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밭에서 읽는 책

너는 자유로울 준비가 되어있는가를 묻는 '그리스인 조르바'

허재비 2022. 2. 28.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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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스 카잔차키스 저/ 이윤기 역

그리스인 조르바

http://www.yes24.com/Product/goods/3647046?art_bl=15991960 

 

그리스인 조르바 - YES24

20세기 문학의 구도자,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대표작『그리스인 조르바』는 카잔차키스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준 작품으로, 호쾌하고 농탕한 자유인 조르바가 펼치는 영혼의 투쟁을 풍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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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은지 너무 오래되었다. 책은 늘 뒷전이었고 더군다나 문학이 내 일상을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다. 허우적거리고 쫓기다 모처럼 남는 시간조차 공허가 갉아먹게 방치하면서도 소설책 한 권 제대로 읽지 못했다. 나의 2021년의 삶은 그랬다.

문학소년의 꿈과 세계를 향한 청년의 열정이 무너지고, 가정과 생계라는 삶의 요구에 대한 무능 사이에서 이루어진 타협은 나를 30대 후반의 나이에 농부로 만들었다. 영혼의 노동인 독서와 육체의 노동인 농사가 어우러진 삶을 살겠다는 소박한 꿈은 생계를 위한 농업 노동 속에서 잊혔고 척박한 삶의 조건을 이유로 내면의 삶은 고갈되었다. 영혼 잃은 육체는 얉고 넓은 사회적 관계와 더 혹독한 노동 속에 갇혔다..

여러 번 읽다가 말고 던져졌던 조르바가 문득 그리워졌다. 나는 자유에 목말랐고, 삶의 압박에 고갈되어 가는 나의 자존이 그리웠다.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연말연초에 책장을 뒤져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찾았다. 미리 가졌던 조르바와 연관된 기억을 지우고 처음 보는 사람처럼 마주하기로 마음먹고 책장을 넘겼다.

비린내 확 풍기는 항구도시 피라에우스에서 화자인 두목과 코스탄디 조르바의 조우 그리고 두목과 친구 혁명가와의 이별의 기억이 교차하면서 시작된 소설은 500쪽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화자와 조르바와의 만남과 헤어짐, 우여곡절과 내면의 교류를 이어갔다.

소설은 샐비어 술과 조르바의 춤, 부불리나 오르탕스와 조르바의 어설픈 사랑, 오렌지향 과부의 삶과 비극, 영혼 없는 수도원, 갈탄광산 개발과 운반용 삭도 건설 그리고 사업 실패, 오르탕스의 영원한 사랑 카나바로의 이야기로 이어져 나가지만 작가의 메시지는 오직 하나 자유를 향한 갈망이었다.

소설을 읽고 교훈을 생각하다니... 그런데 조르바는 어쩔 수 없었다. 야생의 삶 속에서 자유를 터득한 조르바가 지식과 이념에 오염된 두목에게 설파하는 자유의 메시지는 생활의 강제와 편견의 족쇄에 갇힌 독자에게는 사랑을 설파하는 예수의 산상 교훈처럼 근본적이되 딱 그만치 공허했다. ‘자유하라!’는 조르바의 일갈은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만치 청자의 내적인 반향이 없다면 공허한 외침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다시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자유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답은 알 수 없지만 부정적 느낌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카자차키스가 갈구한 자유가 과연 민족, 종교, 사상 넘어 어딘가에 있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지식과 경험을 통해 형성된 선입견에서 벗어나지 않고는 어떤 자유도 나의 몫이 될 수 없다는 딱 그만치는 거부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이미 조르바의 자유를 100$ 공감하기에는 너무 낡았고, 내가 걸치고 있는 세월의 외투가 너무 두터운지도 몰랐다. 기대했던 공감이 충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끌림은 책을 다 읽고 덮은 뒤에도 한참을 귓전에 남아 맴돌았다.

당신은 자유롭지 않다.’ 당신을 메고 있는 줄이 조금 길 뿐이다.

고독이야말로 인간의 자연스런 상태.

이 세상의 유혹 가운데 가장 무서운 유혹인 희망을 정복하라(카잔차키스)

인간은 마땅히 저 자신의 본성을 뛰어넘어 하나의 초인이 되어야 한다.. 신의 빈자리를 우리가 차지해야 한다.(니체).(니이체)

인간의 보편적으로 경험해온 기나긴 진화의 역사는 경화된 메커니즘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를 창출하기 위한 생의 도약의 역사다. (베르그송)

202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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