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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오지마을 걷기가 지난 주 일요일에 있었습니다.

바쁜 농사철이다보니 이날 걷기를 뒷날로 미루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되기도 했지만

지난 2차 걷기 이후 너무 공백이 길기도 했고,

또한 많은 분들이 참여를 하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봐서 좋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진행을 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19명이라는 많은 인원이 함께

봄햇살이 퍼지는 아름다운 강길을 걸으며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부터 서둘러 잡다한 집안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김밥을 싸고 커피를 준비해서 차에 오른 것이 9시 30분,

북곡리에서 정근영님과 합류한뒤

10시가 다 되어 도착한 가송 입구에는

준우네 부부와 일년전 비나리에 정착한 김종미 정재우씨 부부가 먼저 도착해 있었습니다.

 

10시 5분이 되어 더 이상 참가자가 없을 것으로 생각되어

7명으로 소박한 무리를 이루어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초면인 분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세상살이가 주는 이런저런 느낌과 단상들을 주고 받으며

가송리 마을을 관통하다가 우리의 경유지의 하나인

농암종택의 종손이신 이성원 선생님을 마주쳤습니다.

급한 모임이 있어 동네를 나서려던 선생님께

초면이신 분들을 소개도 드리고 그동안 안부도 나누었습니다.

 

마을 안길을 지나 강과 나란히 길을 걷기 시작하는 곳에서

바라다 보이는 강 건너에는 금난수라는 분이 짓고

퇴계 등이 교류하고 경관을 즐겼다는 '고산정'이

우리 일행을 반겼습니다.

고산정은 경북 문화재이긴 해도 외지고 방문객이 거의 없어

우리 가족이 봉화에 살게 되면서 우리 집 별장이라고 칭하면서

제법 자주 찾던 곳 중의 하나입니다.

 

강을 따라 한 300여 미터 내려오면

가송 마을의 당나무와 공주당이 있는 골가사리 쪽으로 건너가는 다리가 있는데

이 다리를 건너지 않고 계속 강을 따라 농암종택 방향으로 걸었습니다.

종택이 들어서기 전에 이곳 강가에서 야영을 하던 추억도 되새기고

걷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걷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봄강의 아름다움에 한껏 취했습니다.

연두빛 산이 비친 봄 강을 따라 한참을 걷다보니

낯익은 봉고차가 뒤따라 왔습니다.

지난 걷기에 함께했던 솔비네 가족과 예연이네 가족이

함께하기 위해 2번째 합류지점인 농암종택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종택을 들러 종부님께 인사를 드리고

직접 뜯은 쑥으로 만든 쑥떡과 음료수를 대접받고,

강건너 3년전쯤 귀농하여 2만여평의 밭에

고구마와 야콘 농사를 짓고 있는 박성호씨의 농장엘 들렀습니다.

봄햇살이 반짝이는 강물은 맑고 따뜻해 보였지만

장단지까지 차오르는 강물은 아직 차가웠습니다.

발바닥에 닿는 강돌과 발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강물의 촉감이

이제는 잊혀진 아득한 어린시절의 추억을 되살려주었는지

강을 건너는 모두의 얼굴에는 행복한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농장은 농장주 나름의 특이한 공법으로

봉화읍에 사시는 부모님과 멀리서 온 친구들 까지 합세하여

한창 황토집을 짓는 중이었습니다.

미리 알았더라면 방문을 삼갔을 건데

겨울 내내 뵙지 못해 농장주님을 빕고 싶은 마음에

아무 생각 없이 경황이 없는 중에 찾아뵈어 큰 민폐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난데없이 들이닥친 19명의 불청객을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야콘 창고를 내어주어 식사준비를 알 수 있게 거들어 주신 박성호 농부님이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이집 저집에서 준비해온 떡과 밥, 초밥에 김밥, 그리고 음료와 과일에다가

라면까지 끓여 맛있는 점심을 먹었습니다.

우리의 ‘걷기’는 걷기가 아니라 ‘먹기’가 되어간다며

서로들 놀렸지만 역시 ‘걷기’보다는 ’먹기‘가 더 좋았습니다.

맛난 점심을 먹고 농장주님과 인사를 나누고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연분홍 산복숭아꽃잎이 떠내려가는 강길을 걷자니

복숭아 꽃잎이 강물에 흘러가 바깥세상에 알려지게된

무릉도원이 바로 딸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여던길을 걷기 시작하는 지점에서

예상하지 못한 복병을 만났습니다.

이전의 여던길 코스가 사유지 소유자와의 다툼이 생겨

막혀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풍설을 들어오긴 했지만

그전에는 문제없이 길을 걸었었는데

이번에는 엄한 경고문에 줄까지 쳐 놓고,

급한데로 우회로까지 만들어 놓은 것을 보니

무시하고 길을 계속하기엔 자신이 없었습니다.

 

 

결국 막다른 길의 강가 정자에서 아이들과 아이들 엄마분들은 남고

몇몇은 우회로를 따라 산길을 걷기l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급히 만든 우회로는 마땅한 안내표지도 부족하고

정리도 제대로 안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몇 번을 길을 잘못들어가며 걷던 길을 되돌아 오는데

TV에서 방영한 중국과 티벳을 잇는 옛길인 ‘차마고도’에

버금가는 가파르고 좁은 길을 걸어야만 했습니다.    

 

 

정자로 돌아와 신나게 뛰어놀다 조금은 지친 아이들과 떡을 나누어 먹고

걷기보다 ‘줍기’에 더 정신이 팔려있는 호피석 탐석꾼인

솔비아빠와 한걸음님이 주운 돌들을 꺼내 같이 품평을 하며 한참을 쉬다가

정자에서 종택까지의 얼마안되는 길이지만 마지막으로 정말 걷는것같이 걸으며

이날 마을 걷기는 마무리했습니다.

하지만 그냥 헤어지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기도하고,

그렇지않아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 걸음이기도 해서

준우네의 권유로 온혜 건지골에 있는 준우네 외할아버지댁까지

모두가 같이 몰려가 아이스크림과 차를 나누며 즐거운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이날 처음으로 같이 하신

김종미 정재우 부부님, 그리고 청량산 여동생 정근영님

너무나 반가웠구요,

마지막 즐거움을 나누어주신 준우네도 너무 고마웠습니다.

예연이네, 솔비네 가족 그리고 한걸음님

다음 걸음도 같이 할 수 있기를 학수고대하겠습니다.

<09/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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