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명호초등학교 2011 운영위원회가 열렸습니다. 명호초등학교는 학생수가 쉰명을 넘지 않는 봉화군 명호면 소제지의 조그마한 시골학교입니다. 그러다보니 그동안 학부모들은 운영위원회가 있는지 없는지조차도 잘 몰랐는데다가, 학교의 편의대로 편안한 사람을 지목하여 임명을 하고 형식적인 회의를 진행해 온 듯합니다. 그러던 것이 한 학보무가 우연한 기회에 학교측에서 특정인을 지목하여 운영위원으로 임명하려한 사실을 알게되었고, 이에 몇 학부모가 문제를 제기하고 정상적인 절차를 요구한 끝에 이번 운영위원회가 구성되게 되었습니다. 



지난 4월 14일, 학부모 위원2인과 교직원 위원 2인, 그리고 학부모 위원의 추천을 받은 지역주민 1인 등 5명으로 구성된 명호초등학교 운영위원회가 2011년 첫 회의를 가졌습니다. 저는 지역주민 몫으로 학부모들의 추천으로 운영위원으로 참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첫 운영위원회를 참석하고 나니 이런저런 아쉬움이 많이 남아 마음이 편치 않은 구석이 있었습니다.

사실  첫 회의다 보니 간단한 상견례도 가지고 앞으로 학교 운영위원회를 어떤 마음으로 참여할 것인지, 또는 학교 운영위원회를 통해 지역사회와 학교의 건강한 관계의 형성이나 교류 등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감을 잡는 기회로 삼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일단은 그동안 학교운영위원회를 형식적으로 구성해서 거의 음성적으로 운영한 부분에 대한 지적과 함께 향후 운영위원회의 정상화를 촉구하고싶었고, 운영위원회가 학교측에서 제시하는 문서나 받고 대충 읽다가 박수나치고 커피나 한잔하고 헤어지는 식으로 운영되지 않기 위해서는 조금은 긴장을 가지고 밀도있는 운영을 하고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특히 첫 운영위원회 이틀전에 전화상으로 회의 통보를 받고 회의 직전에 회의 안건에 대한 자료를 건네받은 입장에서는 회의에 임하는 학교측의 성실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많은 이야기를 가슴에 묻고 회의를 끝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오직 저 자신에게 있었습니다. 먼저 바쁜 일상을 이유로 운영위원으로 참여를 해 달라는 이웃 학무모들의 요청을 스스로 수락하고도 '초등학교 운영위원회'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운영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되고 어떻게 운영 되어야 하는지, 학교운영위원회의 권한과 의무는 무엇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했고, 교육일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어떻게 어느 부분까지 개진할 수 있는 것인지 조차 파악하지 못한채로 회의에 참석하는 불성실을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시골의 학교는 지역사회의 중심이었습니다. 학교는 마을 공동체의 주요한 한 축으로 주민들의 삶과 긴밀히 결합되어 주민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결집시키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고, 주민의 꿈을 그리고, 마을의 미래를 만들어나가게 하는 정신적 활력의 생산공장이었습니다. 주민이 쌀을 모아 터를 사고 벽돌을 찍어 학교를 지었고, 선생님은 학생들의 선생님일 뿐아니라 마을 지식인의 산표본이었습니다. 선생님은 학생의 역할모델이 되었고, 지역 주민의 기대와 존경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하지만 산업사회가 진전되고 또 그만치 마을이 붕괴되면서 마을공동체에서 가지던 학교의 위상은 줄어들기만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지역 학교의 선생님이 어떤 분이 계시고 어떤분이 오고 가셨는지 마을 주민 대부분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습니다. 그리고 마을의 학교는 그동안 지역사회내에서 가졌던 모든 역할을 다 버리고 오직 경쟁교육, 입시교육의 하위 기지로서의 역할만 부여받게 되었습니다. 학력평가 전국 몇 위, 도내 몇 위라는 잣대로 평가되는 시골학교는 대부분 그 자신의 독자적 가치와 무관하게 형편없는 하류 학교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 발버둥쳐야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시골학교가 가지고 있는 제도적 문제를 푸는 장이 절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산골학교의 특별한 가치를 빛나게하는 교육을 실현하고, 지역공동체와 통합된 학교의 위상을 회복하는데 미미한 기여라도 하는 운영위원회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2011년 명호초등학교 첫운영위원회를 가진뒤 또 하나의 큰 숙제를 떠맡은 기분입니다. 다행스럽게 산골마을의 학교는 학부모와 선생님이 함께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아름다움 학교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작기 때문에, 그리고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산골학교는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다른 생명,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사는 삶의 가치는 익히고, 마을 공동체와 하나된 학교를 만드는 일을 제일 먼저 실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명호초등학교를 만들어나가는 일에 참여하게 된 기쁨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공부하는 운영위원이 되어야겠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드디어 비나리마을에 명호초등학교 스쿨버스가 들어왔습니다.

이번 일은 비나리마을이 생기고 나서 있었던 가장 큰 사건들 중 하나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명호초등학교가 생긴지 74년이 넘었고, 이웃 고계초등학교가 폐교를 하는 바람에 보상차원에서 고계리마을만 스쿨버스가 다니기 시작한지 근 10여년만에 이번주부터 비나리마을에도 스쿨버스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14년전 비나리마을에 처음 이사왔을 때 딸애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는데, 그애가 벌써 대학 2학년생이 되었습니다. 그아이를 6년 내내 아침저녁으로 차로 등하교시킨다고 무진장 고생을 했습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정확히 10리길인데 마을안길을 1km쯤 걷다가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차들이 쌩쌩 달리는 국도를 따라 3km를 더 가야만 학교가 있으니 저는 도저히 아이를 학교까지 걸려서 다니게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딸애랑 동네아이둘이랑 3명을 싣고 5년을 등하교를 시켜야만 했습니다.

최근에는 비나리마을에 귀농자가 들어오고 해서 총 5명의 초등학교 아이들이 아빠나 할아버지 차를 이용해 등하교를 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바쁜 농사철에 아침저녁으로 두번씩이나 아이를 데리려 학교까지 갔다오는 일은 없어도 좋게 되었습니다. 비나리 아이들의 등교풍경을 보니 부럽기도하고 또 딸아이를 등하교시키던 지난 시간들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소식을 듣고 마을회관엘 달려가니 버스 도착시간인 8시 45분이 되기 전에 벌써 아이들이 하나둘 마을회관앞으로 모여들었습니다. 45분이 다가오자 저 멀리 노란색 스쿨버스가 마을안길을 따라 달려오고 있는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내 버스는 도착하고 면소재지의 이웃 아주머니가 안전요원으로 카고계시다가 비나리마을의 5명의 아이들이 질서있게 버스에 오르는 것을 돕와주셨습니다. 이내 버스는 차를 돌려 마을회관을 뒤로한채 멀어져 갔습니다.비나리마을에 최근에 있었던 가장 큰 변화를 반가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나니 마음속에서는 또다른 욕심이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비나리마을에 마을버스가 들어와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좀 편리하게 장을 보러도 가시고 보건소도 다니실 수도 있게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게 될것같습니다. 하루빨리 비나리마을에 인구가 늘고 또 지자체에서도 노인들의 이동권에 대한 인식도 새롭게 가져 마을버스가 다닐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