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생활 2년의 기억
한국농어촌공사 임원으로 나주생활을 시작한지 오늘로 2년이 지났다. 스스로 낯선 상황을 잘 이겨낼지 몰라 불안하게 시작했던 생활이 눈 깜짝 할 사이 지나가 버렸다. 지난 직장생활 2년을 되돌아보니 짧은 기간 동안 개인적인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처음에는 출퇴근을 해 본지 너무 오래되어 그저 모든 게 새롭고 신기롭기만 했다. 몇 달이 지나자 내 역할에 대한 불안감이 일기 시작했다. 그저 월급이나 축내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퇴근 후까지 자료를 가져와 읽다보니 코피를 쏟기까지 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안정을 찾고 조직과 과업을 이해할 때쯤 되니 2년 임기가 끝나간다. 앞으로 작게는 두세 달 정도 남은 임기지만 남은 시간을 더욱 알차게 개인적인 성취와 조직에 대한 기여를 이루기 위해 분투해야 할 것이다.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나주로 오기 전에 맡았던 나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 무엇보다 마음에 걸린다. 당연히 나하나 때문은 아니겠지만 같이 하던 분들이 어려움에 처하고 과제 수행에 곤란을 겪고 있다. 농사를 떠난 점 역시 마음에 걸린다. 다시 돌아가는 날 까지 사과나무가 기다려줄까, 살던 집이 온전히 견뎌내 줄까 늘 걱정이다. 이웃과 친구들 역시 떠나던 그 시점에서 가만히 나를 기다려주지 못할 것 같다. 친구 같고 친형 같던 몇몇 동네 형님의 부고를 받을 때는 내가 돌아갈 그곳이 이미 다른 곳이 되어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래도 되돌아보면 감사할 일이 훨씬 많다. 기관에서의 근무 경험은 내가 현실을 이해하고 농업현장의 문제를 다시금 바라다보는 계기가 되었다. 조직을 이해하고, 농정의 결정과 집행과정에 대해 좀 더 날것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딸아이를 결혼시키고 농사를 떠나 도시생활을 누릴 기회를 얻은 것도 큰 행운이다. 이 모든 행운의 가장 상위에는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이 아닐 수 없다. 유능하고, 곧고, 올바른 직원들과 지난 2년간 같이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그 무엇과도 바꾸기 싫은 소중한 기억이다. 특히나 닮고 싶은 존경하는 상사와 동료 임원들을 만난 것은 나의 큰 복이다. 세월이 지나도 추억이 되고 그리움이 되어 내 삶속에 영원히 같이할 인연들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22년 2월 17일 첫 출근뒤 2년이 지난날 아침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 지난 2년을 되돌아본다. 같이 해준 모든 인연과 나의 도전을 응원해준 모든 분들, 그리고 내가 외롭지 않게 나주생활에 동행해 준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2024년 2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