에 들러
안동국시를 한그릇씩 하고 나니
감자며 김치는 안시인 몫으로 내려놓고 
바로 대전으로 향해야만할 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대전으로 달리는 내내 안시인과 이런저런 세상사는 이야길 나누다보니
예정보다 자꾸 시간이 늦어져 조금은 초조했지만
그래도 운전이 전혀 지루하질 않다.
아내 덕에 안시인을 알고 지낸지 10년이 넘었는데

처음으로 한 차를 같이 타고 객지로 여행을 하게 된 셈이다.

몇번을 길을 잘못들어 지체한 뒤에 급히 도착한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타는
보기 드문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참 아름다운 건물이다.
이전에 대전 농산물검사소로 사용하던 건물인데
시립미술관 창작센타 이름으로 미술관의 별관처럼 사용하는 건물이란다.

대전시립미술관 송미경 큐레이터가 기획한
[인생이여 고마워요]전은 
작품과 작가의 삶을 동시에 대중에게 내보이는
보통의 전시와는 다른 특별한 전시였다. 
주로 서울이 아닌 지방에 살면서
더불어 사는 삶을 모색하는 작가들인 
류준화, 이진경, 박석신 등 5명의 작가가 작품을 걸고,
또 각각의 작가마다 2명의 지인들이 작가에 대한 글을 쓰고 
그것을 '잡지' 형태의 책으로 묶었단다.
전시장에 들어서면서 집어든 도록이 참 재미있다.

기획의 특수성 때문인지 미술관을 찾은 사람들이 많았다.
한 작가마다 동행한 지인들만해도 적지가 않았고 
그럭저럭 관객도 많아 보였다.
특히나 성광명 작가와 동행한 지리산학교 중심의 인사들이 엄청났다.
전시장을 제대로 둘러 보기도 전에  
얼떨결에 대전 MBC에서 나온 리포터와 인터뷰를 하고는
송미경 선생님, 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그리고 다른 작가의 동행인인 박남준 시인 등과도 인사도 나누다 보니 
전시 오픈 행사를 알렸다.

송미경선생님의 사회로 대전시의회의장의 인사,
그리고 대전시립미술관 관장님이 외유중이어서
김준기 선생님의 환영사로 이어지다가
5명의 작가, 그리고 안상학을 비롯한 시인들의 인사로
식이 끝나고 간단하지 않은 오픈 음식을 먹고는 바로
저녁식사 자리로 옮겼다.

저녁을 먹고 나서 하루밤 신세를 지기로 한
참여작가 정순자님의 소여공방으로 향했다.
작가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공방을
막무가내 휘저으며 서른명이 넘는 전시관계자분과 그 지인들이 엉켜
밤이 늦도록 술과 노래, 환담을 나누며 
하루 낮을 정리하고 하루 밤을 향유했다.
좋은 분들 많이 만나 즐겁고,
농사꾼인 나의 일상과 사뭇 다른 세상속에서 보내게 되어
무척이나 환상적이었던 하루였다.  

전시 타이틀인 [인생이여 고마워요]는
아르헨티나의 메르세데스 소사가 노래로 불러 더 유명해진
시인이자 가수였던 비올레타 파라가 쓰고 부른 노래란다.
비올레타 파라는 이 노래를 마지막으로 자살로 생을 마감했지만
자살하는 그 순간조차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고마워했는지 궁금하다.
삶이 가장 아름답다고 여긴 순간 그녀 자신의 주어진 삶을 스스로
마무리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인생이여 고마워요]전은 역설적 의미가 아니라 직설적으로
인생의 고마움을 체득하고 작업에 그 고마움을 녹여내는 작가를 모아
그들의 고마운 삶과 그 삶을 담은 작품을 동시에 전시하는 
특별한 기획전이다.
  
이 전시를 기획한 대전시립미술관 송미경 학예사님, 김준기 학예연구실장님, 
작가의 작업장 까지 전국을 누비며 사진을 찍어주신 김완모 사진작가님,
그리고 아내에게 글을 주고 전시 타이틀을 적어준
안상학시인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개 요

전시기간 : 2012. 2.24~5.20(87 일)

전시장소 : 창작센터 전시실

전시내용 : 5작가 30(회화, 공예, 설치, 영상, 사진, )

참여예상작가 : 류준화(서양화, 경북봉화), 박석신(한국화, 대전),

성광명(공예, 경남하동), 이진경(서양화, 경기 파주)

정순자(공예, 충남 공주)

추진계획

진정성을 품고 있는 작가들의 삶이 담겨 있는 전시 개최

- 휴먼적인 삶을 살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예술 본성의 한 단면인 위로와 위안을 제공코자 함.

작가의 삶에 주목, 한편의 감동적인 드라마형 전시로 연출

- 작품을 통한 작가적 접근 방식에서 작가의 삶을 통한 작품에의 접근방법으로, 예술에 대한 새로운 소통구조를 제시코자 함.

일반인에게 친밀성과 동질성이 만나는 지점을 제공

- 다소 난해한 현대미술의 관람에서 벗어나 누구나 자신의 삶의 한 부분과 맞다는 지점이 제공되는 리얼리티 전시를 개최코자 함.

특이사항

전시구성

- 삶의 이야기와 모습들, 작품들을 함께 전시한다.

- 이번 전시에 수록 된 작가글들을 전시장에 배치한다.

이번 전시는 평론가의 글이 아니라 주변에 함께 살고 있는 지인들의 작가관련 글을 싣는다.

- 성광명작가 (신희지(잡지 <차와 문화> 기자), 이원규(시인, 지리산 거주), 박남준(시인, 지리산 거주)

- 류준화작가 (송성일(농부, 남편, 봉화거주), 안상학(시인, 안동거주)

- 정순자작가 (김정홍(소설가, 서울거주), 이기웅(한의사, 논산거주)

- 박석신작가 (최서연(방송작가, 서울거주), 송인걸(기자, 대전거주)

전시기간 중 이벤트 행사

- 성광명과 지리산 사람들

공지영의 책 <지리산의 행복학교>에 나오는 버들치 시인, 낙장불입시인, RPM 여사등이 함께하여 지리산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하며, 자체 결성된 동네밴드의 공연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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