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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 개인전은 1~2년에 한번씩 있는 일이지만, 매번 개인전이 있을 때마다 똑같은 설레임과 긴장이 있을 것 같다. 화가의 남편인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림을 포장하고, 나르고, 그리고 전시관련한 이런저런 뒤치닥거리를 하긴 하지만 그 역할에 비해 가지는 설레임은 훨씬 더 크다.


2009년11월인가 가나아트 미루에서 개인전을 연지 거의 1년 6개월만에 이번에는 사간동과 인사동 사이에 있는 조그만 신생화랑 갤러리비원에서 개인전을 열게되었다. 급히 전기 계획이 잡혔지만 다행히 갤러리의 규모가 작고, 작업 컨셉이 준비된 것이 있어 전시가 가능했다. 총 9점의 작품을 싣고 사진 촬영을 위해 서울 나들이를 하고, 다시 봉화로 싣고 왔다가 일주일 뒤 전시에 맞춰 갤러리로 싣어 나르고, 그리고 다시 오픈 파티가 있은 어제 서울행을 해야만 했다.


갤러리비원은 규모는 작지만  사람이 붐비는 Y자 거리의 모퉁이에 있고, 갤러리 앞 마당은 나무와 벤치가 있는 제법 넉넉한 공간까지 있어 알찬 전시공간을 갖춘 갤러리다. 듣기로는 주로 30대 젊은 작가의 기획전을 열어오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40대 후반 작가를 초대했다고 한다. 일단 젊은 작가의 대열에 같이 끼게된 것만으로도 기분좋은 일일것 같다. 
 


어제 아침 일찍 출발을 할 예정이었지만 출발 직전에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서 연락이 와서 작품을 반입할 일이 생겨버렸다. 모든 준비는 끝났고 몸만가면 될 산황에서 갑자기 일이 생겨버린 것이다. 승용차에서 트럭으로 짐을 옮겨 싣고, 미술은행에 넣은 그림을 찾아 포장을 풀고 자료용 사진을 찍고, 다시 재포장을 해서 트럭에 싣고 정오를 넘겨서야 집을 나섰다.
  

봉화에서 신갈까지는 순탄한 길이었지만, 신갈부터 서울 쪽으로 차가 밀리다보니 그림 사진을 찍은 서초IC에서 차를 내릴 때는 벌써 4시가 넘었다. 단골 스투디오인 '포토리스트 강남점'을 들러 일을 마치고 다시 한남대교 쪽으로 방향을 잡으려 했지만 진입로가 공사로 인해 차단되어 있었다. 유턴을 어렵게 하고 부산방행으로 차를 올렸다가 양제IC에서 차를 내려 다시 유턴을 한남대교쪽으로 차를 올릴 수 있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길에 오픈 시간을 다가오고 자못 긴장된 시간이었지만 5시 30분경에 인사동에 도착해서 미술은행에 들어갈 그림의 액자를 부탁하고 갤러리 비원에는 6시를 10여분 남긴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 부부가 도착하기 진전에 갤러리 앞에서 텔랜트 소지섭과 한효주가 무슨 드라마를 찍고, 한효주는 갤러리를 들어와 그림을 둘러보고 방명록에 싸인을 남기고 갔다고했다. 조금 일찍 도착했으면 한효주랑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조금 아쉬웠지만 남아있는 싸인으로 만족해야지^^*


갤러리에 도착했을 때보니 만신 이해경선생님과 문하생 2분이 작품을 둘러보고 있었다. 급히 인사를 나누고 차를 주차시킨뒤 갤러리로 돌아와 보니 낯익은 얼굴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많은 분들이 와 주셨지만 귀한 시간내어주신 김정헌선생님과 박명학님, 송이님, 장경호선생님, 박영숙 선생님, 윤석남선생님, 김혜승 전여성사전시관 관장님, 김혜순시인 그리고 새사연의 김점식이사님, 그리고 제주 까멜리아힐에서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노석미 님과 그의 일당여러분이 너무나 반가웠다.
개인전을 여는 재미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싶게 많은 분들을 오랜만에 뵐 수 있었다. 10여년만인가 이웃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고 계신 박불똥선생님과 네오룩 최금수 대표, 대전시립미술관 김준기학예실장님, 학고제 김지연 큐레이터 그리고 류준화의 영원한 동지분들이신 정정엽, 제미란, 하인선 님등 입김 멤버님들, 아내와 나의 옛친구들...

