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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최저임금위원회가 노동자 단체를 배제한 상태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처리했다.  시급 4,580원을 날치기 처리하면서 언론은 6% 라는 상승율을 전면에 내세우며 날치기처리의 부당성과 4,580원의 초라함을 숨기려 했다.
분배의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는 단순한 사실을 외면하고, 가진 자들만을 위한 세상으로 몰아가는 자본가들의 부에 대한 극악한 집착과 맹목이 두렵기조차하지만 최저임금의 비현실성과 부당성을 떠나
우리 사회에 드리우고 있는 그늘이 너무나 많고 또 짙다. 그중에서 노인 노동에 대한 부당한 댓가와 처우가  가장 큰 그늘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몇일전 몇년째 고추가루를 보내드리고 있는 부산의 한 냉면집의 부탁으로
고추를 구하러 영주의 고추도매상거리를 찾았다. 벌써 7월 하순을 접어드는 탓에 마을에도 고추가 떨어져 시장을 찾았지만 도매상거리서마저 고추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달여만 있으면 햇고추가 나오기 시작할터이니
묵은 고추를 쌓아둔 가게가 없었다.

몇집을 스쳐지나가다가 할머니 한분이 가게 앞마당에서 고추 꼭지를 다듬는 모습을 발견하고 고추맛을 보고, 주인할머니를 만나  가격을 흥정하고, 구입을 결정했다. 문제는 고추가루를 급히 보내어야하다보니 현장에서 바로 고추를 다듬어 가는 편이 나을것 같아 꼭지를 다 따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주인할머니가 이웃가게에서 고추꼭지를 딸 할머니를 한분 더 구해오시어 주인할머니를 포함해 3분의 할머니가 고추 꼭지를 따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는 농협마트에서 시장을 보고 1시간만에 돌아왔지만 아직 작업은 진행중이어서 작업하시는 할머니들과 잠시잠깐동안  꼭지 따는 노임에 대해 이런저런 말씀을 나누었다.


할머니 말씀에 따르면 고추 꼭지를 따는 노임은 꼭지를 딴 고추 1kg당 300원에서, 상태가 좋지않아 가위로 병든부위를 오려내는 작업을 할 경우 1kg에 600원까지 받으신단다.   내가 2시간가량을 기다려 받은 고추는 36kg이니깐 할머니 3분이 2시간 가량 작업을 해서 15.000원정도의 작업비를 번 셈이었다. 시급으로 따진다면 할머니 한분당 약 2500원정도씩이 되었다.

미안한 마음에 한개 600원짜리 얼음과자를 사드렸지만 그 얼음과자 한개값이면 고추꼭지를 2kg이나 따야한다는 사실에 죄지은 마음이 들었다. 이런 일감조차 많지않아 보통 하루에 만원 정도의 벌이가 되지만 그냥 심심풀이로 나오신다고 할머니는 변명아닌 변명을 늘어놓어셨다. 고추 꼭지를 따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런 작업은 심심풀이로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손가락도 아프고, 어깨쭉지며 허리며 한시간만 작업해도 가위를 집어던지고 싶을 만치 고통스런 작업이다. 아무리 만성이 되었다고 해도 고추꼭지를 따고 일어서는 할머니는 한참을 허리를 펴지 못하고,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내시고야만다. 분명한 것은 이 일이 절대로 심심풀이 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요즘 길을 가다보면 '노인일자리사업'이란 글자가 찍인 초록색 조끼를 입고
쓰레기를 줍고 풀을 베는 노인분들의 무리를 만나볼 수 있다. 들어보니 하루 4시간 일주일 2~3일 일하고 월 20만원 가량을 받으신단다. 정확한 임급과 노동조건은 모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퇴약볕아래 쓰레기를 줍고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울컷 화가 치민다. 우리사회가 노인분들에게 눈꼽만하 임금으로 길가 쓰레기까지 줍게만드는 것을 목도하는 일은 참으로 고통스럽다.

그것을 '생산적복지'라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노인네 한분한분은 우리 사회에 충분한 자기역할을 다해 오신 분으로 응당 노후가 보장되고 적절한 보상이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일자리조차 수요는 많고 공급은 달려 거의 경쟁적으로 담당공무원에게 매달리는 노인분들이 많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리고 단지 돈이 아니고 존엄한 삶을 위한 '일'에 대한 요구가 더 클 수 있다는 것도 거짓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평생을 충분히 노동해온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에  집게를 들리고 쓰레기를 줍게 해서 월 20여만원의 댓가를 주는 제도를 무슨 노인일자리 복지정책인양 하는 것이 너무나 못마땅하다.

적어도 노인노동에 대한 정당한 댓가가 어떻게 주어질 수 있을지, 노인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존엄한' 일자리는 어떻게 만들어져야하는지 고민하는 것이 바로 노인복지정책을 만드는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노인들이 주눅들지 않고 당당해 질 수 있는 사회가 진짜 선진국이다. 
노인분들에게 그분들이 받아야할 응분의 댓가를 지불하는 사회가 바로 공정한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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