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밭에서 읽는 책

불평등 넘어선 인류미래의 꿈!

허재비 2021. 1. 17.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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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트라우마]불평등을 통한 문명 진단이다. 필자 리처드 월킨슨은 불평등이 지금 우리의 정신적 물질적 삶과, 제도를 포함한 존재방식을 형성해오는데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떻게 지금의 삶을 지배하는지 분석하고 탐구한다. 나아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불평등 해소 후의 우리 삶의 변화를 제시하기 위해 시도한다.

사실 지나친 단순화의 오류라는 혐의를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나 자신도 필자의 동조자가 되고 말았다. 현대인이 처한 과도한 스트레스, 정서적 장애, 정신병, 좌절, 심리적 위축 및 기만적 우월감을 포함해, 범죄, 마약, 건강과 수명의 문제까지 모든 에 깃든 불평등의 지배적 영향력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불평등은 현대 사회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 필자는 먼저 우리의 정신이 어떻게 불평등의 지배를 받는지 보여준다. 1마음속의 불평등은 자기회의과대망상그리고 그 탈출구로서의 중독이라는 3개의 장으로 나누어 불평등이 어떻게 우리의 심리적 삶을 지배하는지 수많은 연구 자료를 통해 논증한다.

소득불평등은 지위와 남의 시선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키고 불안과 우울증 그리고 무기력과 절망을 초래함으로써 자기회의에 빠지게 만든다. 이는 한 사회의 우울증 발생율과 불평등 지수의 상관관계를 고찰함으로써 심리사회학적 사실로 판명된다. 동시에 불평등은 자기회의의 극단에서 자기고양적 편견, 혹은 자기도취증을 유발한다. 불평등 지수가 높은 사회일수록 자기우월적 과대망상을 보이는 비율이 증가하고, 한 사회 내에서도 불평등지수가 높아질수록 자기도취증에 빠진 사람의 비율이 비례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자기회의와 자기도취 사이에 동요하는 인간은 자신의 불안을 중독으로 해결하려 든다.

2부에서 필자는 불평등이 인간의 본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는 입장과, 능력주의 신화에 입각해 불평등의 발생을 정당화하는 입장, 계급을 분리하고, 불평등의 개인적 책임성을 강조하는 계급행동을 논박한다. 필자에 따르면 인류는 현대인과 뇌 용량이 같은 인류가 존재한 지난 20만년에서 25만년에 이르는 세월 중 약 95%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인간사회는 대단히 평등했다”(p.205.)고 하며 채집 수렵사회의 평등이 농경사회로 접어들면서 깨어지고 축적과 불평등이 발생했음을 논증한다. 따라서 불평등은 인간의 본성에 따라 발생한 것이 아니고 역으로 인간의 본성에 어긋난 것이고, “... 타고난 재능 차이가 사회위계 내 위치를 결정하기보다 사회위계 내 위치가 능력과 관심사, 재능을 결정한다”(p.253.)는 것을 보여준다. 나아가 소득과 부의 차이로 인간을 구분하고 열등감과 우월감을 조장하는 문명화된 예의는 지위우월성을 강화하는 장치에 불과하고 계급행동을 통해 계급차이를 정당화하는 것은 사회심리학적으로 인간의 행동을 환경이 아니라 타고난 개인의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설명하는 기본적 귀인 오류임을 증명한다.

마지막 3부에서 필자는 인류가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불평등 해소가 필수적임을 주장한다. “평등의 확대는 전 인류의 행복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환경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을 줄임으로써 더 수월하게 지속가능성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P.345.)한다고 보고. 성장이 더 이상 인류의 행복을 증진하는데 한계에 이른 지점에서 문명 대전환을 통해 성장대신에 사회적 환경과 관계의 개선을 달성할 것을 요구한다.

[불평등 트라우마]가 보여주는 것은 많은 사회 현상중의 한가지인 불평등이 초래한 사회적 결과가 아니다. 오히러 필자는 불평등이 인류가 당면한 많은 문제의 한 가지가 아니라 거의 모든 문제의 근원임을 주장한다. 하지만 정치 현실에서 불평등은 많은 문제 중의 한 가지일 뿐이다. 그것도 그리 심각하지 않은... 하지만 아파트값 폭등은 빈부격차의 확대가 초래한 결과다. 정치개혁의 부진과 반동의 저변에는 사회개혁의 부재, 본질적으로는 불평등의 확대가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불평등의 확대가 정치개혁을 좌절시키고, 정치 개혁의 부진이 불평등 심화로 귀결되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에 처해있다. 괴물 트럼프의 집권과 백일우월주의자들의 반란의 저변에도 미국사회의 빈부격차의 확대가 도사리고 있고, 국지적 내분이나 전 지구적 분쟁의 저변 어디에서나 작동하는 악의 근원은 바로 불평등이라는 괴물이다.

우리는 팬데믹 시대에 4차 산업혁명과 AI, 일자리 없는 성장, 그리고 그린 뉴딜을 이야기하지만 불평등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사고는 작동하지 않는다. 최소한 1930년대 미국의 뉴딜이 최저임금제 도입을 기초로 하는 노동권 강화를 전제한 사회적 대타협이었다면 지금 대한민국의 그린뉴딜은 사회적 DEAL은 빠지고 기술만능주의에 경도되어있다. 그래서 바로 지금 [불평등 트라우마]는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되는 책이다. 특히 모든 정치인들의 손에 이 책이 들려있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가 좀더 밝아지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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