갤러리가 좁아 갤러리 앞 길가 벤치에 나와 앉아 계신 분들 사이를 오가며 정신없이 인사를 나누고 와인을 나르고 뒷풀이 장소를 안내 하다보니 날이 저물었다. 8시가 다 되어서야 뒷풀이 장소에 도착해서 드디어 긴장을 풀수 있었다.


10시에 자리를 파하고 옛친구부부들과 함께 커피를 한잔 나누면서 취기를 가라앉히고, 자정이 되어서야 차에 오르고 봉화로 향했다. 졸음과 싸우며 까까스레 집에 도착해보니 새벽 4시... 이렇게 또 한번의 아내의 개인전을 열고 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좋은 일에도 늘 아쉬움이 남는다. 항상 이런저런 행사때마다 달려와서는 같이해주고 도와주는 풍기의 강석문, 박형진 작가부부를 맥주한잔 대접못하고 보내버렸다. 정신없는 와중에 강석문. 박형진 부부와 노석미씨등 까멜리아힐로 인연맺은 작가님들에게 아무 신경도 못쓰드려 너무 미안하다. 나중에 밥이라도 한끼 대접드려야겠다.  

그리고 이번 초대를 해 주신 갤러리비원 이정연대표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류준화展

 

6월3일_6월25일까지
11am - 6pm / 월요일 휴관

서울시 종로구 화동 127-3

T +82 (0)2 732 1273
F +82 (0) 2 732 1274

gallerybeone@naver.com
gallerybeone@gmail.com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출구
윤보선생가 방향으로 직진

버스
종로경촬서 또는 안국역 하차
윤보선 생가 방향으로 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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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

류준화展 / RYUJUNHWA / 柳俊華 / painting 2011_0603 ▶ 2011_0625 / 일요일 휴관

류준화_봄의제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콘테, 석회_181.8×227.3cm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91003g | 류준화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1_0608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비원Gallery b'ONE서울 종로구 화동 127-3번지Tel. +82.2.732.1273www.gallerybeone.kr

태양을 머금고 대지와 접신한 소녀의 판타지● 류준화 내러티브의 핵심은 여성과 생명이다. 그는 소녀와 물 이미지로 여성의 몸과 생명의 근원을 이야기한다. 소녀의 이미지는 몽환의 세계를 떠도는 아바타이자 현실의 억압을 비켜서기 위한 환상이다. 여성성을 대변하는 아바타로서의 소녀 이미지는 류준화 내러티브를 풀어나가는 가장 중요한 장치이다. 그는 자신의 회화 속에 소녀를 등장시킴으로써 여하한 풍경이나 상황 속에 놓인 캐릭터로 하여금 나지막한 목소리로 생명의 메시지를 말하게 하다. 물은 매우 근원적인 물질형식이다. 그러나 물은 그 자체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물은 다른 존재를 통해 그 존재를 드러내곤 한다. 류준화의 물 그림이 꼭 그렇다. 물 속에 있거나 물 위에 떠 있는 다른 존재들로 인해 생명의 근원인 물의 실재가 드러난다. 요컨대 소녀와 물은 여성과 생명, 나아가 인간과 자연을 향한 류준화 이야기의 뿌리이다.

