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의 나라 - 안나푸르나

2번째 네팔여행을 시작하며

허재비 2017. 10. 7. 00:55
반응형


20161230일 집을 나와 201712일 카트만두에 도착, 여정을 시작하고, 228일 집으로 돌아오는 2달동안의 네팔여행을 기록한다. 이 기록은 순전히 우리 부부 자신만을 위한 것이다. 다른 여행자를 위해 정보를 제공할 만치 섬세하게 여행을 기록하지도 못했고, 여행이 끝난 지 7개월이 지나 벌써 흐릿해지기 시작한 기억에 의존하다보니 이 모든 기록의 정확성도 떨어진다. 그래도 내가 늙도록 살아 더 이상 여행을 떠날 수 없을 만치 건강이 악화되었을 때 그나마 위안받을 수 있을 나만의 화려했던 지난 시절의 기록으로 2달여정의 네팔여행을 남긴다.


사실 5년전 했던 한달간의 안나푸르나 여행후 내내 네팔병앓이를 해왔고, 모든 힘든 순간을 다음 네팔행을 핑계로 이겨왔다. 그래서 네팔은 내 마음의 고향이 되었고 어쩌면 내 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줄 미지의 샹그릴라이기도 했다. 지난 5년 막연한 네팔 커피 농장의 꿈을 키워보기도 했고, 지금과는 다른 네팔에서의 새로운 삶을 그려보기도 했다. 이번 여행은 그 가능성을 타진하는 여행이 아니라 그 불가능성을 확인하는 여행이 될 것이라는 예감을 가졌었고 사실 결과도 그랬다. 더 이상 네팔은 나에게 지금의 삶을 대체하는 새로운 삶이 가능한 공간이 아니라 내가 사는 한국과 공존하는 내 삶의 또 하나의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이번 여정의 큰 얼개는 대충 3축으로 잡았다. 봉화친구들로 구성된 9명의 팀과 함께하는 보름 정도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 그리고 카트만두밸리 중심으로 여러 도시들을 탐방하다 운남여행을 통해 카트만두에 들어올 예정인 한명의 친구와 보내게 될 열흘정도의 도시여행, 그리고 나를 네팔로 안내한 비스타리님과 또 다른 친구한명 그리고 우리 부부가 함께 할 안나푸르나 라운드가 그것이다. 5년전 폭설로 마낭에서 돌아서야했던 쏘롱라는 다시 넘고 묵티나트와 까그베니를 지나 칼리칸다끼 강마을을 걸으며 무스탕을 맛보고 포카라에서 긴 휴식을 가질 예정이었다.


여행은 늘 계획에서 어긋나면서 더 멋지게 된다. 사실 마지막 까지 중간에 보름쯤 시간을 만들어 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를 걸어볼 마음도 먹었지만 다 포기했다. 여기저기 커피농장도 둘러볼 계획도 무산되었고 먹기여행이자던 다짐도 물거품이 되었다. 그리고 카트만두에서 만난 식중독과 안나푸르나 라운드뒤에 닥친 심한 몸살이 여정의 역동성을 떨어뜨렸다. 더 많이 걷고 더 많은 사람과 풍경을 만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고, 부부만 하던 여정과는 달리 거의 가이드에 준하는 책임을 느껴야했던 일행이 있는 여정은 결국 본전이긴 하지만 잃는 것과 얻는 것이 있었다.



이번 여행내내 여행을 왜 하는지 스스로 묻고 또 물었다. 누구는 삶이 여행이라고 했다. 여행 중에 도 다른 여행을 떠나는 것은 삶이 여행임을 망각해 가는 일상을 깨고 삶 자체가 여행임을 스스로 환기하기 위한 행위인지도 모르겠다. 땅에 뿌리내려야하는 농사꾼이 집만 나서면 마냥 좋고 자유로워짐을 느낀다. 그래서 늘 줄타기하는 인생이지만 그래도 길을 걸으면 내가 가진 모든 갈등과 긴장, 내 생각과 삶이 품은 모순들이 다 조화를 이루고 해결되니 길을 나설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