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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 둘째날 - 구마모토성과 아소산 그리고 구로가와마을

평생 처음으로 다다미방에서 숙면을 취하고, 
일본에서의 둘째날을 힘차게 시작했다.
아침일찍 온천욕을 하고, 유카타 차림으로 식당을 들어섰다.
일행들은 일본 여행 하루만에 현지 적응이 다 되었는지 하나같이 유카타를 입고
'오하이요 고자이마스'를 외치며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행은 모두 전날부터 두세번씩 온천욕도 하고, 맛있는 일본 음식을 잘 드신 덕분에
얼굴은 화기가 넘쳤고, 또 본격적인 일본 여행에 거는 기대때문인지 조금씩 들떠 있었다.

둘째날의 여정은 구마모토현의 중심부에 소재한 구마모토성을 관람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1601년에 시작해 1607년에 완공한 구마모토성은 임진왜란 때
조선을 침략한 왜장중에 가등청정에 의해 지어졌다고 한다.
성과 관련된 수많은 역사적인 지식을 가이드로부터 전해 들었는데,
구마모토 성을 세운 가등청정(가토 기요사마)와 도쿠가와 이에야스,
그리고 토요토미 히데요시 등의 역사적 인물과 연관된 성의 역사는
참으로 흥미진진했다. 특히나 일본 역사에 대한 박식한 가이드를 만난 덕분에
지루한 역사강의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 참으로 즐겁고 유익한
배움의 기회가 될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같은 필부에게 권력의 중심에 도달했던 인간들의
권력에 대한 끝없는 집착과 탐욕, 
획득한 권력을 지키기위한 무자비한 보복과 음모들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끔찍하기만 했다.
인간의 위대한 역사가 아니라 인간의 피비린내나는 역사가 몸서리쳐졌다.
오직 인간만이 그토록 징글징글한 탐욕과 집착을 가질 것이다.
 
구마모토 성을 떠나 우리 일행을 싣은 버스는 아소산으로 향했다.
아소산은  활화산으로 지금도 가스와 수증기를 뿜고 있고
몇십년에 한번씩 용암을 분출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렇게 화산들의 활동으로 형성된 분지를 중심으로 산맥이 이어지듯
산등성이가 이어지는데 그렇게 형성된 산등성이는 정상부위가
모두 갈대밭으로 형성되어 목초지로 활용되고 있었다. 
아소산 가는 길은 이렇게 형성된 갈대밭을 따라 이어지는데
이 길을 '쿠사센리'(갈대천리)라고 했다.

아소산 정상은 짙은 안개와 강한 바람으로 오르지 못하고 내려와야만 했지만
화산 분지를 따라 형성된 산등성이를 따라 아소산을 오르는 길은
광활한 자연의 숭고함과 깊은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아소산을 내려와 구로가와 마을을 가는 길목에서
'홈와이드'라는 대형  농자제, 철물 공구상을 들렀다.
일본에 대중화된 전원가꾸기와 텃밭 농사를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었는데,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성업중인 가게에는
각종 꽃모종과 연장들, 농기구들,
특히나 탐나는 갖가지 연장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혹시 다음에 다시 올 기회가 있다면
꼭 연장을 서너개는 사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이어서 이날 오후부터 첫 방문 마을인 구로가와 마을로 길을 잡았다.
구로가와 마을은 지금은 유명해진 온천 마을로,
좁은 계곡을 따라 수십개의 소규모 온천이 옹기종기모여있는 마을이었다.
대규모의 숙박시설보다는 5~10호실 정도의 전통료칸이 대부분인 구로가와마을은
침체된 마을을 주민의 힘으로 활성화시킨 대표적인 성공사례라고 했다.
일반적인 농업중심의 농촌마을과는 분명 다르지만
마을 단위 공동체가 어떻게 지역사회를 살려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귀한 사례가 아닐 수 없었다.

일종의 주민회관 같은 공간에서 구로가와 마을의 온천조합이사장인 엔도우상으로부터
구로가와 마을 활성화 사업 과정을 비롯해 마을의 현황과
미래 비젼에 대한 간략한 강의가 듣고, 이어지는 질의 응답시간을 가졌다.
구로가와 마을은 전체 200여호로 이중 29개의 료칸이 운영되고 있고,
객실은 총 477개로 하루 1500여명의 숙박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초기 대중온천으로 마을을 변모시켜나가는 과정에서
업체간 매출의 차이를 줄이고 협력을 높이기 위해
숙박과 별개로 온천을 공동 사용할 수 있게하는 
온천사용권(삼나무 토막으로 만든 마패같은 모양)을 판매하고
공동관리하게 되었다고 했다.
바로 그 마패를 구로가와 온천마을의 단합과 성공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여기고 있는 엔도우 이사장의 자부는 대단했다. 
  




구로가와 마을을 떠나 숙소가 예정되어있는 고코노에로 가는 길은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먼저 내린 눈이 길 여기 저기 쌓이기 시작했고, 혹시나 폭설이라도 내려
고코노에의 산마을에 갇혀버리지나 않을지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규슈는 그래도 제주도보다도 훨씬 남쪽에 위치해 
그런 폭설을 걱정할 만치 추운 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재차 되새기며 위안을 삼았다.

1시간을 넘어 산길을 달린 끝에 도착한 고코노에마을은 저녁 어스름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거리는 온천관광지를 무색케할 만치 한산하고 고즈넉하기까지 했다.
우리의 숙소인 하나소우겐 호텔 역시 좁은 계곡에 위치하고 있어 버스가 임구까지 들어갈 수 없는
버스 도착에 맞춰 호텔 직원들이 짐을 싣어나르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친절한 호텔 직원보다고 더 우리를 반겼던 
'네오'라는 커다란 강아지가 기억에 남는 하나소우겐 호텔에서
 선대한 저녁식사를 받으며 규슈에서의 이틀째 여행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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