류준화_식물소녀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콘테, 석회_91×72.7cm
류준화_봄의소리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콘테, 석회_91×72.7cm

류준화 스타일은 은근하면서도 단호하고, 얇고 투명하면서도 두께가 있다. 그의 도상 하나하나에는 매우 정교하게 다듬어낸 형태와 색채의 단아함이 배어 있다. 그는 붓질은 물론이고 흘리기와 긁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번짐과 뭉침, 번들거림과 겹침 등 특유의 색감과 질감을 만들어낸다. 그의 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다양한 변주의 과정을 거쳐 왔는데, 특히 근작에 이르러 독창성과 고유성의 정점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고유의 캐릭터를 구축해서 몇 년간의 변주 과정을 거치면서도 자기복제의 위험성과 거리를 둘 수 있는 것은 류준화 스타일이 구축해온 단단한 회화성 때문이다. 그의 그림 속 낱개 이미지들은 비교적 심플한 형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복잡한 색감과 질감을 드러낸다. 하나하나의 형상 속에는 매우 꼼꼼하고 섬세한 손길이 묻어 있다. 여러 차례 색을 올려 단아하고 깊은 화면을 만들어내는 그의 진지한 노동은 스타일의 독창성을 만들어 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류준화_빛을모으다_캔버스에 아크릭채색, 콘테, 석회_72.7×91cm

근작을 통해서 류준화는 소녀와 물을 중심으로 이야기 틀을 만들어 기존의 흐름에 또 하나의 요소를 더했다. 이번 전시에서 그의 소녀는 물과 더불어 대지를 만난다. 씨앗을 품어주고 길러내는 대지 또한 생명의 근원이다. 그것은 물질로서의 흙이 아니라 개념으로서의 땅이다. 마치 물이 강이나 바다로서 현현하는 것처럼 대지나 산맥의 모습으로 나타난 흙을 존재는 생명의 서사를 생성하는 또 하나의 모티프이다. 존재의 근원으로서의 물과 흙은 매우 빈번하게 은유적 수사로 등장하곤 한다. 류준화는 물과 흙, 강과 대지를 통해서 여성성과 생명의 서사를 더욱 공고히 한다. 그는 산맥과 머리카락, 피와 꽃 등을 중의적 수사로 얽어놓았다. 흩날리는 소녀의 머리카락이 산맥이 되어 흐른다. 선홍빛으로 번져나간 피가 붉은 꽃으로 활짝 핀다. 그는 이처럼 중의적 수사를 채택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생명성에 관해 보다 풍부한 이야기를 펼친다.

류준화_대지의꽃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콘테, 석회_91×116.7cm
류준화_낮과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콘테, 석회_145×145cm

대지에 엎드려 잠든 소녀에게 붉은 피는 꽃이 되어 몸을 타고 흐른다. 새를 안고 있는 소녀의 어깨에 붉은 꽃 한 송이가 함께 있다. 꽃을 입은 소녀는 새를 들고 있다. 천상과 지상의 메신저인 새를 든 소녀는 세상의 모든 생명에게 빛을 주는 '태양신에게 제물로 바쳐지는 소녀'이다. 대지를 안고 잠든 몽환적인 소녀의 얼굴에는 어머니 대지와 만나는 순간의 고결함이 담겨있다. 창백한 소녀의 얼굴은 검은 머리카락과 교차하고 소녀와 대지를 꿰뚫는 눈부신 태양이 생명을 이야기한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초현실적인 화면 구성은 류준화의 그림을 판타지의 일환으로 읽게 하는 주요 장치이다. 인간과 대자연의 존재를 얽어놓은 그의 화면에는 가시적인 세계 너머의 세계를 보여주는 환상기제가 작동하고 있다. 태양을 머금고 대지와 접신한 소녀의 판타지. 이것이 우리의 삶을 한 꺼풀 더 깊고 두텁게 읽어내는 류준화 내러티브의 현재이다. ■ 김준기

Vol.20110607g | 류준화展 / RYUJUNHWA / 柳俊華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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