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에 없던 2박을 하게된 둘리켈 파노라마 롯지를 나오며 주인에게 거듭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물론 가격을 지불했지만 피우던 담배와 유심카드까지 신세를 지고 편안하고 평화로운 이틀을 묵을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했다. 한적한 아침 산길을 걸어 민가를 만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간혹 오토바이나 차량이 지나가기도 했지만 편안함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롯지를 나온지 얼마되지 않아 길가에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지폐를 발견했다. 10여장의 지폐를 주워 세어보니 모두 245루피나 되었다. 한국돈으로 3000원 정도되는 돈이지만 공무원 한달 월급이 10만원 전후인 나라에서 하루 일당은 되는 돈이었다. 주운 돈을 다시 산길에 뿌려둘 수도 없고 어떻게 처리할지 고만하다가 지도상으로 우리가 가기로 예정된 코스안에 얼마되지 않아 경찰서가 있어 신고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우리보다 더 난감한 것은 경찰같았다. 분실물에 대한 처리 규정이 없는 건지 바디랭귀지로 설명을 했지만 경찰서 정문을 지키는 경찰은 그 돈을 받을 수 없다고 그냥 가져가라고 했다. 곤혹스럽긴 했지만 경찰마저 인정해 주는 불로소득을 주머니에 넣었다. 나에게 둘리켈은 불안으로 시작해서 행복을 주고, 마지막으로 행운까지 선사한 멋진 도시로 남았다.
둘리켈에서 카트만두 방향으로 가는 버스는 많아 보였다. 티벳 국경을 넘는 Kodari고개에서 카트만두로 이어지는 Arniko Highway 상에 있는 둘리켈은 교통의 요지였다. 버스는 이어졌고 거의 기다리지 않은 채 바로 탑승할 수 있었다. Panauti와 갈라지는 Banepa까지는 낯선 길이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그래도 한번 지나갔다고 익숙한 길이 이어졌다. 박타푸르까지는 한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박타푸르에 도착한 지점은 나가르곳 가는 버스를 탑승하는 곳과 달랐다. 1km쯤 걷고 물어서 승객이 곽차 빈좌석이 없는 나가르곳행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굴곡지고 가파른 오르막 길을 달려 나가르곳 종점에 도착했다.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 maps.me에 cafe du mont을 목적지로 설정하고 찾아 나섰다. 소나무 숲속으로 이어지는 깨끗한 도로를 따라 1.2km를 걸었지만 길은 군부대로 가로막혔고 다시 되돌아 버스에서 하차한 지점에 이르러 방향을 되찾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다행히 왕복 한시간여를 걸은 길은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한적한 포장도로로 양쪽으로 쭉쭉뻗은 소나무 숲이 형성되어 있어 시간내어 일부러 걷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좋은 길이었다. cafe du mont은 lonely planet에 소개된 Peaceful Cottage라는 호텔의 부속식당으로 독특한 외관이 인상적이었다, 괜잖은 음식과 조망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 숙소를 다시 찾아나서기도 귀찮아 흥정을 통해 전망좋고 넓은 방을 50불에 묵기로 하고 일찍 짐을 풀었다. 나가르곳이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하다고는 했는데 역시 이정도의 호텔이 50불이니 분명히 싼것은 아니었다.
둘리켈이후 3일째 호텔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이날도 빨래를 하고, 샤워를 하고 지난 여정을 정리하고 다음 일정을 계획한다는 핑게로 Lonely planet Nepal을 뒤척거리며 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산책을 나왔지만 호텔 주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맴돌다가 호텔 옥상에 올라 바라다 본 해지는 히말라야는 참 인상적이었다. 둘리켈에서 바라다 본 히말라야가 조금 더 앞으로 다가온 듯한 느낌이 들었고 카트만두 인근 최고의 히말라야 뷰포인트라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울라기리에서 에베레스트 그리고 칸첸중가까지 다 조망권에 들어온다고 하지만 저산이 어떤 산인지는 구분할 필요도 없이 그냥 히말라야의 신령함에 압도될 뿐이었다.
과분한 호텔에서의 하루를 보내고 1박3식에 네팔리 한달 월급에 해당하는8960루피를 지불하고 나오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다. 단지 그때문만은 아니겠지만 Nagargot은 나같은 여행자에게 적당한 여행지는 아닌 것 같았다. 단지 히말라야를 조망한다는 것 하나로 찾아 오기에는 다른 매력이 적었고, 관광지화된 마을은 네팔 산간 마을의 따뜻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설화에 따르면 오래 전에 카트만두는 물이 가득찬 호수였는데 칼로 산허리를 쳐 물을 빼내어 지금의 도시 카트만두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장본인인 문수보살이 3일간 머문 곳이 다름아니라 바로 나가르곳이라고 알려져 있다. 설화는 재미있었지만 관광지다 보니 물가는 비싸고 대부분 시즌에는 번잡하기 까지 하다고 했다.
호텔을 10시에 나와 버스파크에 도착하니 이미 만차여서 이번에는 11시까지 기다렸다가 좌석에 앉아 출발했다. 박타푸르까지 인당 50루피의 차비를 내고 다시 타멜행 버스로 갈아타니 인당 25루피의 요금을 요구했다. 저렇게 싼 요금으로 크고 깨끗한 버스를 이용해 여행할 수 있는 네팔이 새삼 고마웠다. 5일만에 돌아온 카트만두는 여전히 혼동과 소음, 먼지와 쓰레기의 천국이었다. 그 점이 싫거나 낯설지 않고 더 반가운 라트나버스파크에서 버스를 내려 타멜로 행했다. 어느새 카트만두는, 특히나 타멜거리는 나의 마음속에서 고향처럼 편안한 안식처로 변해 있었다. 한식당인 경복궁을 찾아 오랜만에 김치지개와 제육뽁음으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몇일 있으면 새로 합류한 일행이 있어 카트만두에서 지금까지 지내던 숙소를 새 숙소롤 옮기로 결정하고 바로 새 숙소인 "마야거르츄"를 찾아 나섰다. 타멜 거리를 지나고 이전에 네팔짱이 있던 골목을 벗어나 북쪽으로 5분거리에 있는 "수어러 꾸떼" 라는 지역에 있는 National Star High School 까지는 잘 갔는데 바로 옆에 위치한다는 숙소는 한참을 더 헤멘뒤에나 찾을 수 있었다. "마야거르츄"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는 의미로 이전에 한국에서 노동자로 근무하면서 네팔 노동자의 인권 운동을 하시다가 추방당했다는 라미찬씨가 운영한다고 했다. 문재인씨가 네팔 트레킹을 할 때 머문 숙소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었고, 대문에서부터 세월호를 추모하는 노란리본이 걸려있는 것이 범상치않은 숙소로 다가왔다.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한국 상황을 외면하고 떠나온 여정이다보니 늘 마음에 무거웠는데 노란 리본이 반갑고 고마웠다.
마야거르츄는 조용하고 깨끗했고, 공동 운영하신다는 파샹님은 친절했다. 다음주에 합류할 일행의 예약상황을 확인하고 우리 부부도 안나푸르나 라운드와 숙소를 부탁하고 카투만두 뷰티끄 호텔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만난 룸보이 빔센은 벌써 서먹해진 표정으로 우릴 맞았고 우리는 전체 일정의 3분지 1을 지나는 날의 저녁을 화려한 타멜거리의 레스토랑에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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